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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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어머니라는 낙원이 있었어요.


그 낙원은 불행, 사랑, 부당함, 증오, 이 모든 것이었죠.


_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의 마르그리트 뒤라스, <클로딘 이야기>의 콜레트, <제2의 성>의 보부아르.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실 뒤라스의 <연인>보다 <여름밤 열 시 반>을 먼저 읽었다. 독서모임을 통해 접했던 책은 뒤라스라는 작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콜레트는 책보다 영화 <콜레트>를 통해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고 더 궁금해졌다.


아직까지 나와 접점이 없었던 보부아르까지, 세 명의 여성은 모두 각자만의 존재감을 내뿜으며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게다가 피에르는 점차 어머니의 ‘집행자’가 되어, 내킬 때마다, 말하자면 ‘어머니의 가호’하에 여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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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보고 뒤라스의 어머니는 놔둔다. 그리고 오히려 뒤라스에게 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사랑에 차별받았다고 생각한 한 아이는 자신 나름대로 복수를 한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피에르가 뒤라스를 향해 내뱉은 비아냥에 어머니도 웃음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편이 아닌 상황을 마주하며 버틴 뒤라스가 그려졌다.


소설인 듯 아닌 듯 이야기는 흘러갔다. 이 모든 것이 실제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본인이 쓰지 않는 이상 이렇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작가가 이 세 명의 여성을 조사하고 자연스럽게 이어붙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생전 보지도 못했던 그녀들을, 작품 속에서도 스쳐 지나가듯 보였던 그녀들의 유년 시절을 바로 그녀 스스로가 되어 행동하고 생각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 중간중간, 그러니까 이 책에서 언급되는 세 명의 여성을 설명하는 이야기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겸 작품이 있다. 바로 ‘클로딘’.


가브리엘 콜레트의 <학교의 클로딘>이 언급되는 모습을 보며 이들 사이에서도 어떠한 연결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극과 설렘을, 어떤 이에게는 거부감을 느끼게 하며 영향을 주었다.


이미 출간되어 있는 <파리의 클로딘>이 더욱 궁금해졌다. 동시대를 살아간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명의 여성작가에게 영향을 준 여성 작가. 그녀가 쓴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열아홉 살에,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그토록 어머니를 그리워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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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읽으며 ‘스톡홀름 증후군’이 떠올랐었다.


특히 가족 간의 관계에서는 이 증후군이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한 이를 바라보며 내가 받은 고통을 준 이에게 집착하고 또 동화되곤 한다. 우리도 제3자 입장에서 본다면 의문이겠지만 막상 본인이면 이를 피해 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뒤라스도 마찬가지이다. 그토록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던 어머니라는 사람을 그리워한다.




이 책에서 가장 낯설었던 인물은 보부아르였다.


보부아르의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그녀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부아르에 대해 찾아보던 중, 장 폴 사르트르와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려워서 도전하지 못했던 사르트르의 <구토>가 생각났다.





40년이나 지났는데도 어머니는 내가 열 살 때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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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도 꽤나 숨 막히는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어머니가 혐오하는 것은 거들떠도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한정되어 있었을까 싶었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그녀의 실존주의 소설과 사상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키가 작은 편이고, 민머리에, 배불뚝이로 체중이 105 kg이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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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윌리를 접했던 영화 <콜레트>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찾아본 영화 속 윌리는 내 기억 속 보다 배불뚝이였다. 하지만 키가 작거나 민머리이지는 않았다. 배우가 183cm였고 머리도 다 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잠깐 떠올린 영화 속 윌리의 모습을 다시 보러 갈 정도로 윌리에 대한 인상이 딱 박혀있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는 콜레트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영화만 봤다면 윌리에 대한 정보를 놓치고 지나쳤을 것이니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된 점을 꼭 기억해야겠다.



뒤라스는 어머니의 불행이 고스란히 배어들었고, 사랑을 온전히 받지도 못했다.


보부아르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가치관과 규율을 강요했던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콜레트는 어머니로부터 글쓰기에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벗어나야만 했다.


글쓰기와 그녀들과 그녀들의 어머니들.


이들의 연결성이 만들어낸 작품과 가치가 지금 우리에게 닿았고, 우리는 그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까지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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