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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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유제품은 생명이고, 피입니다.


버터를 듬뿍 넣은 과자나 요리, 특히 버터를 듬뿍 사용하는 프랑스 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것은 이 추억 때문입니다.


버터





세 명의 남자를 살해한 용의자 가지이 마나코.


가지이는 정말 남자들을 죽였을까?


그녀는 여성과 마가린을 싫어하고 버터에 집착하는 것일까.








남성 대상 주간지인 <주간 슈메이>의 기자 마치다 리카가 가지이 마나코를 취재하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버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가지이의 모습이 표지 모습과 비슷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머릿속에 가지이와 리카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지이의 거만하면서도 툭툭 뱉는 말투라던가, 리카가 살찐 자신의 몸을 보는 모습, 레이코가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까지 이 소설이 드라마로 나와도 될 정도이다.


버터 같다는 말은 가지이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가지이와 버터 때문에 소설 속에서도 버터 향이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짙으면서도 속은 사르르 녹는 버터는 가지이에게 딱 어울리는 말 아닌가 싶다.



그런 가지이는 리카를 가지고 논다. 몸도, 마음도.


리카는 끌려다니면서도 그 속에서 본인을 찾아가고 마지막에는 어느 때보다 ‘마치다 리카’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가지이가 어떻게 남성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는지 살짝 알 것 같다. 그녀가 그들을 죽인 용의자라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마가린과 버터의 차이.


책을 덮은 뒤에는 나도 모르게 ‘마가린은 취급도 안 해!’라고 외치게 된다. 처음부터 버터를 강력하게 어필하고 강요했던 가지이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가린에서 버터로 넘어가는 리카의 영향이 컸다. 버터의 진정한 맛을 처음 알았을 때 리카를 묘사한 글을 보며 나도 모르게 버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버터의 맛을 알고 직접 요리를 하며 버터를 느끼는 리카의 모습을 보며 책의 제목인 <버터>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남자들은 살해당한 게 아니라 서로 죽인 건 아닐까. 대결한 건 아니다. 다들 그런 타입의 사람이 아니었지만, 서로의 질투로 자멸했다고는 볼 수 없을까. 질투는 여자의 전매특허 따위가 아니다.


p.262


리카가 가지이의 남성들의 죽음에 대해 추리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했다.


가지이가 죽였을 것이다, 그들끼리 죽였을 것이다, 우연일 것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을 찾는 소설은 아니지만 리카와 함께 가지이를 따라가다 보면 각자 떠오르는 범인이 있을 것이다.







리카가 한 칠면조 요리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레이코, 료스케, 엄마, 기타무라, 미키, 미즈시마 부부, 시노이, 사야


칠면조 5kg으로 만든 10인분의 음식과 10명의 사람들


가지이가 하지 못한 일을 리카는 했다.


리카의 칠면조 세이로소바 레시피를 보며 미소를 짓게 된다.


리카는 자신을 찾았다. 그리고 가지이를 생각한다.


그렇게 버터로 시작해 요리로 마무리되는 소설이 끝이 난다.



가지이의 마인드는 아직까지 물음표를 붙이고 싶다.


이해가 안 되는 면도 있고 그녀의 삶을 보면 어쩔 수 없겠구나 싶기도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줄거리만 봤다면 가지이만 기억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책에는 리카가 있다. 리카의 친구인 레이코가 있다. 마코토와 료스케, 그리고 시노이 씨도 있다.


마나코로부터 뻗어 나온 버터가 리카를 거쳐 다른 이들에게 흐르기까지 노오란 버터는 딱딱하지만 결국 녹는다. 그렇게 모두의 마음속에 자기만의 버터가 생긴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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