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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평점 :
일례로 나는 평생 동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없다.
그리고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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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건대, 일주일 뒤 여섯 건이 추가되긴 했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명상과 살인.
부제인 ‘죽여야 사는 변호사’라는 것도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책을 3분의 1가량 읽은 후에 깨달았다. 이 변호사는 무조건 누구를 죽여야 산다.
우리는 챕터 시작 전 등장하는 글귀를 주목해야 한다.
바로 주인공 비요른의 명상 선생님인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명상의 매력>이라는 책의 글귀들이다. 이 글귀를 읽으며 비요른은 자유를 꿈꾸기도 하고, 여유를 되찾기도 하고, 살인에 성공하기도 한다.
처음에 명상으로 죽인 인물은 비요른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많고 침착하지 못한 과거의 비요른. 아내와의 사이도 틀어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명상을 하고 난 뒤에는 전에 없던 침착함을 가지게 된다.
있는 그대로 사물을 관찰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흥분할 일이 있을 때는 숨을 크게 내쉰다.
잠깐이지만 초반에 비요른이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문밖에서 기다릴 때 그의 모습과 명상을 시작한 바로 직후 그의 모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 정도면 명상을 통해 저지른 첫 번째 살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요른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비요른의 명상으로 죽은 첫 번째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의뢰인이다.
이름은 드라간이며 195cm의 아주 건장한 마피아라는 것이 그에 대한 소개이다. 추가로 드라간은 비요른의 딸 에밀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 사실이 후에 중요하게 나오기도 한다.
과연 비요른은 마피아에다가 195cm인 자신의 의뢰인 드라간을 어떻게 죽였을까?
정답은 <명상 살인>을 읽어보길 바란다.

비요른의 살인은 드라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번의 살인은 또 다른 살인을 낳는다.
그리고 갈수록 그는 더 거침없어진다.
물론 비요른을 노리는 사람들도 생겨나는데, 비요른은 명상의 힘으로 극복하게 된다.
명상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
어디까지나 소설은 소설일 뿐.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명상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살인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명상을 통해 한 사람이 이렇게 침착할 수 있고 서슴없이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교묘하게 다른 이의 약점을 캐내고 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한다.
아마 불안정했던 과거의 비요른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을 모습이다. 그것이 명상의 힘이다.

책을 읽다 보면 2가지 결말이 생각난다.
첫 번째는 비요른의 처벌.
두 번째는 제2의 드라간 탄생.
첫 번째였다면 당연히 회수되었어야 할 대사도 있다. 나는 그 상황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앵무새의 그 한 마디가 좀 더 중요한 역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나는 페터에게 손을 내밀다가 그만 실수로 앵무새 인형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인형은 바닥에 부딪치며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내 의뢰인을 토막 내고 자유를 찾았어”
전체적으로는 읽을수록 놀라운 책이었다.
명상 살인 2와 3도 이미 출간되었다고 하니 비요른의 끝이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