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과 장미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내로라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나 나이팅게일은 참나무 가지 위에 말없이 앉아 있었어요.


학생의 눈물 뒤에 숨겨진 그 슬픔의 비밀을 이해했거든요.


나이팅게일은 한참 동안 깊이 생각했어요.


사랑, 그 이해할 수 없는 신비에 대하여.



But the Nightingale understood the secret of the Student's sorrow,


and she sat silent in the oak-tree,


and thought about the mystery of Love.


The Nightingale and the Rose



너무 슬픈 소설이었다.


나이팅게일의 희생에 나는 다시 첫 장부터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참나무 아래에서 한 소년의 절망을 듣게 된 나이팅게일, 빨간 장미 한 송이면 그는 본인이 사랑하는 여인과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아주 새빨간 장미 한 송이만 있다면.


그의 통탄한 외침을 듣게 된 나이팅게일은 그 대신 빨간 장미를 찾아 나선다.



나이팅게일은 장미를 본다.


하얀 장미, 노란 장미, 붉은 장미.


잠깐, 여기서 붉은 장미는 추운 겨울에 잎맥이 꽁꽁 얼고 가지마저 태풍에 꺾여 장미를 단 '한' 송이도 피워 낼 수 없었다.


그저 소년이 중얼거린 혼잣말이 이렇게 커다란 희생을 낳을 줄 누가 알았겠나. 아마 붉은 장미의 나무만이 예상했을 것이다.




여기 나오는 인물..이라 하기엔 사람은 몇 없으니 '말'을 할 줄 아는 이들의 이기심이 눈에 띈다.


나는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정확히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작품 해설에 이 부분이 친절하게 나와있어 속이 시원했다.


교수의 딸: 물질적 사랑


그녀를 사랑한 학생: 순간의 욕망


나이팅게일: '자기'가 없는 사랑




이 책은 영어 원서와 한국어 번역을 둘 다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소설을 더 매력적이게 만든다.


특히 장미 나무가 자신의 색을 말하는 장면은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을 읽고도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는데,


원서를 읽으니 예쁘고 환상적인 단어를 모아 설명한 것 같았다.


페이지의 왼쪽에는 영어 원서, 오른쪽에는 한국어 번역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한국어로 읽다가 영어는 어떤지 궁금할 때,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랑'이란 감정은 쉽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이 책에 나온 사랑도 진정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사랑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단어의 곁가지라고 생각될 만큼 사소히 여긴 사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질적인 사랑과 순간의 욕망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빠르게 식어버리거나, 중요한 사랑에 본인이 없다거나.


이 모든 것도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 있는 형태이다. 그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나이팅게일의 희생을 보며 드는 생각도 많다.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도 아니면서 목숨을 내놓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나이팅게일,


나이팅게일이 이루려는 사랑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장미 나무.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때 쯤이면 본인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기꺼이 희생을 자처하는 나이팅게일의 모습이 놀라웠다. 큰 주저함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희생을 포기할 기회도 몇 차례있었지만 나이팅게일은 그러지 않았다. 이것이 나이팅게일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일까? 사랑을 보려는 욕망일까?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