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유의 숲 -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상 수상작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1
까미유 주르디 지음,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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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유의 숲에서 만드는 성장 여행기!




처음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은 '색감이 예쁘다'였다.

몽글몽글한 수채화가 가득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이 책은 155페이지이지만 실제로 책을 본다면 두께 때문에 놀랄 것이다. 155페이지보다 많아보이는 이유는 바로 한 장 한 장 판판한 종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 책의 가볍고 팔랑팔랑한 재질이 아니라 표지같은? 그런 재질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동화이자, 그림책이지만 하나의 '그림집'같기도 하다. 전시회를 갔을 때 판매하는 그림을 모아놓은 굿즈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의 주인공은 귀여운 '조'이다. 첫 장면부터 조는 집을 나간다. 새엄마와 새언니들, 그리고 아빠를 뒤로 한 채 조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조가 처음 본 인물은 바로 꼬마요정이다. 꼬마요정이라고 불리기 싫은 꼬마요정을 따라 들어간 터널을 지나니 여우 모리스, 외눈박이, 비숑프리제가 모여 있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이들은 성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틈에 조는 누크라는 파란색 옷을 입은 아이의 비밀 공간에 들어가게 된다. '귀염둥이네'라고 적힌 간판과 꼬마 초밥, 꼬마 구이고기 등 여러가지 음식이 적혀 있는 이 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조는 누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성으로 가는 마차에 올라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성에 도착한 마을 사람들과 조, 그리고 누크. 어떤 사건으로 조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잡히게 된다.

그리고 성을 돌아다니는 조와 마주친 모리스! 모리스는 아까 마을에서 봤던 여우다.

이렇게 모리스와 조는 형형색색 장화를 신은 강아지 퐁퐁이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조, 모리스, 퐁퐁이.

이들의 케미는 상상이상이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우기도 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밤을 무서워하는 조를 위해 모리스는 밤새 밖에서 나뭇가지를 들며 조를 지킨다.

조도 망각의 평원에 갇힐 뻔한 모리스와 퐁퐁이를 구해낸다.

이토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까워진 이들의 우정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은 조이다. 조가 앞장서서 나아가기도 하지만 모리스와 퐁퐁이가 무조건 조의 뒤에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무서운 것이 나타나면 모리스가 앞장서서 조와 퐁퐁이를 지킨다. 그리고 퐁퐁이는 지도를 따라서 올바른 길로 함께 동행해준다.

누구하나 뒤쳐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앞서나가지도 않는 이들의 모습은 이를 바라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균형감을 느끼게 한다. 조의 이야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이다.



중간중간 조와 누크, 그리고 누크의 엄마가 부르는 노래가 나온다.

어린아이가 부르는 노래에는 순수함이 담겨있다.

가사 또한 감정적이고 단순하며 귀엽다.

나도 모르게 이 노래의 음이 어떨까 생각하면서 읽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이런 귀여운 요소들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든다.



결론은 조는 집에 다시 돌아간다.

어린아이의 투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조는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갑자기 생겨버린 새엄마와 새언니들이라는 존재. 그래서인지 조는 가족을 불편해하는 모습이 처음에 나왔다. 사실 조 뿐만 아니라 새언니들 또한 나름대로 새롭게 생겨난 가족에 당황하고 적응하는 중 일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책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이렇게 살짝 나온 이야기가 주인공인 조가 집을 나오고, 나중에는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나올 때 독자 스스로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요소라고 생각한다.



베르메유의 숲. 제목의 베르메유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서는 알록달록 작은 조랑말을 베르메유라고 했지만 실제로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베르메유'를 검색하면 엉뚱한 스페인의 '베르메오'가 나와서 베르메유의 뜻은 없는 것일까 생각하던 중 책 마지막 옮긴 이의 작은 말을 읽게 되었다.

작가가 노르망디 해변 에트르타의 코끼리 절벽을 보고 내뱉은 말 '메르베유'

메르베유는 경이롭고 경탄할 만하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이다.

작가는 베르메유가 숲에서 가장 신비롭고 '메르베유'한 생명체라고 한다. 베르메유는 스스로 및을 내뿜는다.

하지만 이들을 가두고 강요하면 서서히 빛을 잃어간다.


우리도 처음엔 누구든지 다 메르베유한 사람이었다.

살아가면서 우리의 메르베유함이 서서히 사라지진 않았을까?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메르베유한 베르메유. 우리도 베르메유를 보면서 우리 안에 사라진, 아니면 감춰두고 있던 메르베유를 슬쩍 꺼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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