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등장인물은 총 세 명이다. '수진', '혁범', '한솔',

수진과 학범은 건축사로 일을 하고 있고 한솔은 조경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책의 표지는 굉장히 간결했다. 제목과 작가, 그리고 세로로 뻗은 세 개의 선.

과하지 않은 표지부터가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목차 또한 간결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목차를 보았을 때 1부,2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5부, 6부까지 없었나하는 아쉬움만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빠르게 읽혔고 더 읽고 싶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수진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수진과 함께 나의 감정도 동요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처음에 책을 읽기 전 내 스스로 결말에 대해 예측을 해 보았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래서 나는 결말부분을 굉장히 빠르게 넘겼다. 내가 예측하지 못한 마지막에 주인공은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스포일러를 하자면 수진은 행복해진다. 그녀가 가려는 길의 반대에 서있는 사람을 회상하곤 하지만, 나름대로 잘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갑자기 둘 다 포기하고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2부쯤에는 런던이 등장한다. 아마 겨울에 읽었더라면 당장 런던으로 달려가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 존재하는 돈트북스- 왕립건축가협회-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등의 장소가 나온다. 장소마다 수진이 경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실제로 작가님이 실제로 가보기라도 한 건지 의외로 세심한 부분이 있어서 나로써는 상상하기 딱 좋았다.



한솔은 수진에게 꽤 많은 양의 편지를 남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읽다보면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 마음을 꾹꾹 누르다가 넘쳐 흐르게 된 마음만을 담은 것 같다. 한 줄 한 줄에서 그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는지 알 수 있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 을 읽다보면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같은 책 말이다. 물론 이때 떠오른다는 얘기는 매우 긍정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와 좋아하는 문체들이 섞였다는 뜻이니 말이다.

수진과 혁범, 그리고 한솔. 나는 특히 한솔에게 마음이 간다. 이 친구는 너무나도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수진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의 말투나 편지 문체에서 그걸 넘치도록 볼 수 있다. 그리고 혁범은 그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조금 아쉽다. 3부나 2.5부 정도에서 그의 마음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수진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인물들 중 독자인 우리가 가장 감정을 파악하기 쉬운 캐릭터이다. 그래서 그녀가 행동하고 생각하는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작가의 말을 읽을 차례이다.



이 책은 아마 매해 겨울에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어느정도 눈도 내리고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추가되는 날이면 떠오를 책이다. 그리고 물론 런던에 가게 된다면 꼭 챙겨갈 책이 될 것이다!!

추신) 크리스마스이브에 런던으로 떠난다고 하면 사람들이 낭만적이라고들 부러워하던데요, 실은 그날 항공 요금이 전후 날짜 중에 가장 저렴해서 그렇다는 거, 수진 님은 알고 계셨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