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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언어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지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무교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도 않지만, 존재가 있다고 한들 그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질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는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 어줍잖게 성경책을 읽어보기도 했다(물론 배경이나 종교적인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금방 포기했다). 성경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종교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라도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을거란 믿음때문이었으며 그렇기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기대때문이었다.
을유문화사에서 출판된 '예수의 언어'는 그러한 측면에서 나의 기대를 충족시킨 책이었다. 종교적인 요소가 배제되어있고, 비종교인에게도 성경의(예수의 말씀) 주요 포인트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의 말에 대한 저자의 초역(의역을 넘어선 번역으로, 원문의 정확성을 희생하더라도 독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는 방법)이 배치되어있어 하루에 한 문구씩 읽으면서 독자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은 약자의 편에 서서 사랑을 실천해야하며, 인간적인 삶을 살라는 예수의 말은 몇 천년이 지난 현재에도 통념되는 진리이기에. 이 책을 읽다보면 예수의 말이 아닌 선생님이, 부모님이, 인생의 선배가 나에게 조언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라, 해야 할 일을 하라, 만나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 선하게 살아라 , 사랑하라 , 세상의 가치관을 의심하라 여섯 문장을 대주제로 이야기는 촘촘히 엮여 있다.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인, 포도밭의 일꾼, 방탕한 아들 세 가지 예수의 우화를 삽입함으로써 추가 이해를 돕는다. 세계 고전을 읽는데 성경의 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에(최근 읽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처음 읽을 때 배경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 책은 또 다른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가난한 자란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다(도마복음 67~)"
- 진정으로 가난한 자는 돈과 물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모르는 자가 빈곤한 사람이다. 왜 자신을 모르는가? 늘 돈과 물질에 마음이 빼앗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마태복음 20:13~)"
- 어떤 일이든 노동을 한 이상 노동의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누구든 각자의 생활을 해야 하니까. 누구든 인간답게 살아야 하니까.
"남에게 꼬리표를 붙이지 마라"
"내가 주는 새로운 규율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
시대가 흘러도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것, 타인을 배려하는 것, 노동의 가치를 신성하게 여기는 것, 질투와 시샘을 버릴 것 등 인생의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예수의 언어>를 통해 이러한 삶의 지향점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보게 되었다. 완벽한 인간이지는 않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