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고백록 현대지성 클래식 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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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달쯤인가? 모 커뮤니티에서 나만의 "상상속의 책"은 어떤 책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톨스토이의 작품 구상노트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안나카레니나의 첫 번째 문장은 아직도 내게 잊혀지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러시아어를 공부했을만큼(물론 책을 읽을 만큼의 실력은 키우지 못했지만) 톨스토이의 작품의 사랑한다. 안나 카레니나 외에도 죄와 벌, 전쟁과 평화, 사람은 무어으로 사는가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이 너무 많다. 문학 작품 대부분이 두말할 나위 없이 걸작이지만 그의 인물됨, 생각은 의문에 싸여 있다.

 
소설은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노트를 통해 이렇게 위대한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구상했는지, 톨스토이의 생각은 무엇인지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조금 더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신기하게 내가 상상하던 책을 만났다. 바로 현대지성 출판사의 <톨스토이의 고백록>이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덕후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고백록>은 결국 자기 자신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영위하는 삶이란 틀림없이 불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깨닫는 명상의 과정을 소상히 담고 있다. 그래서 고백록은 단순히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을 뛰어 넘어 문학적인 가치도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의 고백록>은 안나 카레니나에 담긴 농가 개혁을 넘어서서 그의 종교(그리스도교적 무정부주의자)에 기반한 신념을 읽을 수 있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오래도록 살아남아서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모두 자신의 수중에 넣고자 하는 것 뿐이다(p82)", "나와 같은 부류의 계층에 속한 신앙인들 사이에서는 그런 행동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도리어 나와 같은 부류의 계층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서는 그런 행동을 볼 수 있었지만, 소위 신앙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런 행동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p83)" 등에서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는 톨스토이의 고백도 이어진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왜 안나는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레닌은, 브론스키는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톨스토이의 책이 고전이 된 이유는 인간은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소설 속 인물을 통해 과감히 던졌기 때문이다. 독자는 소설을 통해 답을 찾는 과정을 즐기게 된다. 그렇다면, 소설의 작가인 톨스토이는 답을 찾았을까?

 나는 <고백록>을 읽고 그가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사상과 삶에 많은 전환점이 된 생각들이 녹아있다. 전반부에는 자신의 삶과 사람에 대한 회의,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산재해 있어 집중을 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목소리에 확신이 느껴지고, 그가 찾은 답을 독자에게 전달하듯 이야기한다. "나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삶은 악하지도 않고, 무의미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서 이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그토록 명백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였는지도 알게되었습니다.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몇몇 기생충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p88)"

 톨스토이는 삶의 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과학, 역사, 철학, 문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탐독하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학문에서는 별 도움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인생의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그 답을 찾게 된다. 이 작품은 그 기나긴 여정을 담고 있다. <고백록>이후 톨스토이는 술과 담배를 끊었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으며 소박한 농부의 옷을 입고 다녔다. 이상적이고도 순수한 절제의 삶을 지향해 아내와의 육체적인 관계도 절제하기 시작했고, 박애주의 운동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가 원한 절제하고 금욕하는 구도자의 삶은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작품은 <고백록>을 중심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는 모두 고백록 이전의 작품들이다. 후반기 작품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부활> 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록>의 톨스토이의 말들이 과연 그 작품에 잘 녹았는지 알고 싶다.

 150여 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얇은 책임에도 읽기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톨스토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과연 내가 올바르게 작가의 의도를 파악했을지, 인생의 답을 반평생 찾아헤맨 톨스토이의 노고를 내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톨스토이의 고백록이자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고 무슨 목적으로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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