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1985 사계절 1318 문고 89
홍명진 지음 / 사계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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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벌레들' 이라는 역사테마소설집에서 제주4.3사건을 온몸으로 겪은 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다룬 이야기로 홍명진 작가의 작품을 처음만났습니다.

아픈한국사, 지나간 시간뒤로 그 상처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민중의 삶, 어두운 시절의 이야기를 참으로 쓸쓸하게 그려낼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타임캡슐1985를 읽으면서는 독립영화 '굿바이 보이'를 내내 떠올렸습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주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낯익은 풍경이고, 제 기억의 너머에도 자리하고 있는 고향의 모습같았습니다.

암울했던 1985년, 서울 남산의 한자락 해방촌이라는 마을에는 사생아로 태어난 주오가 살았고, 혼자몸으로 억척같이 공장을 일궈온 주오의엄마, 실향민으로 혼자 살면서 주오를 친손주처럼 돌봐왔던 연백할머니, 주오의 단짝 태균이, 그리고 어린시절 함께 커온 롯데미용실 딸내미 난희까지..

주오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얘기가 펼쳐집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상과 스스로를 단절시키며 옥탑방에 갇쳐 살아가는 태평이형이나 세상을 바꾸겠다고 세상속으로 뛰어들어 세상과 맞서 싸우는 경희누나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감히 누구의 삶이 옳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분명한건 그시절의 세상은 민중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었음은 틀림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도 달라진건 없지만요..

자본주의는 오직 자본의 논리로 굴러가고, 초과이윤으로 굴러가는 구조인지라

거대자본(=대성 어페럴)의 소규모영세 봉제공장에 대한 착취, 미싱 노동자에 대한 착취로 굴러가는 세상이었습니다.

착취를 당하는지도 모르고 착취를 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깨어나 세상과 맞서 싸우자고, 자본가의 세상이 아닌 민중의 세상을 만들자고 경희누나는 서울대(= 사회의 지배층으로 갈수있는 수단)학력을 내려놓고 민중속(=봉제공장)으로 들어갔지요.

기득권층의 논리로 만들어진 세상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고통을 당해야 세상이 바뀌는 걸까요..

경희누나가 불법파업선동죄, 불온 선전물 유포죄 로 실형을 선고받은것 처럼

며칠전에 이석기의원 또한 국가전복 음모죄로 징역12년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기득권층- 그들에게 걸림이되고 방해가 되는 이들을 감옥으로 쓸어넣는 논리는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타임캡슐1985는 그런 그런 격동의 시대를 사는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나(주오)는 성장했고, 사춘기시절 우리가게 시다로 들어온 미라를 훔쳐보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울고 웃고 부대끼며 그 시대를 지나왔지요.

지금까지 주오엄마가 모든것을 걸고 이루어 왔던 공장을 한순간에 잃고, 익숙한 모든것들과의 안녕을 뒤로한채

그저 기억과 추억너머로 새로운 낯선곳을 향해 떠나는 모습은 참으로 쓸쓸했습니다.

하지만 그 쓸쓸함 뒤에 새로운 세상 희망이 있는 세상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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