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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ㅣ 문학의 즐거움 41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살은 나약한 인간들의 최후 보루일까?
오늘 신문에도 한 고등학생이 집단따돌림으로 자살을 했고, 이런 일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나 내가 사는 대구에서는 '자살 도시' 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성적비관과 집단따돌림을 이유로 학생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그런 소식이 들릴 때면 순간 안타까워 하다가도 그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이내 잊혀 지고 만다.
그리고 같은 일은 또 반복된다.
어떤이들은 말한다. 그렇게 죽을 정도로 괴롭고 고통스러웠다면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먼저 말했어야 하지 않나? 하고.
나 또한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아무에게도 말 못할 고통을 혼자 속으로 삭히며 울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소통이 꽉 막힌 우리사회가 더 큰 잘못할 했다고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아 이건 허구가 아니라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지금도 어쩌면 학교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겠구나. 아찔하면서도 가슴이 서늘해져왔다.
초등 5학년이면 아직은 동심이라고 부를 만한 푸른 나이의 아이들인데,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선생님 앞에서 집단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모습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마 내가 히가시카와였어도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앓거나, 똑같은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다시 살아서 학교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오카자키 덕분에 진실이 밝혀지고 학교가 자정할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참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이책을 읽다가 패닉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오카자키가 히가시카와의 병실을 찾아서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나 말이지, 네 친구가 될게, 그리고 너를 제대로 지켜 줄게...' 라고 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오카자키보다 더욱 간절하게 히가시카와가 살아서 일어나기를 기도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폭력성이란건 인간 누구에게나 다 가지고 있는 감정의 한 부분일것이다.
다만 그것이 어떤식으로 발현되고, 어느정도 지속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그렇기 때문에 성인보다 오히려 감정조절이나 판단력이 흐린 아이들의 세계에서 집단따돌림이나 폭력이 많이 일어나는것은 일리가 있다.
지금도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학교폭력이 근절될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의 관심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관계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배울수 있도록 인성교육이 시급하지 않을까..
학업위주의 경쟁에 매몰된채 온갖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나약한' 아이들에게 , 더 '나약한' 존재를 사냥하는 것이야 말로 유일한 스트레스의 분출구가 되고있는건 아닌지..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참 아픈 소설 '비밀' 이 더욱 남의 얘기 일수없는건 , 나는 아직 관계가 많이 서툰 딸아이를 두고있는 부모이기 때문일것이다.
이책을 초등 4학년인 딸아이 선생님과 나눠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