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지음 / 폴리테이아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최장집 교수의 노동현장 탐방기라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신문 혹은 다른 미디어에서 최장집 교수의 글을 접할 때 마다 조금은 이상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이상주의적 사고로 대학에만 있으면 현실 감각이 조금은 부족할 것이라 미루어 짐작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최장집 교수의 열정에 대해 감동을 받았다 그는 그런 독자는 물론 자신에게 부족할 지도 모르는 현장에 얻는 실질적 지식에 대해서도 항상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적은 분량이지만 일용직 노동자 문제, 현대 자동차의 노동 없는 생산 체제 문제, 봉제 공장, 재래시장. 농민, 이주 노동자, 청년 실업 등 현재 우리 나라가 안고 있는 모든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다 다루고 있다 아마도 최장집 교수의 통찰력이 아니였다면 이렇게 거시적이기도 하도 미시적이기도한 복잡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렇게 짧은 분량에 핵심적으로 꿰뚫어 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도 젊은 세대의 입을 빌어 평가하고 있는 부분을 보며 역시나 최장집 교수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모든 것은 시스템 즉 구조적인 문제이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대권을 쥐게 될 정치인에게 국민적 관심이 모아 지고 있는데 실상 국정 운영 시스템과 사회 복지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보수적 대통령이 집권하다고 하여도 급격히 복지정책이 쇠퇴하지 않을 것이고 진보 대통령이 집권하게 된다고 해도 지금의 보수 신문들이 외치는 것처럼 국가 위기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아직 제대로 된 시민의 권리가 보장 되는 국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인가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정치가 우선되어야 함은 일견 모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근본적 이유를 통찰하고 있기 때문에 최장집 교수는 이 책에서 노동과 민주주의를 현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한 단락이 끝나면 버트란드 러셀, 조지 오웰 등의 글을 싣고 있는데 그 중 최장집 교수의 생각과 가장 일치되고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어야 할 내용을 옮기며 서평을 마친다

 

“보통 근로자가 하루 4시간씩만 일한다면 모두에게 충분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실업이란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부자들에겐 충격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여가가 주어지면 어떻게 사용할지도 모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생산방식은 우리 모두가 평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런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 나갈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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