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 -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김은식 글, 박준수 사진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의 부제가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이다

그런데 과연 그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볼까? 도심을 개발할 때 개발하고자 하는 측이 내세우는 논리가 도시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이다 분명 도시 공동화 현상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공동화 현상이 개발을 위해서 필수적인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그 공동화의 주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되 집어 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공동화가 진행되는 과정의 주체가 사람인가 건물인가 그 둘 모두 다 해당하는 것이냐가 중요하고 적어도 도심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몰고 번듯한 건물을 세우기 위해 개발하는 것은 마땅히 제고해 보아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개발된 대표적 도시가 서울인 것 같다 유럽의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정말이지 서울은 난개발의 대표적 도시가 아닌가 싶다 유럽에서는 아무리 흉물스런 건물들이 도심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역사와 세월을 무시하고 개발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이유로 수백 년 전의 도시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고 현대적 건물들은 따로 지구를 지정하여 신시가지를 개발하여 신구가 조화를 이루되 옛것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며 도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은 어떠한가? 몇몇 고궁을 제외하고 도심의 옛 가옥과 주택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을뿐더러 고궁 주위에는 볼썽사나운 빌딩들이 들쑥날쑥 서 있는 흉물스런 모습이다 전통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꼭 건물등 유형의 것은 아닐 것이다 수백 년 수천 년 된 것은 아니고 수십 년 되었다 하더라도 그 건물이 담고 있는 정신의 가치가 소중하다면 당연히 보존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게 보존 되어야 마땅한 건물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동대문 운동장이다 저자는 ‘ 어쩌다 보니 동대문야구장은 사라져버렸고 어쩌다 보니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계획도 백지화 되었으며.... 어쩌다 보니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기껏해야 어느 전직 시장이나 전직 총재나 전직 사무총장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치기도 하다 그러니 세월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턱이 없고 그 흐름 속에서 어디로 비켜섰다가 어디로 나서야 할지도 알 수가 없다..’ 라고 안타까움을 허탈하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또 우리의 정신과 추억이 깃든 건물이 고작 4년 임기 시장의 임기 내 치적 쌓기용으로 사라져 버리는 이런 모습을 봐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난날 야구 경기를 반추하며 낭만적으로 아쉬움을 전하고 있지만 더 이상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알고 보면 이런 비극의 바닥엔 또 정치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하는 집단에게 투표를 하면 이렇게 수십 년 소중한 가치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또 겪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정치적 치적보다 시민의 가치를 생각하는 집단에게 투표를 해야 우리의 추억이 서려 있는 또 다른 동대문운동장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이 책을 통해 사진과 글로 동대문운동장 우리 곁에 남아 있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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