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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 추천 독자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를 응원하고픈 사람
아이들을 보면 보호하고픈 마음이 앞서는 사람
속도감 있는 전개의 소설을 선호하는 사람
💟 한 줄 후기
우리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돌볼 때, ‘그루밍 성범죄’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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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D. 잭슨의 『그로운(grown)』은 가수의 꿈을 가진 청소년 인챈티드에게 벌어진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소설이다. 네 명의 동생을 둔 인챈티드는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책임감 있게 돌보고, 학교에서는 모범적인 생활을 하며 수영 선수로 활동한다. 인챈티드의 친구 갭은 인챈티드가 가진 재능을 눈여겨 보며 그에게 오디션에 나가보기를 제안하고, 그곳에서 인챈티드는 코리 필즈를 만난다. 코리는 인챈티드의 재능을 칭찬하며 인챈티드에게 접근한다.
🔖
p.357-358 한편 나는 빨리 성장하고, 그를 열렬히 사랑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나를 널빤지 아래로 떠밀어 악어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
p.370 미디어는 맥락을 왜곡한다. 사람들은 코리를 스토킹하는 아빠의 모습을 본다. 나는 내내 나를 구하려고 했던 아빠의 모습을 본다.
p.379 “이런 순간들이 계속 생겨. 나한테는 너무 선명한 기억이고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확히 아는데, 사람들은 내가 틀렸대.”
✍🏻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범죄 행위다. 이러한 그루밍 성범죄는 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피해자는 때로 자신이 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도 있다.
소설의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수의 꿈을 가진 소녀가 코리 필즈라는 엄청난 스타를 만나 그에게 그루밍 성범죄를 당하고, 치열한 법정 싸움 끝에 진실을 밝힌다. 하지만 이야기 안팎으로 담긴 그루밍 성범죄는 그리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바깥의 시선은 복잡하고, 어렵다.
내년이면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인챈티드는 피해 사실을 밝히고도 사람들에게 비난 받는다. 익명의 사람들은 인챈티드를 향해 ‘알고도 따라간 것 아니냐.’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인챈티드는 순전히 코리 필즈가 좋아서, 그가 먼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어서, 가수의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해서 연락한 것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가해자는 성인이고 피해자는 미성년자이다.
코리 필즈는 또한 인챈티드 외에도 많은 여성들을 강간했고, 피해자들은 연대하며 인챈티드를 지지한다. 인챈티드는 어떤 부분에서는 더 이상 어른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지만, 피해자들의 연대는 견고했다.
아이들과 청소년을 향해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뱉기 전에 그들이 아직은 보호 받아 마땅한 어린 개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책이다. 아이가 자라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어른인 나는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