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없고요 #이주란 #한겨레출판 💟 추천 독자누군가 물어오는 안부가 그리운 사람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가 있는 사람무자비한 따뜻함을 갖고 싶은 사람💟 한 줄 후기삶은 그렇게 떠나고 기다리며 슬퍼하다 사랑하는 일ㅡ이주란 소설가의 『별일은 없고요?』는 지나간 사람과 사건 그리고 지금이 섞이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소설이다. 상대를 “OO 씨”라고 부르며 정중하고도 다정한 마음을 내비치는 소설들은 만남과 이별,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며 서로의 곁에 머문다. 신세를 지고 끼치고 갚는 것이 인생일 거라는 오은 시인의 추천사처럼 소설의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신세지고 그 신세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서로에게 곁을 내준다.🔖p.110 지금은 못 할 것 같다는 일을 그때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아줌마는 자기도 잘은 모르겠고 약간의 오기가 있었던 것 같다 말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약간의 오기와 함께 어떤 유의 사랑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랑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에.p.119 나는 얼음을 가득 넣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곳에 없는 은영 씨를 생각했다. 그렇게 차가운 걸 빈속에 먹으면 좋지 않다구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다정한 타박을 듣고 싶다. 생각하면서.p.200 그때마다 속으로는 죽고 싶었지만 실제로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그토록 사는 게 지겨웠음에도 일종의 오기라고 해야 할까요?ㅡ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딘가 상처 입고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다. 자신이 속한 세상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이들은 연고 없는 소도시 또는 돌아가신 할머니 댁으로 몸을 옮긴다.소설에는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집으로 불쑥 찾아온 직장 동료와 그를 말없이 받아주는 ‘나’, 떠난 이를 미워하는 대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내가 그를 그토록 좋아하는구나 깨닫는 내가 있을 뿐이다. 나를 열어보이고 나의 공간에 초대하는 게 어려운 세상에서 이주란의 소설은 반대의 길을 걸으며 ‘무자비한 따뜻함’을 보여준다.얼마 전에 읽은 김연수 소설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요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곁을 주고 일상을 살아가고, 상처를 회복하며 사람들과 연결된다. 그 점이 좋았다(물론 슬픔과 기쁨 모두를 참아가며 삶을 견디는 인물도 있다).내리는 비를 굳이 피하지 않는 마음과 멀어진 것을 기다리는 마음. 지나간 인연에 미안해하다가도 이내 지금을 나누고 함께 걷는 날들. 시의 한 갈래 중 서정시가 있다면 이주란의 소설은 서정소설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지나간 것을 여기에 두고 다가올 것을 기꺼이 반기며 사람과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