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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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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추천 독자
배달라이더로 일해본 적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보다 나은 노동 환경을 보장 받고자 하는 사람보이는 것 이면의 것에 눈과 마음이 가는 사람💟 한 줄 후기플랫폼은 라이더의 안전과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다.-『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라이더 박정훈이 쓴 배달 플랫폼의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배달라이더로 일하며 겪은 사고를 밝히고, 배민, 요기요, 쿠팡 이츠 등 배달 플랫폼의 시스템을 하나하나 살핀다. 나아가 저자는 라이더와 배달 플랫폼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소비자이자 독자에게 라이더의 삶을 보여준다.🔖p.11 사고의 순간은 찰나이지만, 사고에는 맥락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라이더의 생계와 기업의 이윤, 소비자의 편리라는 복잡한 욕망의 연대 속에서 사고가 발생한다.p.72 현재의 배달산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토바이를 몰아본 적 없는 자동차 운전면허만 있는 라이더를 이용해 안전교육은커녕 산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장이 돈을 버는 구조다.p.127 배달노동자들은 기계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는 노동자인 동시에 기계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이터 재료이자 실험체다. 그래서 배달앱은 무수한 업데이트와 새로운 패치의 결과물이다.p.254 제도를 아무리 잘 설계하더라도 이윤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배달 속도를 낮추기 위한 모든 아이디어는 산업의 혁신을 막는 규제로 읽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처음 배민이 나왔을 때, 그것을 경계하면서도 앱을 다운 받은 기억이 있다. 한동안은 배민을 다운 받고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배민 없는 배달을 상상하기 힘들 만큼 배민은 내 삶 깊숙이 자리잡았다.음식을 시키는 데 배달료가 책정된 건 언제부터일까. 낮은 금액으로 시작한 배달료는 점점 불어났고, 사람들은 높은 배달료가 무서워 때론 배달을 시키지 않았다. 그즈음 거리엔 배달라이더도 많이 보였는데, 누군가는 그들을 두고 ‘딸배’라며 비하하기도 했다.음식값보다 배달료가 비싼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배달라이더의 임금은 큰 차이가 없다. 그들은 배달 플랫폼이 랜덤으로 측정하는 금액을 받고, AI가 추천하는 배달을 거절하면 한동안 배달을 못 하기도 한다. 그들의 일터인 도로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위험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오토바이 면허 없이 자동차 면허만을 믿고 배달에 나선 초보 라이더는 물기 있는 맨홀 뚜껑 위를 지나다 미끄러지기도 하고, 브레이크를 잡는 게 미숙해 음식과 함께 도로 위로 쏟아져내리기도 한다. 사고 이후 산재를 신청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도 하지만, 그가 쉬는 동안 오토바이 대여료는 계속해서 붙는다.책을 읽는 내내 도로 위를 질주하는 라이더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소한의 급여도 보장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콜을 받는 것. 그 속에서 기업은 AI를 통해 라이더를 통제하고 이윤을 챙긴다. 높아지는 배달료와 거리를 질주하는 라이더, 배달 앱을 켰다 끄는 소비자. 플랫폼에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플랫폼 뿐이라는 걸, 그 누구도 모르는 사람은 없다.기업에게 있어 이윤을 보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들의 지휘 아래 일하는 노동자를 외면하지 않는 기업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