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추천 독자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사람
채워지지 않는 마음탓에 삶이 위태로운 사람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 한 줄 후기
미확인 홀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

-
김유원의 소설 『미확인 홀』은 블랙홀처럼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구멍에서부터 시작한다. 희영과 필희, 은정이 고등학생이던 때, 필희가 실종된다. 필희는 누군가 세상에서 필희만을 지운 듯 감쪽 같이 사라지고, 희영은 필희와 함께 본 미확인 홀을 의심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희영은 누군가로부터 ‘블랙홀’이라고 적힌 편지를 받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
p.40 필희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희영의 머릿속엔 저수지에서 봤던 필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까만 구멍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필희,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풀려 있던 필희의 동공. 필희가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는 확신이 들었다.

p.222 ”당신은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 ”사는 게 슬퍼서.“ ”사는 게 왜 슬퍼?“ ... ”그냥 슬퍼.“

✍🏻
세상에서 지워지듯 사라진 필희와 그때의 죄책감으로 잠들지 못하는 희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륜을 자행한 부모에게 상처 받은 은정, 그리고 필희. 무엇이든 삼켜버리고선 흔적을 남기지 않는 홀은 정말 필희를 삼켜버린 것일까.

소설은 빠르게 진행된다. 하나의 사건에는 여러 명의 삶이 얽혀 있고, 여러 개의 질문이 남아 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식을 버린 순옥은 뒤늦게 자신이 버리고 온 자식들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자식들의 마음속에 남은 상처는 감히 시간으로도 회복 되지 않는다.

미확인 홀은 끝내 확인 되지 못한 채 미확인 홀로 남는다. 그리고 그 홀은 각각 인물들의 마음속에도 거대하게 자리를 차지한다. 희영에게는 필희를 놓쳤다는 죄책감이, 순옥에게는 자식들을 향한 미안함과 후회가, 필성에게는 사라진 언니를 향한 복잡한 마음과 부모에 대한 원망이, 찬영에게는 홀로 보내는 통풍의 시간으로 말이다. 그렇게 인물들은 각각의 마음 속 홀을 들여다보며 미확인 홀을 바라보고 확인하는 시간을 가진다. 남들에게는 영원히 보이지 못할 마음이라도 말이다.

빠르게 읽히는 소설,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더불어 마음 속 한 곳에 미확인 홀이 있는 사람에게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