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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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란 어떤 인간의 능력을 인정해서 배치하는 것이 아니야. 먼저 그 인간을 배치하고 나서 거기에 맞는 능력을 개발하든지 틀에 맞추는 거야.
간자키가 자주 했던 말이다. 그래서 우선 자신이 희망하는 위치에 확실히 들어갈 좋은 요령이 필요한 거야, 라고도. <대답은 필요없어>-40쪽

좁은 방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왔다. 엔카 가수가 노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버림받은 여자의 한을.
선명한 저녁놀이 뜬 하늘 아래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곳에 틀어박혀,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찾아 북쪽 지방을 헤매는 여자의 노래를 드고 있다-.
일요일 저녁을 이런 식으로 보내는 여자도 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나는 운이 없어>-119-120쪽

"그러니까 냉정하다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일이 있으니까요. 저희 어머니도 할머니와 떨어지니까 왠지 상냥해지신 것 같아요."
사실이었다. 츠토무의 어머니는 자주 할머니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내일 일요일에는 모두 같이 놀러가기로 했다.
"그렇구나." 미쓰이 씨는 다정하게 말했다.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엄한 분이셨지. 어릴 때부터 저렇게 무서운 사람은 또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지나쳤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어. 계속 함께 있다가는 내가 엉망이 되어 버릴 것 같았거든." <들리세요>-163쪽

감사의 말을 하고 그녀의 방을 나올 때, 가가미는 부엌 냉장고 위에 사라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독서?"
그가 묻자 그녀는 웃으면서 끄덕였다.
"이해가 잘 돼?"
"네. 적어도 나는 이런 어려운 걸 생각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건요. 저보다 훨씬 전에 이만큼이나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배신하지 마>-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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