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품절


동유럽에는 성인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새 언어를 배울 때 생겨나는 에너지를 인생의 권태기를 극복하는 데 커다란 에너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자아'를 연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저는 학생입니다"라는 간단한 외국어 문장을 발음하면서 진짜 학생이 된 듯한 느낌을 가져볼 수도 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낯선 외국어 학원에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외국어를 어색하게 발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에너지가 방출된다.-189쪽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움직이지 않고도 낯선 공간을 탐험하는 마음의 제련법인 셈이다. 늘 익숙한 길이 아니라 매일 완전히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 하는 여행 또한 바로 그런 '영혼의 외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아닐까.-189쪽

줄리엣에게 편지를 쓰는 현상은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한글로 된 편지들도 많은데, 안타깝게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가 없어서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랑의 큐피드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베로나에 가서 '줄리엣을 대신하여' 아름다운 답장을 부쳐주었으면 좋겠다. -252쪽

우리에게는 아주 가끔이라도 인생에 게으를 권리가 있다. 현미경처럼 가까이서 바라볼 때는 결코 보이지 않는, 우리 인생의 청사진은 멀리 떠났을 때 비로소 보이기도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카피가 여행의 절심함을 상징하는 표어가 된 지 오래지만, 사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떠날 권리가 있다. 그 '열심히'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이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다. 여행도 너무 '열심히'만 다니면 백과사전을 섭렵하는 것처럼 '향유 없는 주입'이 되고 만다.-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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