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우주는 무한할 거야. 이 우주에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면, 생각만 해도 추워. 무주에서 보내던 그해 겨울이 기억나.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때 달달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은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었어.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뭐래도 상관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구인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우주가 무한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면 나는 무한한 우주에서 살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울 것 같아."-68쪽
발이 구두에 딱 맞는 순간, 신데렐라의 영혼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말이야. 그녀는 평온하고 겸손했을까, 아니면 이제 내 팔자는 고쳐졌다 싶었을까? 아니면 왕자가 보고 싶어졌을까? 어서 빨리 구두를 신고 왕자에게 달려가 그 품에 안기고 싶었을까? 다 아니야. 그녀가 이를 악물며 참았으나,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건 득의만만한 표정, 가족 누구와도 공유해본 적이 없는 자신감이었을 거야. 자기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자의 표정 말이야. 그 장면은 항상 나를 위로해줘. 들어봐, 그건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기적이나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있었고 이를 증명하는 작은 단서만 하나 있어도 나와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한 사람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나를 찾아올 거란 얘기잖아.-1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