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별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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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하면서 온통 저 남자를 사로잡고 있는 건 누구일까.-9쪽

보라는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를 들여다본다. 자세히 보니 녀석의 털은 회색이다. 털의 끝부분에 암청색이 살짝 감돌 뿐이다. 이름 없는 녀석. 사실은 처음 만났던 날부터 얘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아롱이, 랄라, 파랑이... 몇 개의 이름을 떠올려보다가도 그 끝엔 늘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말아야 해. 이름을 부르던 것들과 헤어지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장소들도. 눈을 감거나 때론 눈을 감지 않아도 떠오르는 얼굴들도. 이름이 없었다면 이렇게 쓰라리진 않겠지. 이 생각을 하면 꼭 울게 된다.
-71쪽

보라의 말이라면 지금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오래도록 생각해서 기어이 그 의미를 온전히 알아내고 싶다.
-118쪽

"나오미, 종교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데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과도 사랑을 할 수 있는 걸까?"
말로 하다보내 꽤나 비극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미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물론이지. 사랑이야말로 도저히 섞일 수 없는 영혼들마저 연결해줄 수 있는 유일하고도 신비한 감정이니까."
꿈꾸듯 속삭이는 걸 보니 몸만 의자에 앉혀두고 마음은 그사이 아주 먼 곳으로 달아난 지 오래다.
"그럼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중략)
"사랑은 언제까지 하는 거야? 나오미의 마지막 키스는 언제였는데?"
"사랑은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거지. 마지막 키스라니. 그건, 아직 몰라." -200-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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