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ㅣ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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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외로움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대지를 깨우는 생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형과 함께 떠난 여행은 외롭지만 외롭지 않았다. 시종일관 그의 옆에 자리하던 형은 이제 없다. 형을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 가려한다.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곧 비는 그칠 거고 별이 반짝인다. 결국 작가는 희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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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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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l 정혜신 –첫 번째 이야기


한 사람의 힘이 그렇게 강력한 것은 한 사람이 한 우주라서 그럴 것이다. 근사한 수식이나 관념적인 언어가 아니라 마음에 관한 신비한 팩트이다. 사람은 그 "한 사람'이라는 존재의 개별성 끝에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은 세상의 전부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그래서 누구든 결정적인 치유자가 될 수 있다.

p.110


딸은 작년 봄에 학교에서 따돌림으로, 아들은 올 봄에 제 아빠와의 싸움 끝에 두 녀석 모두 아프게, 아프게 연어가 강을 거슬러 고향으로 돌아오듯이 다시 내 품으로 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기결정권이 확고해지고 내가 상황이 좀 더 안정적으로 되면 아이들이 가정을 꾸리기 전에 한 번쯤은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만 살았지, 정말 이렇게 함께 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가 않았다. 아이들에게 나는 '엄마'라는 이름의 마지막 은신처이자 유일한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난 십년간 육아와 아이들 교육에서 멀어져 생활한 나의 공백은 아이들에게나 나에게나 참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이 마음 속에 품고 살았던 엄마와 실존하는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나는 나대로 살 부비며 젓을 물리며 품에서 키운 아이들이 내가 알고 있던 아이들이 아니며 이미 자기들만의 세상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아프게 인정해야만 했다. 아들까지 때늦은 사춘기를 앓으며 내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양문고에서 ‘당신이 옳다’를 쓰신 정혜신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다. 동화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간 곳에서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 옆에는 동지이자 조력자, 연인이자 부부이며 친구인 이명수 선생님이 나무처럼 든든하게 서 계셨다.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당신의 에너지를 다 실은 듯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진심을 담은 말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가슴에 그대로 들어와 알알이 박혔다. 그토록 진중하고 몰입되는 강의는 처음이었다. 질문의 시간에 도저히 눈물이 날 거 같아서 손을 들지 못하다가 마지막까지 기다려서 지친 선생님을 붙들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생님을 가까이에서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내 존재의 상한 뿌리를 만져 주는 듯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것은 엄마의 양수처럼 따스하고 포근했다. 정혜신 선생님은 옳았다. 현장에서 숱한 경험으로 쓰여 진 이 책이 지치고 상한 나를 살렸듯이 어디선가 숨을 헐떡이며 아파하는 누군가를 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으로 우선 내 아이들부터 살릴 것이다. 우린 연약한 존재이지만 소중한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한사람’ 임을 잊지 말자. 소중한 누군가에게 당신이 옳다!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너그러움과 용기를 주는 이 책은 무조건 옳다.


#정혜신의적정심리학

#당신이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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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와 오복이 ㅣ 큰곰자리 37
김중미 지음, 한지선 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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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와 행운이 / 김중미


"나는 아직도 세상이 그럭저럭 살 만한 것이 다 착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내 것을 나눌 때 아주 작은 욕심 이라도 들면, 내가 이만큼 사는 게 다 남들 덕분이라는 걸 떠올린다. 착한 사람 한 명, 두 명 늘어나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좋아질 것이다. 독자들이 오복이와 행운이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다. 그리고 착한 마음이 한 뻠씩 자란다면 더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을 덮으면서 눈물이 났다. 오래 전 부모님을 잃은 동생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더 아렸던 것이리라. 오복과 행운이라는 이름은 작가가 명명한 상징적인 이름이다. 복도 지지리도 없는 오복이와 행운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행운이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결식 아동 돕기 캠페인이 반짝이는 광고들 사이로 무심히 지나가고 설마 요새 누가 밥을 못먹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복이와 행운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가난한 이들의 지난한 삶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더 좋고 빠른 컴퓨터를 못 가진 것이, 더 멋진 기능을 갖춘 신상 핸드폰을 가지지 못한 것이 요즘 아이들의 가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하여도 여전히 밥을 굶는 아이들과 부모로부터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우리 곁에 현존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작가는 후미진 곳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있다.


이상하게도 나는 오복이나 행운이보다 행운이 아빠의 삶이 더 안스러웠다. 천성이 착하고 사람을 잘 믿고 성실한 아빠는 꾀를 내거나 타인을 누르고 올라갈 줄 모르고 정직했다. 은행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차린 치킨 집도 사기를 당해서 망하고 그 와중에도 오복이를 집에서 같이 살게 하고 장애를 가진 형제까지 외면하지 못하고 돕는다. 하는 일 마다 족족 어쩜 그리도 안 되는 지, 그런 와중에 오지랍은 왜 그리 넓으신 것인 지...그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 하는 별거중인 행운이 엄마도 내심 이해가 되었기에 읽는 내내 참 답답하고 어쩐지 화가 치밀기도 했다. 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작가는 아빠의 착한 마음으로 자연스레 베푼 선행이 행운으로 바뀌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결론을 맺는다. 행운이 고모도 행운이 할머니가 직접 낳은 자식이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말을 더듬고 냄새나는 오복이를 따돌렸을 때 행운이가 나서서 오복이를 품어 준 것은 바로 할머니와 아버지의 약자를 향한 사랑과 아낌없이 베푸는 삶이 그대로 행운이에게도 이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므로...매일 쏟아지는 참담한 기사들로 마음이 무거운 나날들 속에 오월의 햇살처럼 다가 온 행운이와 오복이가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금 묻고 있다.


내 아이가 공부 잘하고 남들 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길 바라는가?
아니면 공부보다는 세상을 따스하게 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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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일기장 ㅣ 창비아동문고 263
전성현 지음, 조성흠 그림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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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일기장 / 전성현


왜 나만 다르게 살아야 할까?

혼자만 교실에 남아 마음이 불편했나 보구나. 그렇다고 너만 다르게 산다고는 생각하지 마. 

다른 것이 무엇이냐의 차이지, 모두가 서로 다르게 살고 있으니 말이야! 나는 왜 나만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지가 고민이야. 그래서 때때로 슬퍼. 운동화가 작아져서 새로 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오늘 체육 시간에 나만 운동화를 구겨 신고서 달리기를 했거든. 어떤 사람은 가난이 불편할 뿐인 거라고 말해. 하지만 가난을 생활로 겪어 보면 불편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아. 마치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인 것처럼 나를 짓눌러서 무척 힘들지. 작아진 운동화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신기 싫다고 해서 벗어 버릴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심장 수술을 하고 한 달 만에 학교로 온 준호가 잃어버린 블루 노트에 적힌 글을 보고 지우가 고백처럼 답을 남기기 시작한다. 저마다 고민과 결핍을 가지고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이 준호의 블루 노트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준호가 써 놓은 글에 비밀스럽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적는다는 설정이 참 신선했지만 아이들의 결핍은 대게가 아이들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가난한 부모이거나 이미 주어진 환경이라는 현실이 주는 무게가불에 데인 여린 살갗처럼 따금거렸다. 그리고 아픈 몸으로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성태에게도 굴하지 않는 준호의 당당함이 눈물겨웠다. 죽음의 문 앞을 제 집 드나들듯이 다녀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초연함을 지니기엔 너무 어린 나이이기에 말이다. 문득 어린시절 백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던 얼굴이 유난히도 하얗던 같은 반 친구의 모습이 환영처럼 지나갔다. 


다섯 아이의 각기 다른 고민과 아픔이 준호의 블루 노트에 모이게 된 열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춰지는 동안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장통으로 아파하면서도 기특하게도 스스로 마음의 키를 키워간다. 마지막에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아 아이들이 남긴 글을 읽는 준호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지면서 왈칵 눈물이 났다.
아! 어른이 되면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세상 곳곳을 맘껏 돌아 다니고 싶다는 준호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제아 라고 낙인 찍힌 아이들을 괴롭혔던 성태, 작가는 성태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쓰도록 여지를 남겨 두었다. 아이들이 잘 못은 실은 모두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성태와 같은 아이들을 무조건 착한 아이들을 못 살게 굴고 있는 피해야 할 나쁜 친구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따스한 엄마의 마음으로 품어야 하지 않을까?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었음을!" 켤코 잊지 말자고,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음에 새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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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271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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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전형민 장편 동화ㅣ 한지선그림

시장통 떡집 아들 안석진이 같이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 반장 고경태의 잘난 척에 벨이 꼬여 석진이도 회장 선거에 나갈 거라고 말을 던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들 성화에 떠밀려 얼결에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되는 석진이는 자신의 이름 대신 떡집 아들이라는 이유로 안석뽕이라 불리는 것이 유일한 불만이라면 불만인 공부는 못하지만 성격 좋은 아이이다. 얼결에 시작된 선거 유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와 공부 못하는 아이의 대결 구도로 급물살을 타면서 석진이는 선거에 이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는데.... 

아이들의 세계와 맞물려 재래시장 바로 앞에 법에 걸리지는 않지만, 상도의에 어긋나는 커다란 P마트가 오픈한다. 재래시장 통에 불어 닥친 어른들의 시련은 부익빈 빈익부 라는 자본의 논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어른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른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묵묵히 참고 견디기만 하던 석진이 아빠 모습이 빽없고 힘없는 우리 시대의 가장의 모습을 대변한 것 같아 마음이 뻐근하기도 했다. 점점 쇄락해 가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과는 다르게 석진이 아버지의 작은 변화는 작가가 심어놓은 희망일 것이라 믿는다. 


이번 지방 선거가 온통 경기도 모 후보의 추첩스런 지나간 연애사에 집중 되고 있는 것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하필이면 지금 경기도 일산에 둥지를 틀고 있다니! 동화 속 아이들의 유쾌하고 통쾌한 선거 유세를 바라보는 내내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왠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스팩 하나 없지만, 파격적이면서 매력적인 안석뽕의 선거 공략은 공부를 잘 못하는 평범한 아이들의 진심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대한민국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공부는 포기할 수 없는 화두 라는 것이 자꾸만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을 대놓고 비판하기 보다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기저기에 웃지 않고는 도저히 베길 수 없는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왜 공부 못하는 아이들마저 자신들과 비슷한 석뽕이가 아닌 우등생을 회장으로 뽑을까?

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며 작가는 나의 바람대로 석뽕이를 회장으로는 뽑아 주지는 않았다. 다만 석뽕이의 마음의 키를 한 뼘 더 키우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이 동화가 진부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다음번에는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의 조조를 선거에 나가게 할 거라는 석뽕이의 여유와 너스레에 웃음이 나는 오늘,
과연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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