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기장 창비아동문고 263
전성현 지음, 조성흠 그림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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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일기장 / 전성현


왜 나만 다르게 살아야 할까?

혼자만 교실에 남아 마음이 불편했나 보구나. 그렇다고 너만 다르게 산다고는 생각하지 마. 

다른 것이 무엇이냐의 차이지, 모두가 서로 다르게 살고 있으니 말이야! 나는 왜 나만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지가 고민이야. 그래서 때때로 슬퍼. 운동화가 작아져서 새로 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오늘 체육 시간에 나만 운동화를 구겨 신고서 달리기를 했거든. 어떤 사람은 가난이 불편할 뿐인 거라고 말해. 하지만 가난을 생활로 겪어 보면 불편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아. 마치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인 것처럼 나를 짓눌러서 무척 힘들지. 작아진 운동화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신기 싫다고 해서 벗어 버릴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심장 수술을 하고 한 달 만에 학교로 온 준호가 잃어버린 블루 노트에 적힌 글을 보고 지우가 고백처럼 답을 남기기 시작한다. 저마다 고민과 결핍을 가지고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이 준호의 블루 노트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준호가 써 놓은 글에 비밀스럽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적는다는 설정이 참 신선했지만 아이들의 결핍은 대게가 아이들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가난한 부모이거나 이미 주어진 환경이라는 현실이 주는 무게가불에 데인 여린 살갗처럼 따금거렸다. 그리고 아픈 몸으로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성태에게도 굴하지 않는 준호의 당당함이 눈물겨웠다. 죽음의 문 앞을 제 집 드나들듯이 다녀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초연함을 지니기엔 너무 어린 나이이기에 말이다. 문득 어린시절 백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던 얼굴이 유난히도 하얗던 같은 반 친구의 모습이 환영처럼 지나갔다. 


다섯 아이의 각기 다른 고민과 아픔이 준호의 블루 노트에 모이게 된 열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춰지는 동안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장통으로 아파하면서도 기특하게도 스스로 마음의 키를 키워간다. 마지막에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아 아이들이 남긴 글을 읽는 준호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지면서 왈칵 눈물이 났다.
아! 어른이 되면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세상 곳곳을 맘껏 돌아 다니고 싶다는 준호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제아 라고 낙인 찍힌 아이들을 괴롭혔던 성태, 작가는 성태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쓰도록 여지를 남겨 두었다. 아이들이 잘 못은 실은 모두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성태와 같은 아이들을 무조건 착한 아이들을 못 살게 굴고 있는 피해야 할 나쁜 친구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따스한 엄마의 마음으로 품어야 하지 않을까?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었음을!" 켤코 잊지 말자고,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음에 새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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