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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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l 정혜신 –첫 번째 이야기


한 사람의 힘이 그렇게 강력한 것은 한 사람이 한 우주라서 그럴 것이다. 근사한 수식이나 관념적인 언어가 아니라 마음에 관한 신비한 팩트이다. 사람은 그 "한 사람'이라는 존재의 개별성 끝에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은 세상의 전부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그래서 누구든 결정적인 치유자가 될 수 있다.

p.110


딸은 작년 봄에 학교에서 따돌림으로, 아들은 올 봄에 제 아빠와의 싸움 끝에 두 녀석 모두 아프게, 아프게 연어가 강을 거슬러 고향으로 돌아오듯이 다시 내 품으로 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기결정권이 확고해지고 내가 상황이 좀 더 안정적으로 되면 아이들이 가정을 꾸리기 전에 한 번쯤은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만 살았지, 정말 이렇게 함께 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가 않았다. 아이들에게 나는 '엄마'라는 이름의 마지막 은신처이자 유일한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난 십년간 육아와 아이들 교육에서 멀어져 생활한 나의 공백은 아이들에게나 나에게나 참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이 마음 속에 품고 살았던 엄마와 실존하는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나는 나대로 살 부비며 젓을 물리며 품에서 키운 아이들이 내가 알고 있던 아이들이 아니며 이미 자기들만의 세상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아프게 인정해야만 했다. 아들까지 때늦은 사춘기를 앓으며 내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양문고에서 ‘당신이 옳다’를 쓰신 정혜신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다. 동화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간 곳에서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 옆에는 동지이자 조력자, 연인이자 부부이며 친구인 이명수 선생님이 나무처럼 든든하게 서 계셨다.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당신의 에너지를 다 실은 듯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진심을 담은 말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가슴에 그대로 들어와 알알이 박혔다. 그토록 진중하고 몰입되는 강의는 처음이었다. 질문의 시간에 도저히 눈물이 날 거 같아서 손을 들지 못하다가 마지막까지 기다려서 지친 선생님을 붙들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생님을 가까이에서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내 존재의 상한 뿌리를 만져 주는 듯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것은 엄마의 양수처럼 따스하고 포근했다. 정혜신 선생님은 옳았다. 현장에서 숱한 경험으로 쓰여 진 이 책이 지치고 상한 나를 살렸듯이 어디선가 숨을 헐떡이며 아파하는 누군가를 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으로 우선 내 아이들부터 살릴 것이다. 우린 연약한 존재이지만 소중한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한사람’ 임을 잊지 말자. 소중한 누군가에게 당신이 옳다!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너그러움과 용기를 주는 이 책은 무조건 옳다.


#정혜신의적정심리학

#당신이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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