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와 오복이 큰곰자리 37
김중미 지음, 한지선 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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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와 행운이 / 김중미


"나는 아직도 세상이 그럭저럭 살 만한 것이 다 착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내 것을 나눌 때 아주 작은 욕심 이라도 들면, 내가 이만큼 사는 게 다 남들 덕분이라는 걸 떠올린다. 착한 사람 한 명, 두 명 늘어나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좋아질 것이다. 독자들이 오복이와 행운이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다. 그리고 착한 마음이 한 뻠씩 자란다면 더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을 덮으면서 눈물이 났다. 오래 전 부모님을 잃은 동생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더 아렸던 것이리라. 오복과 행운이라는 이름은 작가가 명명한 상징적인 이름이다. 복도 지지리도 없는 오복이와 행운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행운이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결식 아동 돕기 캠페인이 반짝이는 광고들 사이로 무심히 지나가고 설마 요새 누가 밥을 못먹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복이와 행운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가난한 이들의 지난한 삶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더 좋고 빠른 컴퓨터를 못 가진 것이, 더 멋진 기능을 갖춘 신상 핸드폰을 가지지 못한 것이 요즘 아이들의 가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하여도 여전히 밥을 굶는 아이들과 부모로부터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우리 곁에 현존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작가는 후미진 곳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있다.


이상하게도 나는 오복이나 행운이보다 행운이 아빠의 삶이 더 안스러웠다. 천성이 착하고 사람을 잘 믿고 성실한 아빠는 꾀를 내거나 타인을 누르고 올라갈 줄 모르고 정직했다. 은행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차린 치킨 집도 사기를 당해서 망하고 그 와중에도 오복이를 집에서 같이 살게 하고 장애를 가진 형제까지 외면하지 못하고 돕는다. 하는 일 마다 족족 어쩜 그리도 안 되는 지, 그런 와중에 오지랍은 왜 그리 넓으신 것인 지...그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 하는 별거중인 행운이 엄마도 내심 이해가 되었기에 읽는 내내 참 답답하고 어쩐지 화가 치밀기도 했다. 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작가는 아빠의 착한 마음으로 자연스레 베푼 선행이 행운으로 바뀌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결론을 맺는다. 행운이 고모도 행운이 할머니가 직접 낳은 자식이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말을 더듬고 냄새나는 오복이를 따돌렸을 때 행운이가 나서서 오복이를 품어 준 것은 바로 할머니와 아버지의 약자를 향한 사랑과 아낌없이 베푸는 삶이 그대로 행운이에게도 이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므로...매일 쏟아지는 참담한 기사들로 마음이 무거운 나날들 속에 오월의 햇살처럼 다가 온 행운이와 오복이가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금 묻고 있다.


내 아이가 공부 잘하고 남들 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길 바라는가?
아니면 공부보다는 세상을 따스하게 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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