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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평점 :
인류의 역사는 몸의 역사이기도 하다.
언어 이전에 신체가 있었고,
환경에 변화하며 지금의 인류가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몸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인간의 탄생은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시작해
태아가 되어 어머니의 뱃속에서 자라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신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화가 진행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래빗홀의 한중SF단편선 <다시, 몸으로>는
이런 인간의 신체, 몸에 관한 여섯 작가의 이야기다.
핵심은 이렇다.
인간의 몸, 그러니까 신체가 없는 신인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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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고 미지근한 슬픔_ 김초엽
양봉업을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는 단하. 매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던 그녀 앞에 어느 날, 풋내기 침입자가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규은. 그녀는 단하가 자신을 초대했다고 주장하며, 대뜸 벌에 좀 쏘여봐도 되는지 묻는다. 규은은 곤충을 연구중으로 단하의 양봉장과 벌을 관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한다. 수년간 타인을 만나지 않았던 단하이지만, 왠지 규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벌을 중심에 놓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2️⃣내일의 환영, 어제의 휘광_ 저우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속에서도 언어의 변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급변하는 언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면 상대방과의 소통은 단절되고 만다. 그러나, 일부 어떤 인간들은 그 변화에 적응해 자유자재로 타인과의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모어까지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
✔️p.86 언어는 과거를 가장 잘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자기 고향과 교육 수준, 희망과 동경, 기쁨과 후회가 무의식적으로 말하는 방식에 반영되곤 했다. 뉴런은 대뇌에서 기억의 장면을 편집하고, 기억은 인지와 자아를 빚어냇다. 바로 그 사이에서 언어는 만들어진다.
✔️p.106 일단은 먼저 잊어야 해요. 그래야 기억할 수 있거든요.
3️⃣네, 죽고 싶어요_ 김청귤
갑자기 꺼진 도로로 추락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 공원에 반투명한 상태로 둥둥 떠 있었다.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의 안내로 백중날에만 열리는 다방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는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모습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을 헤매던 중 자신과 같이 몸이 반투명해진 아이, 수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수이, 은방울꽃의 관계를 차차 알아가게 되는데.
✔️p.156 어머? 보통 손님은 이곳에 못 들어오는데 어떻게 들어왔어요? 아하, 당신의 선의로 이곳의 문을 열 수 있었군요.
4️⃣난꽃의 역사_ 청장보
수문 거리에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알려진 샤오즈 할머니, 천메이란이 있었다. 천메이란은 대나무를 엮으며 사당 지킴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곧 죽을 것을 예감하고 자신이 키우고 있는 샤오즈의 새로운 입양인을 수소문하게 된다. 그녀가 제시하는 입양인의 조건을 그랬다. 첫째, 온 가족이 신의향으로 이사를 갈 것. 둘재, 나중에 아이가 더 생기면, 딸 이름은 반드시 ‘천메이란’이라고 할 것. 그녀는 왜이런 조건을 제시했던 걸까?
✔️p.183 양바오주는 다행이라고 생각햇다. 천메이란은 대화하기 좋은 사람 같았다. 심지어 자기 할머니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5️⃣철의 기록_ 천선란
✔️p.223 총감칩은 모두를 하나로, 신도시를 일구는 의식 없는 일꾼으로, 허영과 권위, 명예, 지배와 표출이라는 욕망에서 벗어난 소시민으로, 그리하여 인류를 신시민이라는 신도시의 주체로 태어나게 했지만, 단 하나로 통합할 수 없는 개인의 고유성은 한계의 차이를 발생시켰다.
6️⃣옥 다듬기_ 왕칸위
✔️p.264 이 제품에는 인공 지능 보조체인 ‘위’가 탑재되어 있고, 스마트 어시스턴트, 건강 모니터링, 감각조절, 지각 최적화, 감각 상호작용, 자율 성장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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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을 결정짓는 것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고유한 특징이 새겨진 신체가 사라진다면? 또한, 욕망을 통제하려 모든 감정과 감각을 차단한다면? 그것을 살아 있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으려 한다. 신체와 정신에 깃든 그 기록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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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hole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