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감수성 - 공동체의 본질에 던지는 일곱 가지 질문
구현주 지음 / 북인더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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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훌륭한 책이 2022년에 나와서 아직도 1쇄가 다 소진되지 않았다니 너무 합니다. 제 올해의 논픽션 중 한 자리에 올려봅니다.

최근에 아빠가 되신 박한슬 작가님 덕분에 알게되었는데, 자녀가 살아갈 세상이 어떤 사회가 되면 좋을지, 그런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가야하는지를 생각하며 읽으면 더 와닿을 책입니다.

제목과 표지의 카피로는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지 와닿지 않는데요. 목차들 자체가 아주 좋은 질문들이라 저자가 한 고민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저자 구현주님은 시민사회 현장 활동가로 십여 년을 보냈고, 사회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여 현장의 경험과 이론의 언어를 함께 빚어내셨네요.

솔직한 토로를 내부자 고발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의 공동체가 형성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졌을, 박원순 전 시장 시기로 대표되는 '마을만들기 사업'의 이론적 기초와 전략, 실행과정에서 드러난 현장에서의 모습들을 진지하게 탐구한 결과물입니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선의에서 시작했지만, 농한기에 정부가 나눠준 시멘트포대를 나르며 반죽해서 함께 신작로와 공동 빨래터를 만들면서 직접 유형의 결과물을 만들며 자아효능감과 연대의식을 느끼게 해줬던 새마을운동의 열화판이라는 소감입니다. 하필 인구 천만의 도시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도 이해할 수가 없고요. '한남사업'이 있었다고 '한녀사업'으로 맞불을 놓아야 했는지.

중앙과 지방정부는 복지의 영역에 집중하고, 인프라인 '공공의 공간'(복합커뮤니티센터, 도서관, 도시공원 등)을 시민들이 차별과 배제없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만 힘을 쏟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모인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종교나 사람을 도구로 쓰는 유사상업활동(종교, 다단계 판매 등) 외에는 개입하지 않았으면 하고요.

그리고, 자신의 돈과 시간, 인간적 매력을 쏟아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 그들의 동료 또는 지원자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공동체가 많아질수록 '동료 시민로부터 칭송받을 명예로운 공헌'으로 칭송받는 문화도 생길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인정욕구를 채울 수단이 너무 부족한 사회니까요.

저자 구현주님께서 활동가로 오래 일한 경험이 있어서 연구자가 참여관찰한 현장조사를 통해 나온 사회학 연구결과물이 얼마나 매력있는지 간만에 흠뻑 느꼈네요. 이 책을 내실 정도로 깊게 공부하신 분이 왜 박사수료 상태이신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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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시도 자체가 가능한가'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의 두 가지 가능성을 묻는 것이다.
- '오늘날'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가능한가.
-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사업으로' 가능한가.

130쪽

행정의 간소화 전략은 현장의 새로운 주민을 등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기보다는 기존 참여자들이 사업비리를 활성화시키는 데 더 많이 악용되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을공동체 사업 결과보고서의 회계 첨부서류를 허위로 만들기 위해 같은 날 사진을 10번 찍어 10회 모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사례도 인터뷰에서 확인되었다. 이들은 공동체인가? 이 공동체에서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위로받을 수 있을까? 그들과 함께하면서 이 마을을 따뜻하고 안락한 곳이라 느낄 수 있을까? 오히려 매일 다니는 스포츠센터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관계가 더 탄탄하지 않을까?

185쪽

마을공동체 사업의 목적은 단순히 주민의 욕구와 필요를 채우는 것이 아니었다. 주민자치를 위한 연습이 되어 결과적으로 주민자치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마을에서 일부 세력이 주도하며 새로운 주민의 성장을 방해함으로써, 형식적 공론장이 만들어졌다. 새롭고 다양한 주민이 자리해야 할 공론장에 껍데기만 남게 되면, 그 자리는 공적인 문제를 "비공공적으로 논의하는 소수의 전문가"와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소비자 대중으로 대체된다.

216-217쪽

신자유주의적 방법이 공동체주의의 방법들로 대체되지 않은 것은 한국사회의 결핍에 기인한다. 우리의 공동체 사상 및 운동은 자유주의의 팽창 속에서 성숙된 결과물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공동체는 충분히 경험되지도, 논의되지도 못했다. 전체주의의 동원 경험이 공동체운동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학연지연의 연고주의가 공동체주의로 왜곡돼왔다.
이상을 숙고하지 못한 채 진행된 오늘날 마을공동체 사업은, 새마을운동이 받았던 비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공동체주의라는 가치에 신자유주의적 개발의 방법을 적용하다보니, 가치마저 전복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동체사업은 '혜택 받는 사업'으로 일축되고, 공모사업을 통한 보조금 배분은 신자유주의의 경쟁논리를 강화할 뿐이다.

243쪽

공동체의 현장도 '공동체를 버려야만 공동체가 된다.' 공동체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우리'에서 나와야 한다. 공동체 만들기가 공론장으로 전망을 갖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열린 공(open)'을 실현해야 한다. 잘되는 공동체는 문이 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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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감수성 - 공동체의 본질에 던지는 일곱 가지 질문
구현주 지음 / 북인더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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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세대의 <새마을 운동>과 대비되는 민주화 세대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관이 개입하는 사업으로 시행된 결과에 대한 냉철하고 솔직한 그리고 빼어난 분석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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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도시공원
강정혜 지음 / 서울시립대학교출판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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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주의적으로 극단화되고, 가족 외에 1차 집단이 사라진 한국사회에서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도시공원이라는 처방전에 대한 간결하지만 깊은 정치철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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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도시공원
강정혜 지음 / 서울시립대학교출판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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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법조인들의 에세이를 읽었었는데, 사법부의 속내같은 눈에 확 띄는 에피소드가 없어서인지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책은 아니지만 <정의의 여신, 광장으로 나오다>가 <법정의 역사>와 함께 기억에 남더군요.
저자께서 한옥을 짓고, 꽤 오랫동안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를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시공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임에서 활동하시면서 논문을 쓰신 건 알고 있었는데, 도시공원의 중요성을 정치철학적으로 제시하는 책도 쓰셨네요.
어제 읽었던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가 고령자들을 위한 주거공간과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진 공동체를 제안했다면 이 책은 가족 외의 1차 집단이 모두 무너진 자본주의에서 개인주의와 공존하는 공동체주의가 유지될 수 있는 방안으로 도시 속 공유하는 녹지공간인 도시공원의 활성화를 제안합니다.
책의 주제는 5페이지 가량의 서문으로 잘 요약되어 있으니 서문을 보고 관심이 생기신 분들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아내와 몇년 전에 가봤던 시드니시는 외곽은 물론 고밀도 중심상업지구에서 15분 이내로 걸어나오면 관리가 잘 된 평지의 도시공원을 걸으며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책을 다 읽고 나니 한국의 국토환경과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를 고려했을 때, 저는 사람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커다란 공원보다는, 각 생활권마다 근린공원과 함께 건폐율이 낮은 아파트단지들을 잇는 회유식 산책로로 연결된 복합커뮤니티센터(도서관+공공키즈카페+데이케어센터+실내 운동시설+공연장+로컬 식료품 가게), 그리고 지자체가 임대하는 도시텃밭을 세트로 갖추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사는 세종시 다정동에는 1만 가구에 3만 명이 조금 못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도시는 이 정도 규모마다, 군지역은 읍소재지에 이런 시설을 갖추면서 축소도시로 가면 좋지 않을까요?
예전 학부시절에 지금은 은퇴하신 정치학자 김홍우 교수님의 <서양 정치사상사> 수업을 통해 영미 보통법의 법원(法源)에 대해 배웠는데, 이 책에서 중간중간 인용하는 정치사상가들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1215년의 마그나 카르타보다 2년 늦게 체결된 1217년의 삼림헌장에 담긴 공유지에 대한 접근이용권이 지금의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자크 아탈리식 '관계의 경제'로 삶의 방향을 틀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평생 온라인 속 관계를 주된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도 중요하고 은퇴한 직장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에 건강한 공동체 문화가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하거든요. 80년대 끝자락에 농촌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살풋이나마 경험해서 더 이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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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개인이 사라지면, 공동선을 이루는 공동체도 약화된다. 개인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공동체주의가 아니라 집단주의 또는 전체주의이다.
34쪽
공동체가 해체되고 개인이 해방될수록 국가의 권력은 더 강화되고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인습의 굴레에서는 벗어났으나, 고립과 외로움으로 인하여 단 하나 남은 조직인 국가에의 귀속감을 느끼면서 파시즘이나 공산주의의 발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49쪽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점점 팽배해져 개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을 이 사회로부터 소외시키면서 자신만을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 주체로 만들어 가고 있어, 결국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은 모두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개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모든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줄 수는 없으며, 이익은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사회에 전가하는 체제는 유지될 수 없고,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국가의 인력과 재정의 한계와 그 집행에 있어 엄청난 거래 비용이 소요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며, 그런 문제 전부를 국가에 맡기게 되면 국가의 개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자초하는 결과가 될 위험이 있다.
133쪽
이와 같이 토지 소유권이 없는 사람들은 커먼즈라는 공유지에서 땔감, 식량과 같은 자원을 의존하였고, 이곳은 그들에게 생계수단 역할을 했고 실업이나 낮은 임금에 대한 안전망의 역할을 했다.
또한 이곳은 노인들이나,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보장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추수가 지난 후 이삭을 줍고 땔감을 모아 겨울을 났고 아이들은 나무 열매를 줍거나 수풀 속에서 딸기류를 땄으며, 가축인 돼지, 양을 돌보거나 목초지에서 양털을 모았다.
150쪽
산림헌장은 대표적인 커먼즈인 물, 음식, 연료, 주거지에 대한 소작인들이나 평민들의 접근이나 이용을 성문으로 권리화하여 국왕에 의한 공적 통제와 귀족에 의한 사적 통제로부터 보호하였다는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다. 커먼즈에 대하여 관습 또는 관습법으로 내려오던 것이 성문법화되어 그 존재를 공시하고 명문화한 것이다.
오늘날 도시의 도시민들에게는 커먼즈의 한 종류인 공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나 이용권이 있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164쪽
우리나라의 전체 국토의 63.5%가 삼림이다.
(중략)
그런데 시민들이 별도의 시간이나 비용을 들지 않고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로수, 학교숲, 근린공원 등 밀착용 도시림(생활권 도시숲)은 전체 국토의 0.5%, 전체 도시림 면적의 3.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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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한 초고령 사회 공간 솔루션
김경인 지음 / 투래빗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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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5년쯤 후에는 제 문제가 될 일이고, 제 목표가 최대한 오래 제 집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기에 평소에 관심있었던 주제입니다. <공간혁명>을 읽고서 신기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미 신경건축학 전문가가 계셨었다니.

일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70~80대 고령자들의 인구구조상 비중이나 일터에서의 빈도 등으로 인해 화장실이나 근린공원 등의 공중공간에서 고령자들의 신체적 능력과 불편함을 배려한 공공디자인과 시설물들을 인상깊게 봤었습니다. 교토대학교에서 공부하시고 오신 분이라 일본의 사례들을 많이 소개해주시네요.

실버타운 입주를 왜 추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견도 공감할 수 있었고, 우선은 노인이 거주하는 집부터, 그 다음으로는 노인들의 활동공간인 도시나 마을의 공용공간과 커뮤니티시설을 어떻게 바꿔야할지에 대한 제안들도 동의합니다.

저자께서는 2014년에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는 책을 쓰셔서 학교의 건축디자인을 비판하시며 바꾸자고 하셨던데, 현실로 그다지 반영된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 분이 건축사 자격도 있으셔서 실제로 고령자 주택이나 데이케어센터 건물 프로젝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아니면 대학교수로 안착해서 스피커를 쥐었더라면 초고령사회에 맞는 공간 솔루션을 좀 더 현실로 관철시킬 수 있지 않았나 싶어 아쉽네요.

이 다음 책에서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의 공간적 특성에 맞는 고령자 주택이나 커뮤니티센터의 공간유형을 평면도 등을 통해서 제안해주시면서 이 책 말미에 나온 것처럼 지속적으로 세대간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디벨로퍼의 관점을 반영해서 제안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치유농업의 신체적 정신적 효과를 높이 평가하다보니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된다면, 도시 근교의 농촌마을에 거주하는 것도 괜찮아보이는데, 노후 귀촌자가 시골에서는 기존의 마을회관이나 주민들 모임 외에 커뮤니티활동을 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세종시의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저자가 제안하는 복지시설의 복합화의 좋은 사례이긴 한데, 특별회계 재원으로 만들어진 신도시가 아닌 기존의 도시나 마을에서 어떻게 설치하고 운영비용을 부담할지 가늠이 안됩니다.

이 책에서는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데이케어센터 등을 실제로 운영 중인 분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고요.

저는 가급적이면 노인들 자신의 참여와 노동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나 공간을 확보하도록(자신들도 일부 건축 및 유지관리비용을 지불하고)하는 것이 그 공간에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라 생각이 되어서요.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는 이동능력과, 장을 봐오고 간단한 한 끼식사를 준비하는 인지능력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옷을 벗고 입을 수 있어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할 수 있는 나이까지만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나거나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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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람들에게 집을 떠난다는 것은 그저 장소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기억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59쪽

벤치가 없는 것은 노인에게 신체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쉬어갈 곳이 없다면 피로를 우려해 외출을 꺼리게 되고, 외출 빈도가 줄어들면 신체 활동이 감소하여 근력이 약해지고,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외출은 노인에게 사회적 교류와 정서적 안정을 주는 중요한 시간이다.

69쪽

아파트 단지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필수적으로 설치되지만, 실제 이를 이용하는 어린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늘어나는 노인의 수에 비해 노인이 운동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은 거의 없다.

93쪽

이러한 분리 구조는 각 시설을 특정 집단만을 위한 배타적 공간으로 만들어 다른 집단에게는 불편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장소로 인식되게 한다. 결과적으로 복지시설은 지역 사회로부터 소외되면서 혐오시설로 여겨지기 쉽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지시설의 복합화가 필요하다. 복지시설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105쪽

고령자가 가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면 장기 요양시설 입소자를 줄일 수 있어 사회적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재가 서비스와 방문 의료를 통해 고령자가 집에서 자율성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더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된다.

146쪽

(일본의 요양시설은) 1990년대부터 1인실이 도입되었고, 2003년부터는 1인실이 의무화되었다. 자신의 공간이 침대에서 침실이 된 것이다. 1인실은 입소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181쪽

순환 산책로는 하루 30~40분 정도로 완주할 수 있는 1,000~2,000m의 길이로 설계하는 것이 적당하다. 이 정도 길이는 노인이 반복해서 걸을 수 있는 거리로, 꾸준히 신체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6쪽

셰어 가나자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세대 간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곳에 입주한 학생들은 저렴한 임대료 혜택을 받는 대신, 단지 내 어린이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매월 30시간의 봉사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세대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자연스럽게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단지 내에 입주한 외부 사업자들도 지역 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위해 최소 1가지 이상의 지역 공헌 활동을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23쪽

복합화된 복지시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온천, 식당, 까페 등 상업시설을 함께 운영하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방문이 늘어나며, 이는 수익 창출로 이어져 시설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특정 계층에 한정된 기존의 복지시설과 달리, 복합공간은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 안정성과 사회적통합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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