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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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외국작가가 쓴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은 영미권과 일본, 그리고 몇년 전부터 유행한 요 네스뵈 등의 몇몇 북유럽 작가들뿐인줄 알았죠. 예전 페친님을 통해 찬호께이를 소개받아 작년에 <13.67>을 읽고서야 홍콩 추리소설(대만출신이긴 하지만)도 있다는 걸 알았네요.

<13.67>은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도 높으면서 반 세기 동안의 홍콩 현대사에 대한 비유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더 감탄했던 것 같네요. 저는 추리소설을 많이 읽을 편이 아니지만 전형적인 사건과 인물에서 시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시간구성과 기억이라는 장치를 조작해서 전혀 예상못했던 결말을 이끌어 내는 솜씨에 감탄했었죠.

운좋게 중고로 구한 이 책은 <13.67>이 국내에서 히트를 친 후인 작년에 번역된 작품이지만 <13.67>보다 더 이른 2011년에 출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고한 데이빗 보위의 곡에서 따온 원제보다 번역본의 제목이 내용을 이해하기는 쉬운 것 같네요.

찬호께이는 이 작품을 쓸 때 이미 이미 작가로서 원숙한 경지에 올랐더군요. 미세하게 <13.67>이 좀 더 좋다고 생각되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취향탓인 듯 합니다. 이 책에서 전 린젠성이 도주 중에 발생시킨 교통사고에 대한 설정 외에는 허술하다거나 무리해보이는 부분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엔 천재들이 참 많아요 ㅎㅎ

찬호께이가 one hit wonder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해서 기쁘고, 앞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서 나왔으면 좋겠네요. 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자신있게 권해봅니다. 특히 홍콩을 한 번이라도 다녀오신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듯 싶네요.
(전 작품의 주 배경이 예전에 2주간 머물렀던 홍콩대 주변의 센트럴이라 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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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열두 달 우리 바다 물고기 이야기
황선도 지음 / 부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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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등어 연구로 학위를 받으시고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일하고 계시는 황선도 박사님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16종의 물고기들에 대해 일년 열두 달 월 별로 소개한 책입니다.

생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들이라 '입질의 추억'과 같은 블로그처럼 깊이 파고들진 않더군요. 생선 명칭의 어원과 효능에 대해서도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어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냥 자주 생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는 정도로 무난한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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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명태는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류이다. 1980년대 중반 전 세계 어획량이 600만 톤을 넘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40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93쪽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는 머리, 엄밀하게 말하면 귀 속에 이석을 가지고 있다. 이석은 칼슘과 단백질이 주성분으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한다. 이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

121쪽

(넙치) 횟감으로는 너무 큰 것보다 2~3kg 정도인 것이 적당하며, 표면이 매끄럽고 살이 투명하며 흰색이어야 신선하다. 측편형인 넙치는 보기와 달리 총무게에 비해 포로 떠지는 살이 방추형인 우럭보다 더 많아 경제적이다. 회를 치고 남은 뼈는 매운탕보다는 싱건탕으로 먹길 권한다. 이 때 미역을 넣어 보시라. (넙치미역국 정말 굿~!)

176쪽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차이가 없으나 가을이면 유독 지방 성분이 최고 3배 정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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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치는 고양이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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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 읽을 시간 확보하기가 쉽지 않네요. 지난 한 달 동안 논픽션만 줄창 읽어서 그런지 소설이 끌리더군요. 긴 호흡으로 읽을 여유가 없어서 단편집을 찾았고요. 

이화경선생님의 아홉 편의 단편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품마다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셔서 중간에 같은 작가가 맞나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노련한 무사가 창, 검, 도, 곤, 권으로 십팔반무예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죠. 

단편들을 넘겨가면서 제가 좋아하는 김애란, 천명관, 박민규, 김연수, 최인석씨의 소설들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가네요. 입담이 좋으시고, 소재에 대해서 공들여 관찰하고 느낌이라 겹쳐보였던 것 같습니다. 

아홉 편 중 특히 <화투 치는 고양이>, <초식>, <不聽 竟欲之 受笞一百而去>, <산딸기며 오디며 개암 열매며,>가 제 취향에 와닿았습니다. <에어 베드>의 마지막 문장도 정말 찡했고요. 

<화투치는 고양이>는 저도 어릴 적 조회 때마다 시키던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받침도 많고 발음이 꼬이기 십상이었던 기억도 나고, 시골에서는 애가 야뇨증이 있거나 소심하거나 하면 두꺼비, 오리피나 닭피 등 별걸 다 먹이고 했던 걸 봤던 지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다만, 제가 민화투 룰 밖에 몰라서 할아버지 이야기 중에 이해를 못하는 부분들이 아쉽더라구요. 

<초식>은 도축장 도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의 모습과 지극히 무감정인 작업절차들을 작품 속 인물들의 인생경로와 대비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제 몸도 스무 살 때 다 크고 나서는 먹고 싸고 있을 뿐이네요. 이 말많고 타이핑만 많이 하는 덩치 큰 생물은 해체하면 막말곱창과 무지힘줄, 욕심살만 나오니 해체하는 것도 돈낭비죠. 소돼지는 해체하면 버릴 게 없는데. 도부의 작업 절차에 대한 묘사가 생생한 것도 좋았습니다. 

<불청 경욕지 수태일백이거>는 제목을 한자로 써야 맛이 나네요. 두 시공간의 이야기가 겹쳐있는데 '스무 살'이 상란을 사랑하면서 얻게 된 득의회심에 대한 열변이 자못 설득력이 있었고, 그 일갈에 대한 향좨주의 태형 일백대 요법이 배앓이에 약손처럼 그럴법 하더군요. 태형은 회초리 정도의 도구를 썼다니 곤장처럼 석 대를 맞아도 살점이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럽진 않았겠지만 그냥 그렇게 좋다는데 감사합니다 하고 예뻐해주지 뭘 그리 튕겼는지 --;

<산딸기며 오디며 개암 열매며,> 부모들의 그런 사랑놀음을 봤으면 이럴 법 하네요. 병식이의 장례식장에 먼저 갔다가 그녀와 만났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었을까 싶더군요.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시골출신이 아니면 '개암'이 뭔지 모를 수도. 도토리랑 밤을 섞어놓은 모양인데 개암이 바로 '헤이즐넛'이라네요. 헤이즐넛 커피향은 절대 안나더라구요. 혹부리 영감처럼 개암열매를 섣불리 이로 깨물어 까먹으면 치과 신세를 져야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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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목수들 : 한국 -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 젊은 목수들
프로파간다 편집부 지음 / 프로파간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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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일에는 전혀 재능이 없는데 옷, 그릇 등에서부터 시작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인테리어로 흘러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원목가구로까지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

여느 초보처럼 저도 신혼가구를 집성목이나 무늬목으로 디자인 예쁘게 뽑고 색깔도 포인트를 잘 주거나 화사하게 만든 공장 가구를 샀죠. 그런데 막상 4년을 써보니 그런 가구들은 흠집나면 못생겨지고, 레일이 뻑뻑해지거나, 짜맞춤이 부실해서 흔들흔들하더라구요.

그래도 책장과 협탁은 소나무 원목 공방에서 제대로 만든 물건을 샀더니 역시 가장 만족 스럽습니다. 공장 제품보다 두 배 비싼 이유가 괜한게 아니었죠. 물론, 카레 클린트처럼 고급스럽고 합리적인 가격의 가구 브랜드도 있지만요.

벼락부자가 속출하던 산업혁명시기 영국에서 귀족들이 새로 이사온 부르주아 이웃들을 뒷다마하던 소재 중 하나가 '저 집은 가구를 샀대.'였다는 말이 어떤 문화에서 나왔는지 알겠더군요.

이러던 차에 북미산 블랙 월넛 통판으로 만든 라이브엣지 테이블 실물을 보고 원목가구에 빠져들었습니다. 예술품은 바라보는 대상이지만 원목가구와 같은 공예품은 심미적인 만족과 함께 실제로 사용하는 만족감까지 주는 장점이 있어서 집에 예술품을 들이는 기분으로 살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요즘 2년 후에 입주할 아파트에 어울리는 원목가구로 뭐가 좋을지 미리 찾아보고 있고요. 우리나라의 원목가구 공방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14곳의 공방 또는 원목가구회사를 운영하는 오너의 과반수가 저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목수들이더군요. 그래서 동년배들의 저와 다른 삶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저는 소개된 곳들 중 '프레그셋'과 '밀로드'가 가장 인상깊고 업에 대한 철학이 와닿더군요. 실물로 못보긴 했지만 사진으로 본 개별 작품중에서는 프레그셋의 'Whale Daybed'와 'Cloud Desk' 그리고, 밀로드의 'G shelf', 컴플리트 파이브의 MS-AV Board_01 거실장, 메이앤 공방의 락킹 체어 ROO, 정재원 가구의 'Heel Stool' 등이 맘에 들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 나오는 원목가구 쇼룸도 구경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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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나무는 소중한 자원이다.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그것으로 만든 가구를 오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오래 쓸 수 있는 디자인은 과하지 않은 것이다.

41쪽

서비스에서도 큰 차별점이 있는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구와 함께하는)'시간'이다. 사람들이 가구를 5년 정도 사용하다 버리고, 교체하는 케이스가 많다. 이케아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바른 소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우처 제도라는 것을 도입하게 됐다. 가구를 오래 사용할수록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다.

61쪽

디자인만 하면 가구를 예쁘게 잘 만드는 걸로 끝나지만 운영을 하고 배송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각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특성과 사이즈까지도 고려하게 된다.

77쪽

의자의 경우 기성품을 많이 사신다. 나도 그렇게 권해 드린다. 왜냐하면, 금액대가 훨씬 비싸니까. 사실 의자를 만드는 게 테이블 하나 만드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게 힘들다. 그렇다고 테이블 가격을 받을 수는 없다. 기성품들이 워낙 저렴하게 나온다.(공장제 카피 의자)

187쪽

보통 혼수를 여자가 해 가지 않나. 가구에 값을 지불하는 건 장모라 자연히 가구 디자인의 취향 역시 장모의 취향을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시댁 쪽에서는 "걔네 가구 어디서 해 왔대?"가 중요하다. (중략) 말하자면 디자인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장모의 영향력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개개인의 취향이 많이 가미됐고 이제는 비로소 디자인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258쪽

길종상가의 모든 가구는 평생 A/S가 보장된다. 이것도 물건을 더 튼튼하게 만들게 되는 원동력이다. 평생 A/S가 말이 쉽지, 꽤 번거로운 일이다. 그러니 아예 고칠 일이 생기지 않게 튼튼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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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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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그럴싸한데 좀 실망했습니다. 공저자들이 MIT 슬론경영대학원에 재직하시는 정보경제학 전공자시니 당연히 학문적으로 출중하기야 하겠지만 인사이트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냥 본인들 분야 경영학 머터리얼 케이스 스터디 내용들을 정리한게 아닌가 싶은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들을 불필요하게 반복하기도 하고 해서 그리 공들여 썼다는 느낌도 안들었고요. 제가 보기에는 숙련편향적인 노동시장 재편과 인공지능, 로봇기술을 발전으로 알고리즘 짜기 쉬운 직업들부터 사라지는 추세인 게 확실한데 어떻게든 이를 명확히 인정하지 않고 최대한 낙관적으로 살펴보는게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미래가 제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본인들도 다 인정하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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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쪽


역사적으로 보면, 고래 기름에서 말의 노동력에 이르기까지, 한 때 가치 있었던 생산의 여러 투입량들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것들은 설령 가격이 0이라고 해도 오늘날의 경제에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다시 말해, 기술은 불평등을 낳을 수 있는 것처럼 실업도 낳을 수 있다.


299쪽


역소득세-밀턴 프리드먼의 'negative income tax'(음의 소득세)는 기본 소득을 노동 유인책과 결합시킨다. 소득이 기준선(2013년 기준 약 2만 달러) 보다 낮은 사람은 1달러를 벌 때마다 총소득은 1.5달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설령 일을 해서 얻는 임금이 적다고 할지라도, 일을 시작하고 일거리를 더 찾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 또 그들은 세금 환급을 위해 소득을 신고하려고 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파악하기 쉬운 주류 노동력의 일부가 된다. 게다가 역소득세는 실시하기도 비교적 쉽다. 이미 있는 기반 시설을 이용하여 세금을 계산하고 환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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