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 - 글로벌 금융전문가 이도헌의
이도헌 지음 / 스마트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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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페친님들을 통해 추천받은 책입니다. 저자 이도헌님께서 ‘왜 잘 다니던 금융기관을 그만두고 돼지농장 대표가 되었는가?’라는 지인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게 되었다고 하시네요.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유식한 체나 남의 생각 인용 없이 오로지 본인의 경험과 고민을 담은 책이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잘 읽힙니다. 책에서 사용한 단어들도 쉬운 말이고 중간중간 핵심내용들을 장표로 간결하게 정리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대중교양서 글쓰기의 모범인 것 같아 본받고 싶네요.

작년에 읽었던 우치자와 준코씨의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가 일회적인 가정 내 양돈을 통해 생태주의 축산에 대한 체험수기였죠. 반면, 이 책은 국내에 5천 곳도 안되는 양돈농장의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과 고민들을 도시에 사는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돼지사육에 대한 책을 두 권 읽은 사람이 흔하진 않겠지만 제가 일주일에 돼지고기를 먹는 끼니 수를 생각해보면 소비자로서 관심을 가지고 책 한 권쯤 찾아볼 필요는 있지 않나 싶습니다.

몇 년 전 스페인 자전거여행 때 날마다 한 끼는 하몽을 듬뿍 올린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면서 나중에 나이들면 하몽만드는 기술 배워서 값싼 국산 돼지 뒷다리살의 부가가치를 올려봐도 좋겠다 싶었는데 이미 누가 하고 있겠죠? ㅎㅎ

홍성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만해 한용운 선생의 고향, 국내에서 관측된 가장 높은 진도의 지진이 발생한 곳 정도 밖에 없었는데 2016년 6월 기준으로 돼지 54만두를 키우고 있는 국내 최대의 양돈지역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요. (돼지고기 매니아라면 성지로 경배하셔야)

첫 파트인 <인생 후반전을 열다>에서는 금융 비즈니스의 유목민으로 살았던 저자가 새 출발을 위해 세운 세 가치 원칙과, 사업아이템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할 요인들에 대해 공감하고 또 감탄하며 읽었네요. (직접 보시라고 구체적인 내용은 옮기지 않겠습니다.)

두 번째 파트 <돼지농장으로 출근하다>에서는 돼지농장 대표로서 장기적인 농장의 장기적인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고민과 시도들을 지켜보면서 왜 기존 양돈인들이 원가절감과 대형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호응이 좋다고 들었던 박찬일 쉐프님이 버크셔K 품종 돼지로 만든 돼지국밥집처럼 식당 종사자와 소비자들이 좋은 재료를 찾아야 농장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노리는 경영전략을 짤 수 있겠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방향으로 갈 거라 봅니다.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방역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도 처음 알게 되었고요.

세 번째 파트 <경계인의 눈으로 본 농촌과 도시의 삶>은 책 제목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내용들이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면단위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저와 반대로 전세계 유수의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충남 홍성군 결성면으로 옮기신 입장을 들으니 반갑더군요.

1인당 온실가스 배출 세계 3위국의 도시민들이 누리는 편익의 대가가 이상기후로 돌아와 농촌에 입히는 타격에 대한 소회나 농촌생활을 경험한 세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디어마저 농촌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생기는 단절에 대한 내용, 대한민국헌법 제121조(경자유전)와 그 구체화법인 농지법에서 ‘농촌·농민과 대한민국 간의 약속과 합의’를 읽어낸 부분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OECD 최저수준인 식량자급률의 제고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국산 돼지의 항생제 오남용 우려에 대한 항변은 일부 설득력이 있었지만 의구심이 다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식품의약품검사법’에 따라 도축시 무작위로 잔류항생제 검사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2016년 8월 농림식품부에서 발표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2016-2020)>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사육하는 가축의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이 기준치 이내이긴 하나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마지막 파트 <지속가능한 상생의 길을 꿈꾸며>에서는 도시인들의 눈에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농촌사회에서 계속 유지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관찰과 바이오가스 발전소 사업제안 경험담이 인상깊었습니다. 매칭펀드 방식이 장점이 많긴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사업제안을 사실상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생각못했던 부분이었고요.

축산분뇨 발전 문제는 전부터 생태학쪽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아직 성공적인 모델이 없는지 몰랐습니다. 어릴 때 시골 외갓집 근처 백수십 마리를 키우던 돼지농장에서 나던 악취를 떠올려보면 이런 부분에 정부 R&D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게 아닌가 싶네요. <똥이 자원이다>와 <똥도 자원이라니까>를 쓰셨던 인류학자 전경수 교수님도 생각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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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쪽

나에게 양돈업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반도체 산업의 성패는 수율,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개수가 좌우한다.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첨단의 생산 시설과 현장 생산자의 세심한 노력이 중요하다.

46쪽

업계 분위기를 들어보니 의외로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돌아와서 농장을 승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괜찮은 사업이 아니라면 굳이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162쪽

대한민국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소유한 농부는 농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농지를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평생 농사짓던 농부가 땅을 잃고 터전을 떠나 다른 생업으로 전환하여 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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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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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이라는 말 덕분에 유명해진 책인데 정작 리베카 솔닛이 이 말을 만들어낸 건 아니고 사람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 영향을 끼친 정도더군요.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언론 기고글 모음집인데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보기 드문 완성도의 글쓰기의 보여줬던지라 찾아 봤습니다.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생각들이 실이 베틀을 거쳐 천이 되는 것처럼 이어지는 맥락 중심의 글쓰기(물론 그 중심에는 솔닛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인 페미니즘이 있습니다만)가 역시 매력 있습니다제가 그동안 주로 접해온 문장들과 달라서 종종 난삽하게 느껴지기도 하고몸에 안맞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지만요.

 

문돌이의 페미니즘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진화심리학에 기반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앞으로 솔닛의 책을 또 찾아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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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누군가 내게 편지를 보내 대학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강사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강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젊은 여학생들은 자신이 늘 교묘한 방식으로 경계하고세상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사전에 조심하며기본적으로 아주 자주 강간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내게 글을 쓴 남자가 덧붙이기를남학생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따고 한다.). 그들의 세상을 가르는 간극이 일순간이나마 갑자기 가시화된 느낌이었다.

 

107

 

베일의 역사는 깊디깊다지금으로부터 3천년도 더 전인 앗시리아 시절에도 베일이 있었는데당시에 여성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점잖은 아내와 과부들은 베일을 써야 했고창녀와 노예 여자아이들은 베일을 쓰는 게 금지되었다베일은 일종의 프라이버시의 벽이었고여자가 한 남자의 소유라는 표지였으며휴대 가능한 감금용 건축물이었다.

(이젠 결혼식 때도 신랑이 베일을 올리는 모습을 거의 못본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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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아웃 네이션 - 2022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들
루치르 샤르마 지음, 서정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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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은 모건스탠리에서 15년 넘게 일해 왔고 이 책을 펴낸 2012년 당시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이었던 인도계 루치스 샤르마가 앞으로의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할 신흥국들을 분석한 책입니다.

 

학자들이 쓴 책과 같은 통찰력을 기대하기 보다는 2012년 시점에서 경제지에 실리는 신흥국에 대한 기획기사들을 한 사람의 시각에서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전 고등학교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폴 케네디 교수의 <21세기 준비>와 비슷한 느낌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강대국의 흥망>에서 일본의 부상을 예측했다가 빗나가긴 했지만 <21세기 준비>에서 폴 케네디 교수는 21세기에 가장 대비가 잘 된 국가로 한국을 꼽았었지요그 당시에 저는 이 할아버지가 한국을 참 모르네 하고 어이없어 하며 읽었는데 근 20년 후에 보니 폴 케네디 교수가 맞았죠육민혁님께서 쓰신 <글로벌 금융탐방기>와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저자 루치스 샤르마 자신이 말하듯 5년 이상의 장기 전망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영향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저자가 이 책을 펴낸 2012년에서 5년이 지난 2017년 시점에서 저자의 예측을 점검해보며 읽으니 재미이었었습니다.

 

저자가 필리핀을 가능성 있다고 본 점이나 칠레를 빼놓은 건 의문이 들긴 합니다하지만 책이 나온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을 신흥국에서 가장 유망한 금메달 주자로 봤던 점이나 중국경제의 투자추세와 소위 당시 바람이 불었던 브릭스(BRIC)에 대해서 유보적으로 보면서, 2012년 기준으로 멀지 않은 시점에 원자재 버블이 꺼질 것이고세계경제는 평균적으로 연간 3%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 거시적인 시각은 대부분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뭐 북한의 주민들을 통일이 되면 곧바로 산업에 투입될 수 있는 잘훈련된 인력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기본적인 이해력이 의문가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수십 개의 신흥국을 챙기는 입장에서 인상비평으로 인한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나름 잠재력있는 신흥국으로 평가받는 각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약점잠재적인 기회와 취약한 리스크 등 분석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OECD통계나 산타크로체님의 포스팅에서 본 현재의 그 나라의 상황하고 비교해보니 더 재미있네요.

 

터키의 에르도안이 집권하게 된 과정과 경제발전을 추진한 전략과 영향을 미쳤던 요인들에 대한 제8장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이 2012년 당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과대평가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도 인상깊었고세계적으로 볼 때 아주 성공적이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역부족으로 뒤지는 은메달리스트 대만의 한계도 잘 포착하고 있었습니다.(2012년엔 이미 이런 인식이 퍼진 상태였는지 저는 잘 몰라서요.)

 

또 두바이의 신기루가 꺼지고 민낯이 드러난 중동의 산유국들은 정말 암담해 보이네요아람코의 상장과 같이 마지막으로 아껴둔 카드까지 다 써버리면 세금도 안걷고 팔 물건이라고는 석유와 천연가스밖에 없는 생태학적 한계지대에 위치한 나라들이 어떻게 지탱할지 걱정될 정도입니다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리라 생각은 안하지만 황금의 샘이 종말을 맞이하면 이 지역의 정치적인 파국이 미칠 세계적인 영향이 어떨지 아득하네요.

 

물론 금메달리스트 한국도 산적한 문제들이 많지만 이제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하더라도 기업이 뇌물을 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개발독재 모델의 승계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퇴장했다는 점은 지난 5년 동안 성취한 뚜렷한 발전인 것 같습니다.

 

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총투자율이 낮고그 중에서도 도로철도항만 등에 투자된 비중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낮은 국가들이 노동과 운송비용이 높아 국제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고 그 결과로 경제성장에도 제약이 되고 있는 걸 보면 SOC 투자에 대해 지나친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을 보니 푸틴의 러시아가 석유천연가스광산 등에 의존하는 국영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제조업과 금융업의 취약성은 여전한 것 같아 제가 러시아의 존재감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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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988년에 개정된 (브라질)헌법은 무상 보건과 무상 대학교육을 보장해주었다또한 최저 임금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근로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경제학자들은 큰 정부가 나쁜 정부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정부 지출이 1인당 국민소득의 추이에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우리나라 일부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반값등록금최저임금 시급 1만원 등의 정책들하고 비슷한데 과연 재원마련 방안은 있을까요참고로 브라질은 이렇게 됐습니다,)

정부 규모가 확대된 데 따른 비용을 추당하기 위해 세율을 올렸고그 결과 세금부담이 신흥국에서 가장 높은 GDP 대비 38%에 이르렀다이는 노르웨이나 프랑스 등 유럽 복지국가의 세금 부담에 맞먹는 수준이다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에서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부담이 이처럼 과중하다는 것은 기업이 첨단기술이나 직원교육에 투자할 돈이 부족하고그 결과 산업의 능률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163

 

러시아는 2007년 연금 지급을 대폭 늘려서 실질 임금 대비 연금지급액 비중이 25%에서 40%로 급증했다현재 러시아 국민 절반 이상이 국가에서 생활비를 받고 있다그중 40%가 사회복지수당 수급자이며 12%는 정부공무원이다경제에서 국유부문의 비중이 자그마치 50%에 이른다.

(이런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동안 푸틴을 열렬히 지지할만 하네요그런데 지속가능해보이지 않습니다.)

 

244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을 파악하는 규칙 중 하나는 제1도시와 비교해 제2도시의 규모와 성장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다면적이 큰 나라의 제2도시라면 제1도시 인구의 30~50% 정도가 거주하는 것이 보통이다이러한 인구비율은 그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지역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266

 

금융위기가 임박하면 자금이 세 단계에 걸쳐 이탈한다먼저 대형 투자자들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돈을 이전한다신흥국들 대부분에 자본 유출을 규제하는 법규가 있기 때문이다비공식 경로를 이용한다는 말은 자본 이탈 사실이 해당 국가의 국제수지에 표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하지만 국제수지 보고서를 보면 그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오차와 누락이라는 포괄적인 항목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 번째 이탈자는 외국인 채권자들이고세 번째 이탈라자는 현지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들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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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투 원 - 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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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 성공한 경영자들이 쓴 책들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과연 본인이 직접 썼는지도 의구심이 나는 책들이 많아서도 그랬지만 나심 탈렙의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그런 책들에 더 손이 안가더군요제가 스타트업을 할 것도 아니다보니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책을 추천하셨던 페친들의 안목을 믿고 샀습니다.

 

<Zero to One>은 페이팔을 설립했고 벤처캐피털 투자자로서도 성공을 거둬온 피터 틸이 모교인 스탠포드대에서 스타트업에 대해 강의했던 수업 내용을 모은 책입니다책이란 정말 고마운 매개체입니다피터 틸의 스탠포드 로스쿨 한 학기 강의를 이 책 한 권으로 맛볼 수 있으니까요.

 

지인을 말을 들으니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필독서라고 합니다스타트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현대 지식과 산업의 최전선에서 인류의 지평을 넓혀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있는지 접해보기에 좋은 책입니다피터 틸이 스탠퍼드 로스쿨을 나와서 로클럭까지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글도 전달력 있게 참 잘 쓰네요.

 

엔지니어 페친님께서 아침을 맞으며 <문명6>의 오프닝 곡을 들으신다는 글을 봤던 기억이 나네요자신의 일을 하면서 인류가 성취한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사명감에서 나오는 기분 좋은 투지가 참 멋지게 보였습니다이 책을 읽은 내내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에 서평이 아닌 저자에 대한 경의를 바치는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로 투 원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더 와 닿더군요피터 틸의 통찰력있는 조언들이 곳곳에 있어서 다 적자니 인용할 곳이 너무 많네요그냥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사이즈도 작고 250페이지 남짓이라 금방 읽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맺는 말인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장이 특히 좋았습니다실제로 인류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겸손하고 창조의 기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래학을 가지고 약장사하는 사짜들은 얼마나 강심장이기에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고 다니는지 원.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미래를 보는 관점이 불명확한 낙관주의자로 분류되는 제 자신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분들에 대해 존경할 줄 아는 공공기관 문돌이가 되려고 합니다개별 컨설턴트에 가까운 제 업이 주는 허무주의를 일상의 안락함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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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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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유인원에서 진화하게된 도약의 발판을 '화식(익혀먹음)'으로 논증한 뛰어난 번역서적이다. 그런데 이 책이 수준 미달의 편집자를 만나서 흙 속의 진주처럼 묻혀버렸다. 처음에는 번역자의 기본기 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옮긴이의 후기를 보니 출판사 편집자의 고집이 문제였던 것 같다.

 

<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 이라는 훌륭한 제목을 뜬금없이 <요리본능>이라고 옮기다니. '화식'이나 '익혀먹기'이라고 표현하기가 어렵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면 차라리 '조리'라고 하던가. 이 책의 뒷표지를 보면 내 판단이 지나친 억측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요리사다!!'라는 뜬금없는 카피나 아래 문장 모두 함량미달이다. 게다가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도 평소 그의 글과 달리 절반쯤은 쓸데 없는 소리고. 게다가 가장 어이가 없는 건 다른 ...추천자인 에드워드 권의 추천사다. 도대체 이 책하고 연관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이 책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쓴 게 뻔히 보이는 추천사를 그대로 실은 편집자를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에드워드 권의 이름이 주는 후광을 이용하려고 했다지만 이런 똥글을 그대로 실어주는 건 패기를 넘어 자기 일을 내팽겨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정말 좋은 책에 어울리지 않는 표지에 화가나서 말이 길어졌네. 이 글도 좀 길지만 평소에 생식을 하시거나 이를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침팬지를 연구한 영장류 인류학 전문가인 리처드 랭엄은 인류와 침팬지와 인류의 조상이 갈라진 가장 큰 원인을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익히지 않는 음식만 먹고 사는 사회는 없다.'는 사실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그는 다음과 같은 화식가설로 약 200만년 전 하빌리스 중 일부가 성공적으로 이뤄낸 극적인 진화의 도약을 설명했다.

영장류의 경우 대부분의 신체기관은 체중을 이용하여 그 크기를 거의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데 소화관은 섭취하는 먹을거리의 종류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인간의 경우는 소화관이 다른 영장류의 60% 남짓에 불과하다. 대신 인간의 뇌는 신체비율 대비 매우 크고 대사량과 무관하게 섭취하는 칼로리의 20%이상을 소모한다. 날기 위해 소화관을 짧게 하고 어깨근육에 투자한 새의 경우처럼 일종의 교환(trade-off)을 선택한 것이다. 먹을거리를 가능한 잘게 부수고 불의 열기로 익히면 영양소 흡수율이 평균적으로 23.4%가량 향상되고, 소화에 소모되는 칼로리가 10%정도 감소한다. 인간은 질기거나 단단한 먹을거리들을 불로 익힐 수 있는 덕분에 하루에 6시간 이상 음식을 씹으며 보내는 침팬지보다 훨씬 작고 나약한 턱근육과 작은 어금니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하루 중 음식을 씹는 시간은 1시간으로도 충분하다. 단단한 근육결합조직인 콜라겐이 6~70도에서 부드러운 젤라틴으로 변성되는 예처럼 소화비용은 불을 이용한 조리를 통해 극적으로 줄어든다. 또한 횃불을 통해 인간이 밤시간에 자신을 천적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되어 숲이 아닌 평지에서도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나무를 타는데 유리한 신체는 땅을 파서 구근류를 찾는 팔근육과 직립해서 걷는 능력이 발달하였다. 인간은 불 덕분에 털이라는 효율적인 단열시스템이 없이도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털이 없는 피부를 가지게 되었고, 그 대가로 얻은 빠른 체열발산능력덕분에 포유류 중에서도 월등한 지구력을 가지게 되었다. 밤새 꺼트리지 않고 불씨를 유지하며 포식자의 출현을 경보하는 불침번의 필요성은 사회성있는 개체의 자연선택을 촉진하였다. 섭취 및 소화시간의 극적인 단축은 장시간의 사냥시간 투자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고기의 획득가능성과 성별 분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익힌 이유식은 영유아의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였고, 젖떼는 시기를 앞당겨 여성의 가임 터울을 단축시켜 인구증가에 기여했다.

 

리처드 랭엄은 인간의 가족의 구성도 배타적인 성적 파트너로서의 결합보다 남자는 주로 수렵을 통한 단백질 취득, 여자는 채집을 통한 탄수화물 취득이라는 차이와 불을 지키고 사냥을 마치고 왔을 때 고열량의 식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조리서비스의 제공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부분들처럼 명쾌하게 납득이 되지 않긴 하다. 하지만 조리의 접근성과 투입시간 및 노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고전적인 성별분업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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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쪽

 

북극 지방은 땔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로 요리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여자들은 여름에는 잔가지로 불을 피우고 겨울에는 바다표범이나 고래의 기름으로 불을 땐 돌 냄비에 요리를 했는데, 겨우 불을 피워 눈을 물로 녹인 다음에도 고기를 익히는데 또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이렇게 요리가 어려웠지만 고기는 늘 푹 익혔다. 스테판손은 1910년에 남긴 기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시 사람들은 피가 뚝뚝 흐르는 스테이크를 게걸스럽게 먹지만 이누이트가 덜 익은 고기를 먹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58쪽

 

생식주의자가 잘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번성할 수 있는 것은 품질이 예외적으로 높은 음식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 환경에서뿐이다. 그러나 동물들은 야생의 먹을거리를 날로 먹으면서도 잘 살아간다. 진화 식단의 단점에서 시작된 의심은 옳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우리에게는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우리는 익힌 음식을 필요로 한다.

 

127쪽

 

다른 자료들을 보면 주위 생태계의 변화가 영구적이면 그곳에서 서식하는 종에게도 영구적인 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게다가 그 변화는 빠르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섬에 고립된 동물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중앙아메리카 본토 보어뱀은 벨리즈 연안의 섬으로 이주 한 지 8,000년이 채 지나지 않아 포유동물을 잡아먹는 식습관이 완전히 바뀌어 새를 잡아먹게 되었다. 따라서 새를 사냥할 수 있는 나무 위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몸통이 가능ㄹ어지고 암컷과 수컷 간의 몸집 차이도 없어졌으며 체중은 과거의 5분의 1로 줄어드는 등 확연히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177쪽

 

연구가 잘 이루어진 9개의 집단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여자들이 구해온 음식에서 얻을 수 있는 열량의 비율은 16퍼센트에서 최대 57퍼센트에 이르렀다. 평균적으로 볼 때 여자들이 공급한 열량은 3분의 1, 남자들이 공급한 열량은 3분의 2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균치 만으로는 남녀가 제공하는 양식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남녀가 각각 구해오는 양식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1년 중 어느 시기냐에 따라 달라지고, 남녀가 제공하는 식량 모두가 서로의 건강과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253쪽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음식의 영양 성분 표시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도 한 약정은 바로 애트워터 시스템이다. 이 체계를 발명한 윌버 올린 애트워터는 1844년에 태어나 19세기 말 코네티컷에 있는 웰슬리안 칼리지의 화학 교수가 되었다. 애트워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먹을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뜻깊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먼저 다양한 음식들이 제공하는 열량을 각각 알아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261쪽

 

<국가표준 식품영양 DB>와 <음식의 성분>에 씌어진 자료를 모은 과학자들은 날음식이 익힌 음식에 비해 체내에서 실제로 생산하는 에너지가 더 적고, 날음식의 비율이 높을수록 신체에서 이용되지 못하고 배출되는 비율도 높아진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구시대적인 근사치 측정 기술에 갇혀 있었고, 그 결과는 거짓말을 낳았다. 영양 성분표의 자료는 음식의 입자 크기는 중요하지 않고 음식을 익히는 것은 에너지 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반대가 진실임을 증명하는 증거 자료들이 풍부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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