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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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보고 있는 용대운님의 <군림천하> 빼고 오랜만에 본 장르소설이네요.

좀비 전쟁 종료 직후에 세계각지를 돌며 인터뷰를 채록한 구술사인데 은근히 요즘 세계 각국의 상황에 대한 정치풍자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연예인, 변호사, 회계사 이런 사람들이 쓸모없는 잉여인력이 되고 농부와 목수 등 육체노동자들이 선호되는 기술인력으로 뒤바뀐 상황에 대한 묘사도 꽤나 인기에 한몫한 것 같고요. 저자가 일본 오타쿠인건 확실합니다. ㅋㅋ

전 서바이벌 매뉴얼이나 생존주의자 동영상에 혹하는 편이라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소물 재미있게 봤지만 취향을 좀 타긴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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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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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읽었던 박 훈 교수님의 칼럼하고 이어진다고 느꼈던 중편소설입니다.이 작품으로 작년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씨는 근 이십 년째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상 당일도 편의점에서 아침 근무를 마치고 왔다고 하죠.

일본을 갈 때마다 편의점의 오퍼레이션은 도저히 다른 나라에서 따라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편의점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요. 일단 우리나라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근무시간에는 휴대전화는 꺼놓으라고 할 수 없으니. 게다가 직장 내 사생활에 대한 간섭도 우리나라와 달리 거의 없으리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일만 잘하면 익명성에 숨기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편의점 직원 일을 아주 잘해내고 있는 주인공이 원하는 것은 그저 사회에서 요구하는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계속 읽다보니 아침에 출근해서 편의점에서 빵을 먹고, 편의점에서 산 물을 마시고, 편의점 음식물을 먹고, 다음날 편의점에서 제대로 일하기 위해 잠을 청하는 게이코 후루쿠라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제가 생각했던 '개인주의자'의 이미지와 달라서 그 선언에 선뜻 동조를 못했습니다. 편의점 안드로이드가 되고자하는 개인을 개인주의자라고 해야할까요?

여담으로 이 책을 통해 느낀 일본사회 내의 사회적 규범에 맞출 것을 바라는 압력은 정말 막강하더군요. 비혼도 골드미스가 아닌 편의점 프리터가 선택하면 비정상으로 간주하니. 우리나라는 과연 다른가 생각해보니 딱히 대답을 못하겠네요. 

또, 시라하씨라는 일본 사회의 경쟁에서 밀려난 루저 남성들의 민낯은 일베하는 남성 캐릭터의 이미지와 어쩜 그리도 비슷한지. 외국인인 편의점 신참 직원 투안군이 '점원'에서 '무리의 수컷' 중 하나로 보이게 되는 부분에 대한 묘사도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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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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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쓴 책 중에서는 두 번쩨이고 소설로는 처음이네요. 읽고보니 원제 <The Course of Love>보다 번역판 제목이 더 어울리는 제목 같습니다. 더 정확히는 맨 앞에 '도시 중산층의'라는 수식어가 붙어야겠지만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만난 건축일하는 두 남녀가 만나고 결혼생활을 하는 이야기인데 중간중간 알랭 드 보통이 개입해서 그 상황에 대한 짤막한 해석들을 적어줍니다. 소설에 에세이가 끼워 들어간 셈이죠.

가까운 이가 결혼할 때 축의금 봉투 외에 따로 이 책을 선물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속표지에 '결혼기념일 3주년 후에 한 번 더 읽을 것'이라고 메시지도 적어서요. ㅋㅋ

비혼주의자나 DINK들도 중산층의 유자녀 결혼생활의 표준이 어떤지 흘낏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을만 합니다. 어차피 본인 생각대로 살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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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쪽

결혼이 실용적인 면에서 '불필요하다'는 것은 오히려 결혼에 더욱 감정적인 설득력을 부여한다. 결혼했다는 것은 조심성, 보수적 경향, 소심함과 연관 지을 수 있지만, 결혼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더 무모하고 그래서 호소력이 더 큰 낭만적 제안이다.

65쪽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86쪽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대상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중략) 다시 말해,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89족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146쪽

아이들은 결국 나이가 몇 배나 많은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생이 되어 - 그들의 철저한 의존성, 자기중심주의, 연약함을 통해 -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랑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이 사랑은 상호 호혜를 강렬히 원하지도 성급하게 후회하지도 않고, 타인을 위해 자아를 초월하는 것만을 진정한 목표로 한다.

155쪽

본질상 부모의 사랑은 그 사랑을 베풀기 위해 쏟은 노력을 감추는 작용을 한다. 부모의 사랑은 받는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의 복잡한 사정과 슬픔을 감추고, 부모가 사랑의 이름으로 다른 이익, 친구, 관심사를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은 무한한 너그러움으로 이 작은 조냊를 한동안 우주의 중심에 놓는다. 부모의 사랑이 그토록 강한 것은 아이가 괴롭고 두려운 심정으로 어른 세계의 진짜 척도와 불편한 고독을 이해해야 할 그날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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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세트 - 전3권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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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엠 에트 키르켄세스'가 라틴어로 '빵과 서커스'였구나. 읽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 아닌지 싶었던 슬럼프에서 내게 배급된 판엠같은 책. 


물론 나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십대 후반 소녀들이 읽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소재 자체가 리얼리티쇼라서 고전과 달리 친숙하고 1천 페이지가 넘는 삼부작을 다 읽으면서 책에 재미를 붙일 기회를 제공하니. 소녀들이 캣니스 애버딘과 자신을 동일시 해보는 경험이 꽤 괜찮을 것 같고. 아재들에겐 진부할 수 있지만 '빵과 서커스' 전략, 속주 분할통치 등 고대 로마 이래 유구한 전통을 지닌 정치가들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약간의 판타지와 함께 생각해볼 꺼리를 던져주니. 


영화 <헝거 게임:판엠의 불꽃>에 캣니스 애버딘 역할로 매력적인 제니퍼 로렌스가 나왔다는 점이 끝까지 읽는데 큰 도움을 줬음. --; 제니퍼 로렌스는 금발보다 갈색머리가 더 어울리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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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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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 작가님께서 펴낸 <대리사회>가 지난 목요일에 도착했데 오늘 다 읽었네요. 디자인을 보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연두색 표지에 각 챕터 제목과 삽화 배경으로 등장하는 카카오앱색 노란색 무늬, 원고 사이사이에 옥스포드 노트에 쓴 일기처럼 등장하는 짧은 수필들까지 와이즈베리라는 출판사의 정성이 많이 들어갔더군요.

 

책의 내용들은 지방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이미 접했던 내용들이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1936년 '레프트북클럽'이라는 출판사의 원고청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듬해 조지 오월의 기념비적인 르포르타주인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란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다음 스토리펀딩에 참여하여 이 책을 예약한 덕분에 대리운전에 대한 르포르타주가 세상에 나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뿌듯하네요. 게다가 저자 서명이 들어간 초판 1쇄본을 얻을 수도 있었고요.

 

이 책이 온전히 대리운전업계에 대한 르포르타주만은 아닙니다. 지방시의 후일담인 부분과 더 폭넓은 주제에 대한 수필로 보이는 부분들도 중간중간 등장하지요. 모쪼록 이번 <대리사회>가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이 책은 내가 써나갈 글의 서론과도 같다.'고 한 김민섭 작가님의 야심이 펼쳐져 나가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읽고난 소회를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권한을 정하지 않은 대리권 수여시 권한행사의 범위가 보존행위 등(민법 제118조)에 국한되는 것은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이고(에어컨 설치기사님, 가전 A/S기사님 등) 이 부분은 점차 사실인 관습으로 채워질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폐된 차주의 차안에서 처음 만난 사이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리운전기사님들께서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 시트와 사이드미러 등의 조정 등의 행위를 당당하게 행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운전에 필요한 쾌적한 오감의 유지를 위해 방귀와 트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운 노동(또는 작업)환경 통제권도 확보하셔야 하고요 ^^; 대리운전기사라는 업을 자신의 누군가를 위한 일회적인 대리행위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선택한 생업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한 요구사항이 아닐까요?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서 잠시 피팅을 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면 차주가 불쾌하실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대리운전업이 법률상 단순 자유업으로 분류될 뿐이어서 여객운수업 체계에 들어가지있지 않은 공백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일회적인 만남에서 매번 이러한 관계설정을 해야하는 부담이 큰 점은 이해하지요. 참고로 대리운전도 법체계에 포섭하자는 논의가 지난 제2004년 제17대 국회 때부터 있었고(http://naph.assembly.go.kr/billDisplay.do?billId=028906, 정의화 전 국회의장께서 대표발의), 제20대 국회에서도 2016. 8. 22. 자로 원혜영의원이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하여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http://naph.assembly.go.kr/billDisplay.do?billId=PRC_O1H6Q0J8Y2I2U1M7P2F2O5J9G1O3I3). 원혜영 의원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읽어보니 대리운전업계가 '약 3,800개 업체, 약 8만명 이상의 운전자가 일평균 47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네요.

 

책의 화두가 '대리'인데 대리운전행위는 법적으로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여 성립'하는 도급계약이고, 수급인인 대리운전기사님에게 원활한 업무수행을 하도록 차주가 기사님께 목적지까지의 이동에 필요한 운전행위 부분에 대해서 대리권을 설정해준 것이라고 보아야합니다. 이 부분이 뭉뚱그려져 있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보니 차주의 대리운전 청약에 따른 대리기사의 승낙으로 성립하는 자유로운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 따른 것이고, 양자간의 역학관계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가변적인 일뿐 갑을 관계는 아닙니다. 저자님께서 양자의 입장을 다 서술하시기는 하셨지만 아무래도 대리운전기사의 입장이다보니 내용상 대리운전기사쪽으로 치우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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