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어때서 - 문명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다
양동신 지음 / 사이드웨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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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인프라 엔지니어이자 서울신문 고정 칼럼니스트 양동신님의 첫 책.

저는 칼럼모음집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칼럼은 시의성도 중요하고 분량의 제약상 도드라진 부분 위주로 다룰 수밖에 없다보니, 그런 칼럼을 모은 단행본들은 중구난방 두서가 없고, 봤던 재탕글 잔치라 읽어도 남는게 없었던 경험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게으른 책이 아닙니다.

칼럼을 쓰기 위해 조사한 자료들을 충실하게 인용하면서 문외한인 독자들도 토목공학과 현대 도시문명의 인프라가 갖는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이끕니다. 동시대의 한국인 저자라 친숙하고 구체적인 사례가 가지는 전달력도 돋보이고요.

제목은 <아파트가 어때서>이지만 토목공학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로를 놓고 교량을 만들면서 싸웠던 고대 로마군단 이래의 전통은, 근대에 군사공학과 구분되는 Civil Engineering의 출현으로 달라졌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고전의 '축토구목(築土構木)'에서 따온 번역어인 '토목(土木)'때문인지. 토목의 현대성에 둔감합니다. 돌과 함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재료인 흙과 나무를 떠오르게 해서 일까요? '공구리'나 '토건'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을 떠올려보면 불투명하고 낙후된 산업의 이미지도 있고요.

한국은 지난 반 세기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발전해온 중규모 국가입니다. 이처럼 한국이 발전한 원동력은 여러 가지로 설명되지만, 토목공학으로 건설한 시의적절하고 과감했던 사회간접자본투자로 공을 돌리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있어도 정파적 관점의 주장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고요.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정경유착으로 부패를 유발하며, 불필요하게 과다한 세수를 투입한다는 인상이 있죠. 최근의 정부들은 SOC투자를 거의 늘리지 않고 있는데, 토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건설인프라투자와 재건축을 억제한 서울의 지금 모습을 보면 저처럼 이게 과연 맞는 방향인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토목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대규모 토목투자를 최소화하는게 낫다고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4개의 챕터 중에서 마지막 네 번째 챕터는 주제와 안맞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평소에 보면 도시와 토목인프라에 관한 주제 외에도 배울 점이 많은 저자라, 저는 부록처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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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쪽

보행친화도시도 좋다. 쾌적한 바람을 맞으며 느릿느릿 걸어서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마다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걸어서 직장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대중교통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 놓은 다음 시민들을 설득하고 추진하는 도시가 진정한 보행친화도시일 것이다. 부디 남들 보고 걸으라는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었으면 한다.

220쪽

시설공사별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기간은 어차피 건축물 인도시점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후분양 계약의 경우에도 콘크리트를 타설하거나 마감재를 시공할 때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대부분의 다세대나 연립주택은 후분양제에 해당하는데, 이들의 품질이 브랜드 아파트보다 낫다고 보기엔 어렵지 않은가. 하자 보수는 품질관리의 영역이다.
(중략)
결론적으로 선분양은 신뢰가 전제된 사회에서, 모두가 같이 리스크를 줄여가려는 진보한 방향의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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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어때서 - 문명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다
양동신 지음 / 사이드웨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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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리‘니 ‘토건족‘이니 하면서 폄하되는 토목공항이 현대의 도시와 인류의 쾌적한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공감하게 만들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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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집 - 날마다 새로움을 주는 정원이 있는 집과 조경
엑스날러지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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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중에 주문합니다. 일본의 목조주택 건축과 조경의 수준은 정말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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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 매주 1시간 투자하여 최상의 기억력, 생산성, 수면을 얻는 법
톰 오브라이언 지음, 이시은 옮김 / 브론스테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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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의학 사기꾼이 쓰고 대한민국 최고의 바이럴마케팅 사기꾼 출판사가 번역해서 팔아먹은 해로운 잡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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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한승혜 지음 / 바틀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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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다보니 종종 추천도서를 부탁받는데 가치관과 취향을 잘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아주 어렵다. 그래서인지 서평집들도 자기취향대로 아니면 그 분야 대부분의 독서가들이 가치를 인정하는 책들을 다룬다. 악서를 고발하는 비평이 없진 않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남이 힘들게 썼다는 걸 생각하며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짧게 "볼 필요 없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기웃거리며 책을 고르는 독서초보 지인들에게 권할 수 있고, 책읽기 습관을 축하할 선물로 알맞은 책이 나왔다. 


저자 한승혜님은 매년 수백 권의 책을 읽는 독서가이다. 최근 5년 동안의 베스트셀러 28종을 꼼꼼히 읽어보고 쓰셨는데, 어차피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패션잡지 에디터에게 '1년 내내 동네 학교 교복들을 직접 입어보고 평가하는 일'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독서가들이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몰라서 안한 게 아니다. 자기가 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 


인간이 정보를 얻는 수단은 다양하고, 유투브 등의 영상매체의 발달로 구전문화가 부흥하고 있는 시대에 왜 굳이 책이란 쇠락해가는 매체에 대해 유난들을 떠는지 마뜩찮은 사람들이 많을거다. 


변명을 하자면 오감을 이용해서 정보를 얻는 여러 방식 중에서 내 후각, 미각, 촉각은 둔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화, 라디오나 동영상처럼 청각을 이용하는 수단은 '시간이 가둬지는' 제약이 불편했다. 활자는 내 자신의 속도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가능하다. 게다가 ‘책’은 편집자가 여러 번 교정교열해서 정제된 활자들을 상당한 분량으로 완결성있게 정리하여 모아낸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직소퍼즐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책은 '확률적으로' 개별 조각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가장 크다. 미디어의 소비 단위가 한계효용곡선 위의 점처럼 갈수록 자잘해지는 상황에서 큰 장점이다. 물론 좋은 조각을 잘 골라내는 걸 전제로 하지만.


이러니 독서초보들도 읽어봤음직한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고력을 길러 좀더 살기 좋아지는 공동체가 되는 양분을 주는 저자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겠나.


아주 엉망인 책을 읽고, 이 책이 왜 엉망인지에 대해 '독서초보들이 훈계받는다는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조목조목 설명하는 부분들을 보며 참 힘드셨겠구나 싶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한 서평에 질투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감탄했다. 몰랐던 책인 <라틴어 수업>은 꼭 읽어봐야지.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에 나오는 28종의 베스트셀러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10권이었다. 괜찮네 하고 읽었던 책도 두 권 있었는데 승혜님 비평을 보니 내가 허술하게 읽었다는 걸 바로 깨닫게 되더라. 


미리보기와 100원 결제 배틀로얄 시스템으로 K-pop 못지 않게 단련된 한국의 웹소설들이 빠르게 활자소비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구세대인 나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경험한 (그나마 거리감이 덜할) 30대 여성의 이 책이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2000년대 이후의 출생자들에게 아날로그 책읽기의 가이드북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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