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종말 - 여성의 지배가 시작된다
해나 로진 지음, 배현 외 옮김 / 민음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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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해나 로진은 남자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도태되고 있고, 여자들이 집단적으로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현상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보여줍니다.로진은 많은 영역에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젠더 격변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주장합니다. 기업 리더 등 남은 영역에서도 머지않아 넘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요.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맘 테마처럼 센세이셔널한 접근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로진이 드는 논거들이 설득력이 없다고 물리칠 자신이 없었습니다. 딱히 개별 사례들의 타당성을 검증해야겠다는 생각도 안들었고요. 당장 제가 대학다닐 때도 여자 동기들이 평균적으로 훨씬 똑똑하고 성실했으며, 여성인 지인들이나 직장동료들이 불리한 차별과 육아 및 가사 부담을 안고서도 자기 입지를 구축해가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있거든요. 

여성들이 ‘사회적 지능과 열린 소통, 차분히 앉아서 오래 집중하는 능력’ 등에서 태생적으로 남성보다 우위에 있어 현대사회에 잘 적응하는지는 뇌과학의 전초기지에 있는 연구자들에게 맡기렵니다. 전 요즘 십대나 이십대의 문화도 모르는데다 육아도 안하고, 저나 지인들이 인구 모집단에서 대표성이 있는 것도 아닌 듯 하니까요.

법정출산휴가나 유급육아휴직제도도 없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많고 노동시장이 유연한 데다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자리잡은 미국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지만 대신 한국엔 징병제가 있죠. 그래서 한국이 미국의 젠더 갭의 유사한 추세를 단순히 후행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바르바로이, 흉노, 흑인, 쿨리, 生口, 달리트(불가촉천민) 등 역사상 인간들이 열등한 존재라고 비웃었던 어떠한 타집단에 대한 차별도 영속적이지 않았고, 특정한 민족이나 부족이 보편적으로 우수한 집단으로 검증된 바도 없는데 어떻게 인류의 절반이(그게 여성이건 남성이건) 일방적인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자들은 억울하겠지만 남자들이 지난 몇십 만년 동안 가졌던 우위를 같은 식으로 누리는 것도 요시나가 후미의 <오오쿠>에서 나오는 적면포창같은 특성 성별만 감염되는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두 세대가 흐르면 남자들도 배우겠죠. 게다가 수요공급의 법칙도 작동할테니까요. 

저는 지금 1896년에 태어나 1948년 행려병자로 사망한 여성 나혜석씨에게 반세기 남짓 지난 지금 이런 책이 나왔고, 이 책에 한국여성들 이야기가 나온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조선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최초로 구미를 여행해본 여성이라 칭해지는 반도 최초의 페미니스트께요.

김우영과 결혼하면서 네 가진 조건을 걸었고, 그 중 하나인 요절한 약혼자 ‘최승구의 묘지에 비석을 세워줄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혼여행지를 전남 고흥에 있는 옛 남친의 묘지로 정했던 여성. 1930년 이혼 직후 ‘이혼의 비극은 여성 해방으로 예방해야 하고 시험 결혼이 필요하다.’고 했던 여성.

그녀에게 당신이 살던 때로부터 백년도 채 안지나서 조선땅에서 <남자의 종말>이라는 책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능력으로 평가받는 많은 영역에서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어서 이젠 자라날 아들들이 걱정되는 시대라고 전해주고 싶네요. 

“현모양처는 이상을 정할 것도, 반드시 가져야 할 바도 아니다. 여자를 노예로 만들기 위하여 부덕(婦德)을 장려한 것이다.” - <학지광 1914년 12월호>
“오직 기생 세계에는 타인 교제의 충분한 경험으로 인물을 선택할 만한 판단의 힘이 있고 여러 사람 가운데 오직 한 사람을 좋아할 만한 기회가 있으므로... 조선여자로서 진정의 사랑을 할 줄 알고 줄 줄 아는 자는 기생계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1923년 6월)”
“결혼한 후에 다른 남자와 좋아하며 지내면 부도덕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자기 남편과 더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활력을 얻는다.(1928년 제네바 체류 중 작성한 편지 중)”

책 중간(134쪽)에 <인생은 행운, 사랑은 불운: 일정하지 않은 수입의 충격이 결혼과 이혼에 미치는 영향(Lucky in Life, Unlucky in Love: The Effect of Random Income Shocks on Marriage and Divorce>란 연구 제목이 나오는데 빵 터졌습니다. 저도 제 글에 이런 매혹적인 제목을 붙여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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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쪽

바로 이것이 새로운 시소(seesaw) 결혼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부부들은 젠더평등이라는 외적인 잣대로 평가 받는 정의와 공정성 따위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좇는 것은 개인의 자기성취이며, 배우자 각자가 결혼 생활 중 각자 다른 시점에 자기 성취를 이루고자 할 수 있다. 이런 삶의 방식이 이루어진 시대는 창의적인 중산층이 유동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같은 직장에서 평생 일하기를 아무도 기대하지 않게 된 때이다.

248쪽

가장 정확한 범죄 척도인 사법통계국의 ‘전민범죄피해조사’는 강간을 비롯하여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범죄가 지난 35년 동안, 특히 과거 10년 동안 급격하게 감소했음을 보여 준다. 과거 12년 동안, 성인 및 청소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간, 폭력, 미수, 위협을 포함해 공식으로 보고된 모든 폭력 범죄의 실현율이 급락했다. 

330쪽

어느 면접관은 이렇게 물었다. “상사가 커피를 타 오라고 시킨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용아가 대답했다. “상사가 제게도 커피를 타 준다면 저도 타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계가 있는 조직이라는 게 보였어요. 한국 기업에는 서열이 너무 많아요. 취업하면 문서 복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거예요. 좋은 학교를 나와 문서 복사나 하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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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문화를 품다 - 벽을 허무는 소통의 매개체 맥주와 함께 하는 세계 문화 견문록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이현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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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현재 산토리의 전신인 회사에 입사하여 세계 각지의 공장에서 맥주 생산 및 연구 지도 업무를 담당했고 2003년에 퇴임하신 경력 44년의 일본 맥주 엔지니어 무라카미 미쓰루씨의 책입니다. 책 말미에 30페이지 가량 한국의 맥주에 관한 간략한 역사가 나오는데 출판사에서 따로 덧붙인 것 같고요.

저자가 중언부언 하는 부분들이 많아 편집이 좀 아쉽고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아쉽긴 했지만 맥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스크랩할 참고서 정도로 괜찮네요.

직접 만들어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일반 상면발효와 하면발효의 차이는 알겠네요. 상면발효는 표면에 떠오른 효모를 건져서 술밑으로 쓰고, 하면발효는 가라앉은 효묘를 모아 술밑을 쓴 차이라니.

이탈리아에서 뮌헨으로 이주한 수도사들이 북유럽의 이른 봄인 사순절 40일 동안 오싹한 돌건물에서 살면서 금식 계율을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고문서에서 찾아낸 '액체 섭취는 금식에 반하지 않는다.'는 구절에 근거해서 맥주를 빚어내 마시면서 금식기간을 넘겼던 것에서 유래한 파울라너(마트에서 할인행사를 많이 해서 애정합니다.ㅋㅋ)가 제가 즐겨마시는 맥주라니 빵 터졌습니다.

중세 독일에서 맥주는 소위 '액체빵'으로 시민의 영향식품이라 한자 동맹 도시들의 경우 맥주양조권이 시민들에게 있었는데 바이에른은 영주권이 강력해서 맥주순수령이 포고되고 전파됨에 따라 품질이 신속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EC시절 프랑스가 맥주순수령을 비관세장벽으로 제소해서 분쟁조정위원회에서 1987년에 승소 결정을 받았다네요.)

호프브로이 하우스가 북독일 맥주 수준을 따라잡기 위한(=맥주 수입비용을 줄여보려 한)  바이에른의 빌헬름 5세가 영지의 부속양조장으로 건축하고, 아들 막시밀리안 1세가 북독일에서 양조기술자를 초빙해 와서 품질을 개선했고 이후에 시민 양조장으로 개방되었다는군요. 웨이터도 없고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줄을 서서 잔을 받고 또 다시 줄을 서서 맥주를 따르고 돌아다니며 안주를 파는 상인에게서 안주를 사는 양조장에 딸린 대규모 술집이라니. 이런 역사를 알고 가서 호프브로이 하우스에서 1리터 크뤼그 가득 한 잔 마시면 맥주 맛이 더 좋을 것 같네요.

이 책을 읽고나니 기회가 되면 비싸더라도 '메르첸 비어(Marzen Bier)'와 '복 비어(Bock bier)' , 맥주 중 유일하게 AOC가 있다는 '퀠슈맥주(Kolsch bier)는 꼭 마셔보고 싶습니다.

읽고서 제가 기억하고 싶어서 메모할만한 부분들을 남겨봅니다. 좀 많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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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곡물은 과일류(포도, 체리, 나무딸기, 사과) 등과는 달리 자연적으로는 발효하지 않는다. 그래서 곡물의 녹말을 효모가 발효시킬 수 있는 당으로 분해하는 '당호'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25쪽

함부라비 법전 중 "맥주에 이물질을 섞어 판매한 자는 술통에 지어놓고 익사할 때가지 맥주를 붓는 형에 처한다."

40쪽

홉이 맥주의 맛을 내는 재료로 쓰이기 전에는 다양한 종류의 약초와 향료를 섞은 '구르트(Grutre)'라는 것이 쓴맛과 떫은 맛을 내는데 쓰였다. 여기에 들어간 식물로는 선버들, 서양톱풀, 담쟁이덩굴의 일종인 긴병꽃풀, 샐비어, 백산차, 로즈마리, 노간주나무 열매, 생강, 캐러웨이, 파슬리, 호두, 향쑥 등이 있다.
- 구르트 말고도 맥주맛을 개선시킨다고 첨가된 물질도 아스팔트, 소 쓸개즙, 분필, 매연, 석탄 등도 있다고 합니다.(189쪽)

44쪽

페일은 '옅은 색'이라는 뜻으로, 페일 에일은 '담색 맥주'를 의미한다. 담색이라고 하면 약간 옅은 호박색을 떠올리는데, 사실 페일 에일은 필스너 맥주에 비해 색이 더 짙다. (중략) 페일 에일의 색은 영국식 스타우트인 포터의 진갈색과 비교했을 때 색이 더 엷다는 의미이다.

59쪽

런던의 물은 중탄산염이 많은 일시경도수로 포터처럼 짙은 색의 맥주를 만드는 데 적합한 수질이다. (중략) 기네스는 포터의 양조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포터보다 더욱 강한 '스타우트 포터'를 개발한다. 스타우트 포터는 원거리 수송에도 끄떡없는 품질 안정성을 완비하고 있었다.

69쪽

19세기 후반이 되면 에일과 라거의 위치를 역전시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루이 파스퇴르'이다. 그는 <맥주 연구>에서 뮌헨에서 개발된 저온저장 하면발효법은 영국의 상면발효법에 비해 '산패 방지'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산패의 원인이 미생물에 있음을 밝힌다.
파스퇴르의 조사에 따르면, 에일의 성공률은 높게 잡아야 80%였다. 즉 양조장 100곳 중에 20곳은 맥주가 산패하여 폐기해야 했다. 맥주양조업은 매년 약 20%의 양조장이 폐업에 몰릴 정도로 위험도가 높았다. 그런데 하면발효법이 맥주양조가가 꿈꾸던 성공률 100%를 실현시킨 것이다.

93쪽

바이엔슈테판 수도원은 바이에른 주 프라이징 시 서쪽의 작은 산 위에 있다. 8세기 초에 프랑크 왕의 재상 피핀이 성곽을 쌓을 때, 이 산 위에 예배당을 세우고 신약성서에 나오는 순교자 슈테판을 기렸다. 바이엔이란 독일어로 '축성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산은 두 단어를 합해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이라 부른다 .

113쪽

바에에른의 막시밀리안 1세는 바이에른을 카톨릭의 강력한 근거지로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성 파울라(St. Francis Paula)의 제자 수도사들을 초빙한다. 그들(Paulaner)은 뮌헨에 수도원을 건설하는데, 이곳이 바로 파울라너 수도원이다.

129쪽

3월에 담근 맥주는 여름이 긑날 대까지 버틸 수 있게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따라서 3월에 제조된 맥주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도 고급 맥주에 속하는 3월 맥주, '메르첸 비어'다.

163쪽

1843년 카를 폰 린데가 냉매로 암모니아를 사용한 냉동기를 발명한 것은 시대의 한 획을 그은 기술의 혁신이었다. 린데는 슈파텐 양조장의 가브리엘 제들마이어 2세의 협력으로 제1호기를 슈파텐 양조장에 설치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슈파텐 양조장은 지금까지도 린데의 암모니아식 냉동기 제1호기를 그대로 보전하여 전시하고 있다.

맥주의 역사에서 냉동기 발명이 갖는 의미는, 라거 맥주를 섹적으로 급격하게 보급시키고, 라거를 맥주의 왕자 자리에 앉히는 원동력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냉동기는 라거 맥주를 세계 어디에서든 계절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제조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195쪽

1960년대에 비로소 지금의 쾰슈스타일 맥주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쾰른 길드의 후예인 쾰른의 맥주양조자 조합은 '쾰슈의 명칭을 쾰른산 맥주에만 붙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1985년 처음부터 쾰슈를 양조하던 지역을 인정하기로 하고 그 지역 외에는 '쾰슈'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쾰슈는 맥주로는 유일하게 와인처럼 원산지 증명 명칭(AOC:Appelation d'origine controlee)을 허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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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밥 위에 문화를 얹은 일본음식 이야기
박상현 지음 / 따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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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를 쓰신 박상현님은 유명한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다가 전문 맛칼럼니스트로 전업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일본 규슈쪽에 몇 번 다녀오신 분들이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책이라 생각되네요.


저도 요 몇년 동안 후쿠오카를 뻔질나게 드나들다보니 저자가 가본 곳들에서 같은 음식을 먹어봤고 함께 맡아본 냄새도 기억하고 있다보니 규슈 여행 많이 가본 친구의 썰을 들으며 맞장구치는 느낌이라 술술 읽히더군요.


제1장 '화혼양재, 일본음식이 된 서양음식들'이나 제2장 '소울푸드가 된 에도의 패스트푸드' 파트는 다른 책들이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 음식의 원류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어 유익합니다.


저는 규슈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음식과 맛집에 대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제3장과 제4장에서 직영점과 가맹점으로 구분되는 단순한 프랜차이즈에서 진화한 프로듀싱 계열점, JR하카타시티나 다른 도시의 민자역사 상가와 입주백화점 식당가의 성공이 보여주는 디벨로퍼의 역량과 미칠듯이 치열한 경쟁, 에도시대부터 세계적인 여행강국의 문화 속에서 자기 지방으로 여행객들을 끌어들기 위한 지자체와 료칸, 시장상인들의 아이디어와 사업기획 등을 통찰한 점이 인상깊더군요.


제5장 '혼모노, 음식의 본질을 추구하다'는 4장까지의 내용을 따라온 사람들이 일본의 소비자와 상인, 농민과 식재료 제조자들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낸 오퍼레이션의 정수들을 보여주고 있어 이 책의 클라이맥스 부분이라 할만합니다.


같은 쌀밥문화권이라지만 우리나라는 외식을 하게되면 한참 전에 담아서 스테인리스 그릇에 뚜껑도 덮어 제공하는 집이 태반이고, 그나마 돌솥밥을 제외하고는 먹을만한 밥이 없지요. 바로 지은 밥을 주는 집들도 갓 도정한 쌀을 따지는 개념이 거의 없고요(소비자들이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으니 식당 탓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일본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딜가나 밥이 맛있고, 슈퍼에서 파는 쌀들은 1~2kg 내외 소포장입니다.(도정한지 14일이 지나면 쌀의 산패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두부 맛의 차이도 정말 심하죠. 이 책에 나오는 가라쓰 시의 가와시마 두부점이 아니더라도 동네마다 작은 두부공장들이 많고 좋은 재료를 쓰다보니 맛이 비교가 안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두부들은 중국 베이징에서 파는 공장두부들보다 못하더군요. 완주의 화심순두부나 파주의 장단콩으로 만든 손두부, 강릉 초당두부도 먹어봤지만 일본의 평범한 식당에서 나오는 두부보다 맛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들더군요.


유지방 % 차이로 인해 우유와 요거트 맛 차이도 심해요. 오죽하면 여행 갔다 올 때마다 캐리어에 우유와 요거트까지 챙겨오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도지마롤도 국산 유크림으로는 원래의 맛을 낼 수가 없어서 매일 항공편으로 일본에서 생크림을 공수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제6장인 '료칸, 일본 식문화의 결정판'은 제가 료칸을 아직 못가봐서 좋을 것 같긴 한데 뭐라 더할 말이 없네요. 료칸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마구 돌아다니는 여행하기가 힘들어지거나 금전적인 여유가 더 생각이면 경험해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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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땅콩문고
이원석 지음 / 유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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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쓰는 글은 서평인데 정작 제가 유용한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책은 이제야 읽게 되네요. 유유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땅콩문고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손바닥 만한 문고판이라 갖고 다니면서 편하게 읽었고요. 저도 문고판을 잘 안 읽지만 이런 문고판으로 나오는 책들이 많은 나라가 책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저력 있는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판사 유유에서 펴낸 책들의 목록을 보니 독서에 대한 책이 <단단한 독서>, <책 먹는 법> 두 권이나 더 있고 글쓰기에 대한 책들도 매우 많네요. 요즘 세상에 잘 안팔릴 것 같은 책들이지만 필요한 책들 같아서 응원해주고 싶은 출판사입니다.

 

저자 이원석씨는 1부에서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합니다. 이원석씨는 서평의 본질을 책에 대한 직접적인 정서의 반응을 언어로 표현한 독후감과 구분하여 책에 대한 메타성찰이라고 구분합니다. ‘메타성찰이라는 표현은 개별자인 독자가 딛고 서 있는 자리인 선이해(先理解)가 없는 해석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지요. 물론 독후감이 보여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37) 뚝 잘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에는 저자의 삶,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독서는 책의 이야기에 독자의 이야기가 맞대응하는 것으로, 두 이야기가 만나 하나의 고유한 이야기를 형성하는 것이고요. 이 부분에서 제가 그간 올린 읽은 책에 대한 후기들은 독후감 또는 요약이 대부분이었고 서평이라고 할 만한 글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페북에서 접하게 된 수준 높은 독서가들의 서평을 보면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메타성찰의 부재가 가장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서평을 쓰는지 생각해봤는데 CBS의 정혜윤 PD님이 서평집 <삶을 바꾸는 책읽기>에서 했던 말이 적확한 표현이네요. “우리가 가치를 두는 것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조금씩 조금씩 나를 바꾸어 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힘 있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 아닐까요.” 수줍고 조심스러운 제가 세상의 지식들과 지혜들을 접하고, 배운 것들을 좀 더 잘 기억하고 제 삶에 붙이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과 피도 살도 안되는 책을 구분할 정도로 배제의 표식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저의 선택과 옹호의 표식이 잠재적 독자군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역할을 하는 건 부수적인 효과네요.

 

저자는 서평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가벼운 서평이 특정한 책의 독서를 제안하는 것이라면, 무거운 서평은 특정한 책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제안하는 것일 터입니다. 이미 읽은 책을 서평자의 해석을 따라 다시 읽어 보기를 권유하는 것이 후자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제가 쓴 서평들은 거의 가벼운 서평이군요. 당연히 가벼운 서평도 유용하지만 무거운 서평이 주는 울림은 제 관점을 바꾸고 세계관을 확장시켰던 경우가 많아 항상 고맙습니다.

 

저자 이원석씨는 2부에서 서평쓰는 법을 세 장으로 나누어 조언합니다. 첫째로 무엇을 왜 읽을 것인가?’라는 서평의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무엇을 읽더라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다만 좋은 서평을 쓰려면 왜 읽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읽는 책의 숭배자이자 비판자가 되는 양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강조합니다. 사랑한 자가 미워할 수 있고, 숭배자만이 배교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정확하면서도 섬세한 비판은 그만한 애정을 들인 자만이 가능하다고 표현(75)에 공감이 갔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약과 감상에 그치는 독후감이 마구잡이 비판을 구사하는 서평보다 낫긴 하군요.

 

둘째로 저자 이원석씨는 서평을 구성하는 요소 요약 평가로 나눕니다. 요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표현이 정말 좋아서 그대로 옮겨봅니다.

 

책에 대한 매료가 책에 대한 반박에 앞서고, 논지에 대한 이해가 주장에 대한 비판에 선행하며, 저자에 대한 공감이 저자에 대한 공격을 예비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요약은 공정한 평가의 전제가 됩니다.

요약은 성실한 독서에 따른 이해의 결과요, 증거입니다. 요약은 서평의 본질은 아니지만, 요약 없이 서평을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80)‘

 

평가부분은 평가의 의미를 공시적 맥락화’(책이 놓인 현재의 상황-책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기), ‘통시적 맥락화(지식 체계의 역사 속의 자리매김)’, ‘비교를 통한 맥락화 세 가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가의 요소로는 제목’, ‘목차’, ‘문체’, ‘지식과 논리’, ‘번역평가’, ‘작품 속으로의 이입을 언급하고 있고요. 저는 책을 읽는 중간에 미아가 될 때도 목차를 다시 보는 습관이 없었는데 앞으로 고쳐보려고 합니다. ‘지식과 논리와 관련해서는 다이제스트 형식의 책들로 간접적으로 섭취하고 넘겨버린 책들을 떠올리면 뜨끔합니다.

 

셋째로 서평의 방법은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말들이 많습니다. ’일단 생각하라. 지금 바로 글을 써라.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아라. 고치고 또 고쳐라. 좋은 서평을 참고하라.‘ 등등. 책상에 붙여놓고 계속 되새김질 해야겠습니다.

 

손바닥 만한 문고판으로 170페이지 가량인 책인데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서평을 쓰려고 해보니 평소보다 더 어렵네요. 아마도 지금까지 취미생활로 독후감 써온 과 달리 일종의 훈련을 하는 느낌으로 쓰기 때문이겠죠. 책읽기를 사랑하고, 아주 먼 훗날에 스스로 책을 써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기초가 되는 서평쓰기를 시작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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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무엇인가에 매료된 적이 없는 사람이 그것에 대한 의미 있는 비판을 할 수는 없다. - 이정우, <탐독> 2006, 299쪽에서 재인용

 

100

 

좋은 서평은 바른 맥락 속에 책을 자리매김합니다. 하나의 책을 다른 책과 연결해 특정한 자리를 찾아 주는 것이 서평의 역할입니다. 특정 분야의 서적에 대한 전문가의 서평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55

 

적절한 인용은 창문과 같이 적절한 빛을 비춰 줍니다. 하지만 서평을 원만하게 작성하려면, 멋진 인용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멋진 표현보다는 책의 정수를 찾아야지요. 인용이 과하면 서평이 스스로 서지 못합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단 한 줄도 인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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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바꾼 교통 정책 이야기
윤준병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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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게 업무용 서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테니 평소대로라면 서평을 남기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다 많은 대도시 주민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추천하고 싶어 적어보려 합니다.


제 자신도 공공기관에 소속되어서 월급을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간경쟁에 맡기면 효율적인 부분을 행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법령이나 행정규칙을 통해 촘촘하게 엮어낸 권한들로 틀어쥐고 있는 경향에 비판적입니다. 그래서 공공규제 이야기가 나오면 그로 인해 야기되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이나 누가 밥그릇 두드리는지부터 관심이 가고요. 고도화된 사회구조를 볼 때 저를 포함해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인적 구성원들의 평균적인 능력이나 제약조건, 인센티브 구조상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게 하는 것도 비판적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공공기관은 제 얼굴에 금칠하기라 제외하렵니다. ㅎㅎ)을 아무런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는 존재로 매도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최순실 특검수사와 관련하여 문체부 공무원들이 줄줄이 수사받고 있지만 공무원이 영혼이 없는 존재도 아니고요.


저는 이런 확신을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얻었습니다. 공직 생활 내내 도시계획 업무에 천착해온 서울시 공무원 출신의 손정목 교수님께서 쓰신 책이죠.(이 책도 추천합니다.) 손교수님께서 담담히 풀어놓는 소회를 통해 서울시를 무수한 난제들을 극복하며 지금도 치안과 기반시설도 괜찮고 재정도 튼실한 세계적 대도시로 만드는데 공무원들이 어떤 역할들을 해왔는지 확인했는데 숨은 영웅들이 참 많더군요.


특히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중간적인 지위가 주는 장점이 많습니다. 일단 직접 시민들에게 정책효과가 바로 체감되는 사업이 많지요. 국가사무에 비견할만큼 스케일이 큰 사무를 기획해볼 수 있으면서 입안한 정책의 성과를 당장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도 있고요.


중앙부처의 국가사무는 항공모함의 조타처럼 관계부처 협의나 청와대 및 국회와의 조율이 필요한 일들이 많아 같은 과장이더라도 일하는 맛(?)은 좀 떨어질 것 같습니다.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광역지자체나 기초지자체는 자체사업예산 규모나 인력과 조직의 한계때문에 지자체교부금이라는 천수답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또 매칭펀드 정책때문에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교통분야에도 서울시 공무원으로 오래 재직하셨던 분께서 쓰신 책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웬걸, 이미 2014년에 이 책이 나왔는데 이 년 넘게 모르고 있었더라구요.


이 책에서 다루는 민자철도사업 재구조화, 후불교통카드 도입, 버스 도착정보 안내시스템 구축,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공영주차장 유료화, 차고지 증명제 등등의 개별 케이스들은 저한테는 하나하나가 보물단지같았습니다. 저자께서 법학 박사 학위도 취득하신 분이시다보니 법률용어사용도 정갈하셔서 읽기 편했고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의 가장 빼어난 미덕이 주무부서 과장(공무원하고 일할 일이 없으신 분들은 과장의 막강한 파워를 잘 모르시는데, 법원의 부장판사가 회사 부장님이 아닌 것처럼 사이어인들 사이의 초사이어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ㅎㅎ), 국장, 본부장들이 어떻게 정책을 입안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잘 모르지만 고위공무원들이 교육받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커리큘럼이 이런 내용들이 아닐까 싶더군요.


주무과장으로서 사무관과 주무관님들 몇몇 분과 함께 직속상관의 지원을 받아 협회 등 사업자단체(교통분야는 조합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골치아프죠), 해당사업분야 산별노조 또는 노동자단체(개인사업자들인 경우는 창구가 없으니 더 어렵죠), 용역 또는 시범사업 업체, 교수 및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또는 자문위원회, 대체관계인 이익단체 등을 상대해야 하는데 언론사, 시의회, 구청장, 유관 중앙부처(국토교통부나 행자부 외청인 경찰청 등), 시민단체, 감사원, 시장(및 정무라인) 등 중간에 조율해야 하는 곳들이 참 많구나 싶더군요. 영화감독 일처럼 보였습니다.


보통 공무원들이 사무관부터 독자적으로 정책 기획과 입안을 할 권한을 가지는데 이게 막상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본인도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되고요.


물론 저자 윤준병님처럼 유능한 행시출신이 젊었을 때부터 바로 정책기획을 경험해서 행정의 달인이 되면 최상의 결과지만 이런 능력을 누구나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 경험을 쌓는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발표된 민주당 공약에 찬성합니다. 행시로 5급 사무관을 채용하기보다는 선관위처럼 7급과 9급 공채로만 채용하고 그 중 실무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빠르게 승진시키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골품제를 타파해야 똑똑한 비고시 출신들이 최치원처럼 되지 않을테니.


기회가 닿으시면 이 책을 통해 공무원의 현명한 정책 결정으로 창출되는 사회적 효용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직속으로 있다보니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공공기관에 퇴직자 낙하산 심는 일은 열심이죠) 감사원의 감사업무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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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쪽


단순히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수준의 공부가 아니라 대학 졸업 후 20년이 지난 시점이므로 제대로 법학 지식을 재충전하는 수준의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근처 서점에 가서 사법시험용 6개 법학 과목의 교과서를 전부 구매해서 다음 날부터 고시 공부를 하듯이 공부를 시작했다. 아침 10시 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식사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법학 도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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