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문화를 품다 - 벽을 허무는 소통의 매개체 맥주와 함께 하는 세계 문화 견문록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이현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1959년 현재 산토리의 전신인 회사에 입사하여 세계 각지의 공장에서 맥주 생산 및 연구 지도 업무를 담당했고 2003년에 퇴임하신 경력 44년의 일본 맥주 엔지니어 무라카미 미쓰루씨의 책입니다. 책 말미에 30페이지 가량 한국의 맥주에 관한 간략한 역사가 나오는데 출판사에서 따로 덧붙인 것 같고요.

저자가 중언부언 하는 부분들이 많아 편집이 좀 아쉽고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아쉽긴 했지만 맥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스크랩할 참고서 정도로 괜찮네요.

직접 만들어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일반 상면발효와 하면발효의 차이는 알겠네요. 상면발효는 표면에 떠오른 효모를 건져서 술밑으로 쓰고, 하면발효는 가라앉은 효묘를 모아 술밑을 쓴 차이라니.

이탈리아에서 뮌헨으로 이주한 수도사들이 북유럽의 이른 봄인 사순절 40일 동안 오싹한 돌건물에서 살면서 금식 계율을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고문서에서 찾아낸 '액체 섭취는 금식에 반하지 않는다.'는 구절에 근거해서 맥주를 빚어내 마시면서 금식기간을 넘겼던 것에서 유래한 파울라너(마트에서 할인행사를 많이 해서 애정합니다.ㅋㅋ)가 제가 즐겨마시는 맥주라니 빵 터졌습니다.

중세 독일에서 맥주는 소위 '액체빵'으로 시민의 영향식품이라 한자 동맹 도시들의 경우 맥주양조권이 시민들에게 있었는데 바이에른은 영주권이 강력해서 맥주순수령이 포고되고 전파됨에 따라 품질이 신속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EC시절 프랑스가 맥주순수령을 비관세장벽으로 제소해서 분쟁조정위원회에서 1987년에 승소 결정을 받았다네요.)

호프브로이 하우스가 북독일 맥주 수준을 따라잡기 위한(=맥주 수입비용을 줄여보려 한)  바이에른의 빌헬름 5세가 영지의 부속양조장으로 건축하고, 아들 막시밀리안 1세가 북독일에서 양조기술자를 초빙해 와서 품질을 개선했고 이후에 시민 양조장으로 개방되었다는군요. 웨이터도 없고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줄을 서서 잔을 받고 또 다시 줄을 서서 맥주를 따르고 돌아다니며 안주를 파는 상인에게서 안주를 사는 양조장에 딸린 대규모 술집이라니. 이런 역사를 알고 가서 호프브로이 하우스에서 1리터 크뤼그 가득 한 잔 마시면 맥주 맛이 더 좋을 것 같네요.

이 책을 읽고나니 기회가 되면 비싸더라도 '메르첸 비어(Marzen Bier)'와 '복 비어(Bock bier)' , 맥주 중 유일하게 AOC가 있다는 '퀠슈맥주(Kolsch bier)는 꼭 마셔보고 싶습니다.

읽고서 제가 기억하고 싶어서 메모할만한 부분들을 남겨봅니다. 좀 많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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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곡물은 과일류(포도, 체리, 나무딸기, 사과) 등과는 달리 자연적으로는 발효하지 않는다. 그래서 곡물의 녹말을 효모가 발효시킬 수 있는 당으로 분해하는 '당호'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25쪽

함부라비 법전 중 "맥주에 이물질을 섞어 판매한 자는 술통에 지어놓고 익사할 때가지 맥주를 붓는 형에 처한다."

40쪽

홉이 맥주의 맛을 내는 재료로 쓰이기 전에는 다양한 종류의 약초와 향료를 섞은 '구르트(Grutre)'라는 것이 쓴맛과 떫은 맛을 내는데 쓰였다. 여기에 들어간 식물로는 선버들, 서양톱풀, 담쟁이덩굴의 일종인 긴병꽃풀, 샐비어, 백산차, 로즈마리, 노간주나무 열매, 생강, 캐러웨이, 파슬리, 호두, 향쑥 등이 있다.
- 구르트 말고도 맥주맛을 개선시킨다고 첨가된 물질도 아스팔트, 소 쓸개즙, 분필, 매연, 석탄 등도 있다고 합니다.(189쪽)

44쪽

페일은 '옅은 색'이라는 뜻으로, 페일 에일은 '담색 맥주'를 의미한다. 담색이라고 하면 약간 옅은 호박색을 떠올리는데, 사실 페일 에일은 필스너 맥주에 비해 색이 더 짙다. (중략) 페일 에일의 색은 영국식 스타우트인 포터의 진갈색과 비교했을 때 색이 더 엷다는 의미이다.

59쪽

런던의 물은 중탄산염이 많은 일시경도수로 포터처럼 짙은 색의 맥주를 만드는 데 적합한 수질이다. (중략) 기네스는 포터의 양조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포터보다 더욱 강한 '스타우트 포터'를 개발한다. 스타우트 포터는 원거리 수송에도 끄떡없는 품질 안정성을 완비하고 있었다.

69쪽

19세기 후반이 되면 에일과 라거의 위치를 역전시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루이 파스퇴르'이다. 그는 <맥주 연구>에서 뮌헨에서 개발된 저온저장 하면발효법은 영국의 상면발효법에 비해 '산패 방지'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산패의 원인이 미생물에 있음을 밝힌다.
파스퇴르의 조사에 따르면, 에일의 성공률은 높게 잡아야 80%였다. 즉 양조장 100곳 중에 20곳은 맥주가 산패하여 폐기해야 했다. 맥주양조업은 매년 약 20%의 양조장이 폐업에 몰릴 정도로 위험도가 높았다. 그런데 하면발효법이 맥주양조가가 꿈꾸던 성공률 100%를 실현시킨 것이다.

93쪽

바이엔슈테판 수도원은 바이에른 주 프라이징 시 서쪽의 작은 산 위에 있다. 8세기 초에 프랑크 왕의 재상 피핀이 성곽을 쌓을 때, 이 산 위에 예배당을 세우고 신약성서에 나오는 순교자 슈테판을 기렸다. 바이엔이란 독일어로 '축성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산은 두 단어를 합해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이라 부른다 .

113쪽

바에에른의 막시밀리안 1세는 바이에른을 카톨릭의 강력한 근거지로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성 파울라(St. Francis Paula)의 제자 수도사들을 초빙한다. 그들(Paulaner)은 뮌헨에 수도원을 건설하는데, 이곳이 바로 파울라너 수도원이다.

129쪽

3월에 담근 맥주는 여름이 긑날 대까지 버틸 수 있게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따라서 3월에 제조된 맥주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도 고급 맥주에 속하는 3월 맥주, '메르첸 비어'다.

163쪽

1843년 카를 폰 린데가 냉매로 암모니아를 사용한 냉동기를 발명한 것은 시대의 한 획을 그은 기술의 혁신이었다. 린데는 슈파텐 양조장의 가브리엘 제들마이어 2세의 협력으로 제1호기를 슈파텐 양조장에 설치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슈파텐 양조장은 지금까지도 린데의 암모니아식 냉동기 제1호기를 그대로 보전하여 전시하고 있다.

맥주의 역사에서 냉동기 발명이 갖는 의미는, 라거 맥주를 섹적으로 급격하게 보급시키고, 라거를 맥주의 왕자 자리에 앉히는 원동력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냉동기는 라거 맥주를 세계 어디에서든 계절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제조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195쪽

1960년대에 비로소 지금의 쾰슈스타일 맥주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쾰른 길드의 후예인 쾰른의 맥주양조자 조합은 '쾰슈의 명칭을 쾰른산 맥주에만 붙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1985년 처음부터 쾰슈를 양조하던 지역을 인정하기로 하고 그 지역 외에는 '쾰슈'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쾰슈는 맥주로는 유일하게 와인처럼 원산지 증명 명칭(AOC:Appelation d'origine controlee)을 허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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