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먹는 여자 - 단편
장수진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몇년전부터인가 소위 성공학이나 유명인 에세이류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높으신(?) 분들의 추천 한마디나, 어디집계 베스트셀러 몇 위, 판매부수 얼마, 뭐뭐뭐 선정도서 이런 딱지들이 책의 얼굴인 책표지의 아랫부분을 흉측하게 덮고 나왔다. 이렇게 보기싫은 딱지를 뒤집어쓴 상태에서 그것도 만화잡지에 연재했던 만화란 이유로 비닐커버까지 하고 있는 책을 과연 이 작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 중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모르겠다. 그나마 영챔프에 연재중인 작가니 아는 사람들은 꽤 되겠지만. 이런 책은 정말 비닐커버가 필요없을텐데.

신인상 작품은 접하지 못했었고 첫 연재단편을 영챔프에서 봤을 때의 그 충격이라니. 칸이 나누어지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림은 단절될 수밖에 없는 만화를 볼 때는 문장이 이어지는 글들과 달리 페이지를 넘기면서 시시덕 거리기도, 휴대폰의 시계 확인도, 손을 뻗어서 새우깡 한 움큼 집어 우두둑하며 스프라이트도 한모금 마시며 정말 휴식같은 독서를 한다. 하지만 나와 동갑인 이 79년생의 작가는 내게 숨쉬고 페이지 넘기는 것 이상의 동작을 허락하게 하지 않는다.

다시 볼 때면 내가 놓쳤던 문장과 그림의 의미들이 되살아나서 나의 안일한 독해를 부끄럽게 만들며 다시 한번 첫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어딜가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에 담은 7편의 단편들. 현학과 남들도 알만하고 별로 새롭지도 않은 문제들을 솜씨좋게 버무려놓은 작품이라는 혹평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늦은밤 원고에 파묻혀 있다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휴대폰 메모리의 1번부터 마지막번까지 순서를 내려봤지만 누구에게 전화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끝내 전화를 걸고 전화기를 닫아야 하는 마음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내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에게 이런 악평은 번짓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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