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울을 둘러싼 슬픔
이윤학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6월
평점 :
이렇게 산문집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을 읽는 것도, 시를 읽는 것도 아니고 - 옆집 아저씨의 솔직한 과거지사를, 그 사람의 아픔과 기쁨 슬픔, 가난, 연민, 사랑 등등을 듣는 과정이다. 시처럼 압축하지도 않고, 소설처럼 거짓말도 아니다.
이윤학이라는 사람을 나는 시인으로 알고 있다. 시인의 과거는 기쁨보다는 상처가 많은 것 같다. 책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도 없이 술을 마신 이야기, 술을 마시고 기차를 타고 잘못 내린 이야기, 고등학생이면서 술을 마신 이야기... 술술술... 대체 이 책은 술에 관한 책인지, 어떤 시인의 산문집인지 아리송 할 정도다.
책을 덮으면 파득 책장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공기에서 술 냄새가 나는 듯. 하지만, 그 술내음의 뒤에는 까닥모를 푸근함이, 편안함이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찌 이렇게 자신의 과거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까발릴 수 있을까, 그것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이 이윤학에게서 뺏어갈 수 있는 것은 없나보다. 그의 아픔을, 사랑을, 추억을, 그의 사람을 세상을 어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그는 자신을 세상에 이야기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하지만, 알 수가 없다. 왜 이 사람은 그토록 술 잔을 자신의 입속에 털어놓아야 했을까. 단지 추측하는 것은 내가 그랬듯이, 세상이-시간이-젊음이 아니면 시대가 그를 눌렀겠지.
긴시간 지내오 그가 지금도 술을 마시고, 망가져 골목길 한 구석에서 처박혀 있을까, 내가 어제 그랬듯이...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