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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빨강머리 앤 : 초록지붕 집 이야기 (오디오북) ㅣ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읽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빨강머리 앤 – 오디오 북
너무나도 따뜻한 사랑스러운 이야기. 감동적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이야기. 여기 그 이야기가 펼쳐진다. 빨강머리 앤.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그 이름 앤. 아직도 어릴 때 보았던 만화의 주제가와 주근깨투성이 빨강머리 소녀를 기억하고 있다.
정확한 그녀의 이름은 앤 설리이다. 교사였던 부모님이 열병으로 돌아가시고 남의 집에 집안일을 돕는 아이로 맡겨지게 된다. 더군다나 쌍둥이를 세 번이나 나은 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어린 소녀 앤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쌍둥이들을 키우게 된다. 그 집도 사정이 어려워지자 결국 고아원에 맡겨지게 되고 커스버트 남매에게 입양되게 되는데….
그 입양은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 초록색 지붕 집에 사는 커스버트 남매는 집안일과 농사일을 도울 만한 남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남자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고아원에 신청을 했는데 정작 기차역에 도착한 아이는 빨강머리에 삐쩍 마른 11살 꼬마 소녀였다.
상상의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고 있는 앤은 하는 말마다 시적이고 문학적이다. 어떻게 힘든 상황에서 자란 고아 소녀가 그렇게 풍부한 표현을 사용할까? 매슈 커스버트가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올 때 굳이 남자아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도 앤의 아름다운 말들에 현혹된 것은 아닐까?
만일, 내가 그 시대로 돌아가서 앤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지? “넌 못생기고 빨강머리야. 아냐 당근이야 당근.” 내가 이렇게 말하면 금세 앤은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얼굴이 화가 나겠지. 아니 어쩌면 내게 이렇게 말하겠지. “아저씨, 아저씨 얼굴이나 잘 보세요. 누구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거울이나 제대로 보시고 다니시죠.”라고 말이야.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한 건 그저 너와 친해지고 싶어서 말 한 거야. 미안하구나. 표현력이 그것밖에 못돼서…. 너한테 배워야겠구나. 실은 난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앤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너로 인해 무뚝뚝하고 인생의 재미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매슈 아저씨도 또 마릴린 커스버트도 삶의 기쁨을 알게 되었잖니. 심지어 무섭고 고지식한 베리 할머니도 결국 네 편이 되어 손님방을 내어 줄 정도니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남자들은 말이야. 그런가 봐.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말하는 게 버릇인가 봐. 아니 그렇게 태어난 건 아닐지…. 길버트처럼 말이야. 사실 학교에서 그 아이가 네 머리를 보고 당근이라고 말한 것도 다 너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잖니. 결국, 어른이 되어서야 길버트의 마음을 네가 이해했지만 말이다.”
“자, 이제 너와의 대화는 인제 그만. 내가 오디오를 통해 들었던 너의 이야기를 간단하게나마 남겨야 하거든. 사람들에게 네 이야기를 다 소개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말한 것으로 만족해야겠구나. 그럼 안녕.”
서평을 앤과 대화하는 것처럼 쓴 것은 마음의 잔에 차오르는 감정의 물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앤이라는 소녀를 통해 슬픔과 기쁨 그리고 희망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특히 이번에 오디오북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는 정말 새로웠다. 처음에는 차를 타고 이동을 할 때만 들으려고 했는데 점점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듣게 되고 일을 할 때이든 등산을 할 때이든 계속 듣게 되었다. 집에서 더 편하게 들으려고 무선 블루투스까지 사게 되었으니 정말이지 못 말린다. 아니다. 내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앤의 감동이 기억의책장 속에서 오래된 나의 감정을 불러냈으니까.
오디오 북을 통해 전해지는 생생한 감동은 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묘사를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해졌다. 음…. 그게…. 음…. 그게…. 라고 말하는 매슈 커스버트의 성격을 그려볼 수 있었고, 언제나 무뚝뚝하게 대하지만 정이 많은 마릴라 커스버트의 음색도 그녀의 성격을 가늠하기에 충분하였다. 당연히 사과나무 덩굴을 지나가던 앤이 넋을 잃고 말한단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예쁘다고요? 예쁘다는 단어는 여기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요. 아름다운 말도요. 아, 정말 황홀했어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것 같아요…. 전 그 길을 기쁨의 하얀 길이라 할 거예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아름다운 캐나다의 섬으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하는 바이다. 그곳의 작은 시골 마을 커번디시에 사는 한 고아 소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기 바란다. 추억의 호수에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은 아름답게 춤추고 다시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