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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二月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곤 실레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2월
평점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二月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로마의 달인 2월(February)은 고대 로마 달력에서 음력 2월 15일(보름달)에 개최된 정화 의식인 Februa에서 유래하여, 정화를 의미하는 라틴어 februum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1월과 2월은 로마 달력에 추가된 마지막 두 달이었는데, 로마인은 원래 겨울을 달력에 없는 기간(monthless period)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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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유래가 어떠하든 내게 있어서 2월은 한 마디로 바쁘다. 음력 설날이 있어서 휴가를 주기도 하지만 나머지 일정이 나의 여유로움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게는 당근과 채찍을 주는 셈이다. 어쨌거나 뜻하거나 뜻하지 않거나 2월은 이미 시작되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2월과 함께 말이다.
시집을 받고서 표지를 보니 이상한 그림을 주목하였다. 에곤 실레의 그림인데 사람의 얼굴을 참 이상하게도 그렸다. 흉측하다고나 할까, 작가가 누군지 자못 궁금하였다.
에곤 실레(1890-1918년)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초기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빈 분리파의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내밀한 관능적 욕망,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고통스러운 투쟁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심과 불안에 싸인 인간의 육체를 왜곡되고 뒤틀린 형태로 거칠게 묘사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곤 실레 (두산백과)
29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화가는 자신의 내면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인간의 관능과 고통스러운 투쟁과 뒤틀어진 모습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없지만 갤러리에서 그의 그림을 보았을 때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감상하게 하는 묘한 마성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괴이하고도 이상한 인간의 모습들과 함께 실린 2월의 시집은 과연 무엇일까? 2월의 첫날 그것은 윤동주 시인의 길이였다. “잃어버렸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이 시의 결말은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라고 맺는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길이였다. 인생의 길 말이다. 지금 사는 이유 또한 그 길을 찾는 까닭이라면 삶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2월의 첫날의 시집과 함께 실린 쉴레의 그림은 등뼈가 드러난 양손이 잘려나간 듯한 누드의 남자였다. 삶과 죽음의 차이가 먼 것 같으나 실은 한순간인 것을 고통은 인간의 삶의 연속이며 늘 뼈가 드러나고 상처만 남는 일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마치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이 고통만이 전부라면 살아갈 이유 또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의 영원한 안식처는 반드시 있을 것이며 그 행복은 누구나 누려야 할 가치일 것이다. 난 그 길을 찾아 내일도 이 시집의 다음 장을 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