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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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지금으로부터 22년 후 2041년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나선형 엘리베이터가 도시마다 형이상학적으로 설치되어 있을까? 변온장치가 내장되어 온도조절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냉장고가 등장할까? 유기물을 이용해 컴퓨터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일이 있을까? 외로운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가상 프로그램이 존재할까? 전 세계가 통합연합으로 하나의 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을까? 남북은 통일이 되고 원산에 첨단과학단지가 형성되었을까? ADM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기계가 등장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를 가능하게 할까? 우주정거장에서 물질생성에 필요한 에너지를 찾는 일에 세계적인 기업이 나설까?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인간은 애초부터 그렇게 태어났다. 예지력과 예언력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착각한다. 자신에게 미래를 알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탐정의 오류는 언제나 인류의 미래에서 인간의 나약함만을 확인해 줄 뿐이었다. 아무리 신화적 인간을 창조할지라도 말이다. 아무리 종교를 통해 인간의 삶을 해석하려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미래를 지배할 수는 있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우리의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을 통해서 말이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다. 그것이 삶이든 죽음이든 말이다. 그것이 인류의 번영이든 멸망이든 말이다.

 

소설은 말한다. 주인공의 이름이 미로인 것처럼 인간의 삶과 죽음도 미로일 수밖에 없음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연인의 죽음이 그가 생활하고 연구했던 우주정거장에서도 저 우주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신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는 미로임을 말이다. 14년 뒤에 나타난 아버지의 메일도 ADM이라는 고스트머신을 통해 나타난 사랑하는 유리도 다 죽은자의 망령이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망령 말이다. 그것이 미로의 삶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으나 사람들에게 잊혀진 마술사의 집에 처박혀 있는 컴퓨터처럼 고장 난 기계일 뿐이다. 미로를 이용하려는 음모의 수단이었음을.

 

나는 이 소설을 읽고 그저 먼 미래의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다. 삶과 죽음이란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았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굴레를 말이다.

 

그리고 난 이 소설에 등장하는 ADM 즉 죽은 사람과 의사소통을 해준다는 기계장치가 현재에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종교를 통해 미래의 죽음을 부인하며 내세와 영생을 말하지만, 그 의식의 바탕은 어쩌면 허무이며 거짓임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그것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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