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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2006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기 위한 경쟁률이 36206:1이었다고 한다. 그 후 최종선발 인원으로 고산님과 이소연님이 선정되었다. 당시 TV에서는 그들의 훈련과정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강인한 체력과 지성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감탄과 환호와 호기심과 존경심 어린 눈으로 그들의 소식을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 역시 당연히 고산님이 선정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소연님이 발탁되어 놀라움과 의아스러움이 있었다.
이 소설은 신문기자 출신이신 권기태님이 우주인 후보들의 훈련과정을 지켜보고 무중력 항공기도 체험하면서 쓰셨다. 13년 동안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35번을 개고 했다고 하니 얼마나 그가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완성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주인이 되려는 꿈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 온 생태 보호 연구원의 이진우. 그가 바라본 우주의 세계가 어찌나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지, 그가 얼마나 우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지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가 그의 열망을 표현하는 장면을 읽을 때 그와 함께 꿈을 꾸는 듯했다. 미국 유학생인 김태우. 이진우와 마찬가지로 우주인이 되고자 준비한 과정, 그가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을 보면 얼마나 우주인이라는 꿈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꿈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고개 숙여진다. 벤처회사에 다니는 정우성. 그런 경쟁 관계 속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의 인간미를 맡을 수 있다. 마이크로로봇연구원이자 유일한 여성인 김유진. 남성들 사이에서도 신체적 약함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정신적으로도 강인하다. 여성 특유의 감성도 엿볼 수 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우주인이 될 수 있다는 조건은 때로 그들끼리의 긴장감과 질투, 이기심까지 생기게 하는 잔인한 도구이다. 그러한 경쟁 관계 속에서 생기는 그들 사이의 갈등과 이해, 그리고 협력하는 장면들은 글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의 주인공 이진우가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도 똑 부러지게 그 상황을 극복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은 누구나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마지막 선발자가 되었는데 김태우의 잘못으로 탈락했을 때도,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또 다른 조건을 받아들이면 자신이 선발자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지 못하고, 뇌종양으로 먼저 간 동생을 위해 우주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보여주고 싶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가 마지막 선발을 포기했을 때 안타까움에 눈물을 쏟을 뻔했다. 김유진이 우주에서 찍어온 영상을 이진우에게 보내준 부분을 읽을 때는 감사함에 눈물을 흘렸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아니라 꿈을 가진 사람들이 누구나 그 꿈을 실현하면서 행복한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이라는 중력에서 벗어난 후 우주에 가서 중력을 벗어나는 순간을 그가 얼마나 갈망하고 사랑했는지 느껴보라. 그의 아름다운 도전기가 성공하지 못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가 1등이 아니었어도 여전히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가 언제나 그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다. 누구나 해보지 못한, 아니 해 볼 수 없는 그러한 도전은 그가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