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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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뭘까, 인생은 뭘까, 사랑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문광부 추천서나 TV에 많이 나왔다는 것 자체는 나에게 큰 매력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보기도 힘들어진 '연탄길'이라는 이웃간의 정에 대한 추억때문에 골랐다.

눈이 오거나, 길이 얼었을 때 예전에는 하얗게 길을 덮었던 것이 바로 연탄이다. 지금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사라졌지만(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그 연탄길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을 위한 하나의 배려였던 것 같다. 그 연탄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에 대한 관심의 좁아졌기 때문이다.

책 <연탄길>은 그동안 잊어버렸던 '사랑' '가족애' '우정'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 사연이라는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직 우리는 세상을 살만하다고 느낄 만큼 너무나 아름답고 눈물이 나는 사연들이다. 저자의 따스한 시선과 가슴이 부럽다고 느끼게 하는 <연탄길>. 하지만 난 이 책을 읽고 또 전쟁터의 사회에서 싸워야 하는 현실이 있다. 이 현실 속에서 사랑을 전하는 것은 나의 몫이겠지. 하지만 ... 힘들다는 것을 털어놓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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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안도현 지음 / 이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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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 삶의 중심이 시를 향해 가야 한다고 믿고 있는 터라, 산문은 아무래도 문학적 불륜의 현장 같기만 하다. 산문을 한줄 한줄 써나가면서 나는 내 생이 들통난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p247,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안도현은 시를 앙상한 뼈대, 산문을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들로 살을 붙여서 <사람>이라는 책을 독자 앞에 내 놓은 것이리라.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한 이야기처럼 그에게 산문은 아직 시처럼 많은 감흥을 주기에는 부족한 듯 싶다. 앙상한 뼈에 살을 붙였지만 억지로 붙인 살처럼 느껴진다. 마치 성형수술한 코를 보고 느끼는 어색함처럼...

안도현의 문장이 빛날 때에는 그의 말처럼 앙상한 뼈만이 남았을 때이다. 연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표현한 '그리고 발 아래를 휘 둘러본다. 그도 왜 두렵지 않겠는가'라는 구절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안도현의 힘은 살을 붙이는게 아니라 앙상한 뼈를 남겨야 하는 치열함이 보일 때 빛나 보인다. 물론, 그의 장기인 여백을 보여주는 문구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리 많은 감흥을 보여주는 힘이 부족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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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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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왜 예찬해야 할까 이 책의 아름다운 글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계화 문명화 속에 배제되는 원초적인 몸짓 '걷기'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발걸음을 앞으로 밀어내는 것은 그 무시무시한 괴로움의 씨앗이 아니라 자기변신, 자기 버림의 요구,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길과 몸을 한덩어리로 만드는 연금술을 발견해야 한다는 요청이다'(p.258)

우리의 몸은 기계에 의해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도시 속에서 걷는다는 것은 많은 불편과 짜증을 유발시키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도는 차가 차지하고 있고, 인도로 내뿜어지는 자동차의 매연은 '걷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훈이 말한 것처럼 '길이 내 안에서 들어와 다시 나아간다'는 말은 도시의 길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인도도 부족한데 자전거 도로가 있을리 만무할 정도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걷기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시 한번 우리의 원초적 몸짓을 생각해보게 한다.'길을 걷다보면 세계가 거침없이 그 속살을 열어보이고 황홀한 빛 속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들을 만나기도 한다'(p.252) 아무리 짜증이 밀려와도 자연과 인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면 걷기는 시도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걷기 예찬>의 아름다움은 사진에서 빛난다 '사진 한 컷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 중간 중간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은 아름답고 여백이 풍부하다. 사진을 통해서 상상을 할 수 있고, 사진을 통해서 걷기를 꿈꿔보게 한다. 아니 여행과 자연을 꿈꾸게 한다. 여백이 풍부한 사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걷기 예찬>의 사진들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걷기 예찬>은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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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 - 나뭇잎 한 장에 쓴 소설
이경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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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에서 사는 인생을 꿈꿔본다. 좁디 좁은 공간인 나뭇잎에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려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지. 서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소음도 줄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공간을 무차별적으로 뛰어넘으려는 시도도 줄여야 한다. 혼자만 가져서는 많은 이들이 나뭇잎에서 떨어짐을 알기에 혼자됨이 두려운 이들은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을 알것이다.

우리가 나뭇잎에서 산다면 여유가 무엇인지, 정이 무엇인지 깨달을 것만 같다. 도시로부터 탈출하고픈 현재의 마음들이 나뭇잎에서는 부질 없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할까? 무엇보다 기쁠 것 같은 현상 중의 하나는 은유의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 같다. 모든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나뭇잎 위에서는 소음이 될 것이기에, 많은 이들이 필요한 말들을 하겠지. 그리고 직설적인 언어들은 가급적 피할 것이다. 그리고 은유와 비유의 경제성을 가지고 말을 할 것이다.

소음이 줄어드는 세상, 그것은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에서 볼 수 있는 그것이었다. 작가가 짧게 써놓은 많은 소설들은 어쩌면 허구일수도, 사실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가 여기에서는 뭐가 그리 대수인가. 텍스트 안에 숨겨있는 풍자와 은유의 무게는 달라지지 않을텐데.

작가는 행복할 것 같다. 그만의 정원이 있고 그 정원에서 그는 맘껏 그의 필력을 뽐낼 수 있으니... 하지만 꿈을 꿔야만 하는 그리고 꿈을 꿀 수 밖에 없는 작가의 밤과 낮은 그리 부럽지만은 않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꿈이 정원을 풍요롭게 하고 상상력의 나래를 펴게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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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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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겨우 나를 위해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고, 해야 할 일에 덜 매이게 되었다'라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한국 사회에서 40대는 질병과 사망률이 세계 1위를 달리는 위험한 나이이다. 그만큼 일과 직장에 치여 산다는 증거이다.
저자는 이런 위험한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일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그 좋다는 직장을 나와서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었고, 그 연구소에서 나온 결과물은 일반 직장인에게 마음 깊은 감동을 준다.

저자의 이력 탓일까.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는 일반적인 인생론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직장과 개인의 관계를 집어내는 데는 너무나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일반 샐러리맨이 바라는 직장의 올바른 모습들, 그리고 직장이 바라는 샐러리맨의 모습들이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나온다. 저자 구본형의 말처럼 '공동체'를 통해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그리고 개인의 자아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사회 생활이 된다면 얼마나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오늘 눈부신 하루'를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이 이 사회에 얼마나 존재를 할까.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위안을 느낀다. 아직 우리 주위에 이런 글을 쓰고 전달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일 듯하다. 짧은 글 속에서 사회와 개인이 모두 담겨있을 수 있는 촌철살인의 글 솜씨와 사회 분석력이 너무 부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를 눈부시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얻은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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