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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안도현 지음 / 이레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아직도 내 삶의 중심이 시를 향해 가야 한다고 믿고 있는 터라, 산문은 아무래도 문학적 불륜의 현장 같기만 하다. 산문을 한줄 한줄 써나가면서 나는 내 생이 들통난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p247,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안도현은 시를 앙상한 뼈대, 산문을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들로 살을 붙여서 <사람>이라는 책을 독자 앞에 내 놓은 것이리라.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한 이야기처럼 그에게 산문은 아직 시처럼 많은 감흥을 주기에는 부족한 듯 싶다. 앙상한 뼈에 살을 붙였지만 억지로 붙인 살처럼 느껴진다. 마치 성형수술한 코를 보고 느끼는 어색함처럼...
안도현의 문장이 빛날 때에는 그의 말처럼 앙상한 뼈만이 남았을 때이다. 연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표현한 '그리고 발 아래를 휘 둘러본다. 그도 왜 두렵지 않겠는가'라는 구절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안도현의 힘은 살을 붙이는게 아니라 앙상한 뼈를 남겨야 하는 치열함이 보일 때 빛나 보인다. 물론, 그의 장기인 여백을 보여주는 문구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리 많은 감흥을 보여주는 힘이 부족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