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12호
박진호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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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2>(이하 <서리뷰12>)를 읽으면서 이번 호만큼 특집 리뷰가 흥미로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호의 특집 주제가 대중적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또 아닙니다. ‘AI’라는 단어의 사용이 흔해지고,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대중화됐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뜬구름 같습니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읽는 내내 로봇과 AI가 사람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것 같은데 어떻게대신할 수 있는지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를 않아서 답답했는데, <서리뷰 12>에서 다룬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 기사를 통해서 AI에 대해 막연히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에게서 정보를 제공받아야 움직이는 AI는 결코 사람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AI 과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각각의 서평이 말해주었습니다. 특히, 언어를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닌 수단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인간이 이진수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에 능하다면, 이론적으로 인간은 알파벳을 하나도 쓰지 않고 오로지 01로만 프롬프트를 구성할 수 있다(104)고 말합니다. 언어의 가치를 내용 전달에만 둔 극단적 예시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인간이 AI를 활용하려면 결국 AI와 내용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AI와 소통하느냐에 따라 수단도 달라질 수 있겠지요. 해외여행을 가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몸짓으로 소통하는 인간처럼, AI도 그럴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틀 안에서 언어에만 치중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이번 호에서는 <AI 빅뱅>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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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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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뒤표지를 보면 메모 상자(제텔카스텐)의 장점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중 한 문구에 시선이 갔습니다.

 

외부 텍스트를 자기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생각의 증발을 막는다.’

 

우리가 접하는 외부 텍스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신문도 책도 있겠지만, 그것들을 디지털로 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접하는 모든 글들을 외부 텍스트라고 볼 수 있겠지요.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매체는 핵심만 짧게 요약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독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깊이 생각하며 읽지 않습니다. 외부 텍스트는 언젠가 어쩌다 우연히 봤던 글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 기억조차도 빠른 시간 안에 휘발됩니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정보라면 더 빨리 잊겠지요.

 

필요한 것만 빠르게 주고받는 텍스트의 세계에서 생각은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시간 낭비로도 읽히는 세상이고요. 그런 세상에서 생각의 증발을 막는다고 선언합니다. 어떤 면에서 생각이 이롭고, 어떻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데 메모 상자가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메모 상자를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링크같습니다. 하나의 메모를 적고 그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새로운 메모를 그 메모와 같이 묶어서 철합니다. 하나의 주제에 필요한 정보를 한 군데에 모으는 것이지요. 다양한 출처를 통해 묶인 한 개의 메모 상자 속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줄 근거를 이미 모아 놓았으니 사람들을 설득하는 글을 쓰기에 무리도 없습니다.

 

문제라면 외부 텍스트를 읽을 때, 자신의 생각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고, 연관되어 있다면 어떤 점이 링크되는지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꾸준히 접하지 않으면 서서히 잊습니다. 메모 상자에 적어놓은 생각도 잊을 수 있는 셈이지요. 외부 텍스트를 접할 때, 자신의 생각과 링크될 수도 있는 지점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 상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독서(혹은 학습)할 때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남기고, 플래그잇을 붙입니다. 독서 노트를 작성하면서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남깁니다. 외부 텍스트를 접하면서 이 과정이 소용없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과정을 쓸모없는 과정으로 취급합니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실천해 온 습관을 부정당하는 듯해서 기분이 몹시 나빴습니다. 메모 상자는 얼마나 훌륭한 시스템이기에 학교 때부터 배우는 학습 방법과 저장 능력을 옳지 않다고 여기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꾸준히 사전 지식과 연결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186) 사전 지식이 무엇이겠습니까? 학습해서 기억해 둔 내용이겠지요. 그 내용과 새로 접하는 외부 텍스트를 링크하는 과정이 바로 생각입니다. 그런데 밑줄을 치고, 여백에 글을 남기는 행위는 기억하지 않고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을 들게 합니다. , 생각을 하다가 멈춰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셈이지요.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거칠게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저장 능력보다 검색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저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장 능력이 좋은 사람이 더 뛰어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답을 얻을 질문을 검색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그래서 저는 밑줄을 칠 것이고, 왜 그곳에 밑줄을 쳤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과정이 쓸모가 없다고 한다면 <제텔카스텐>에 등장하는 임시 메모로 생각하면 그만이니까요. <메모 독서법><제텔카스텐>을 적절히 섞어서 저만의 메모 상자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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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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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은 뒤, 개의 여정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자리 잡은 추억을 잊지 않고, 추억 속의 그 사람을 만나러 갈 결심을 어떻게 했을까요? 이 영리한 개는 아마 그곳까지 자신의 힘으로만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낯선 길을 걸어야 하고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식사도 해야 합니다. 거리에서 충족하기는 어렵겠지요. 결국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개에게는 선견지명이 있을까요? 개를 도와준 사람들은 하나같이 유대감에 목이 말라 있습니다. 현실 속에 마음 붙일 곳이 없는 사람인 셈이지요. 그들의 곁을 맴돌며 안정감을 줍니다. 당신 혼자가 아니라고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들을 위로합니다. 개는 그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고 난 뒤에야 자신이 원래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는 듯.

 

이 여정이 상생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꼭 똑같은 목표를 위해서 뭉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서로 목표가 달라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며 같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각자의 목표가 이루어진 뒤, 상대를 메워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면 미련 없이 떠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상생의 반복일지도 모릅니다.

 

서로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 채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결말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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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건너기 소설의 첫 만남 30
천선란 지음, 리툰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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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건너기>(이하 <노을>)는 창비의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출판사는 동화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한다고 소개합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막 소설을 접하는 어린이도 독자에 포함시킨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노을>은 분량이 많지 않고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성인이라면 초반만 읽어도 파악할 수 있는 전개입니다. 제가 적은 줄거리를 보기만 해도 결과를 정확하게 추측할 여지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를 꺼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 기분까지 들 정도로) 그만큼 흔한 감정의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른 공효와 같이 경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 어른에게 감동을 주는 소설입니다.

 

<노을> 초반부를 읽으면서 왜 우주 비행사인 어른 공효가 자아 안정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후반부에서 우주에는 출구가 없다는(60) 묘사를 읽고 나서야 자아 안정 훈련을 받는 이유를 설피게 알 것 같습니다.

 

우주로 가게 된다면 어른 공효는 몇 안 되는 동료들과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그만큼 제약이 많습니다. 제약이 언제 풀리는지도 알 수 없는 만큼, 어른 공효는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제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맡은 임무를 꼬박꼬박 처리해야 하고요.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어린 공효가 불쑥 튀어나와 어른 공효를 헤집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극복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응시하기입니다. 어른 공효는 어린 공효가 왜 노을을 바라봤고, 왜 쓸쓸했고, 왜 두려웠는지 피하지 않고 느낍니다. 출구 없는 우주로 가더라도 어른 공효는 어린 공효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으므로 다시 나아갈 힘을 지닌 셈이 됩니다. 어쩌면 어른 공효가 가고자 하는 우주는 자신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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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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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에니메이션 한국판 <이누아샤>OST입니다. <네가 있는 요일>(이하 <요일>)의 띠지 문구를 보는 순간, 공중정원이 떠올랐습니다.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를 다시 알아볼 수 있을까?” 이 문구를 보고 공중정원의 가사 중목소리 듣지 않아도, 지금 보이지 않아도 또 다른 세상의 끝쯤에서 타인의 모습이라도 널 찾아 낼 거야라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소중한 를 찾아가는 여정을 같이 걷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재미있게 읽었던 <스노볼>의 작가, 박소영의 작품이라는 점도 <요일>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요일>의 세계관에서 사람의 신체와 영혼은 분리됩니다. 하나의 신체를 다수의 영혼이 요일을 바꾸어가며 살아갑니다. 요일마다 영혼이 바뀝니다. 타이밍은 다음 요일로 넘어가기 전의 영혼이 정합니다. 어떤 영혼과 지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하루 시작이 좌지우지되는 셈이지요. 수인 울림을 한 번 지켜볼까요? 화인 지나가 늘 제정신이 아닌 상태 혹은 곤란한 상황에서 영혼을 바꿉니다. 지나는 늘 울림을 괴롭힐 새로운 수단을 찾아내기 때문에 울림의 아침은 늘 새롭습니다.

 

이 시스템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일상을 반복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요? 하루 동안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습관처럼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며고릅니다. 그 결과를 당장 알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몇 시간, 며칠, 몇 달 시간을 두고 드러나기도 합니다. , 선택의 결과가 적용된 또는 선택의 결과를 적용해야 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하루를 어제와 똑같은 하루로 치부한다면 오늘 하루를 시작할 내가 꽤 섭섭해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하루하루를 늘 새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정표를 보면 늘 같은 일이 적혀 있어서 반복된다고 생각할 때가 더 많습니다. 튀고 싶다고 여길 때도 많고요. 다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걸 보면, ‘어제와 다른 내가 오늘을 처음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일상에 늘 처음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P.S. 작가님, 뇌 과학 분야라면 환장하는 그 연구소 이야기가 궁급합니다. 스핀오프로라도 어딘가에 발표해 주시면 진짜 고마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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