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부시도록 5
윤지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나도 한 번 달려보고 싶다. 시현이처럼.
책을 읽다보면 나를 반성의 반성을 거듭하게 하는 작품을 만나곤 한다. 그 책이 자기계발서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만화책을 통해서 반성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눈부시도록이 유독 그런 작품이다. 반성의 반성을 거듭하게 하면서도 결국, 네 삶은 네가 판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만화책이다.
눈부시도록 5권을 읽으면 누구나 '시현'이라는 캐릭터처럼 살아본 적이 있는가 하고 후회하지 않을까? 이번 5권에서는 4권까지는 손에 물 한 번 안 묻히고 살았을 것 같은 '시현'의 과거를 그렸다. 친자매일거라 생각했던 '시열'과 '시현'은 이복자매이고, 그 상황에서 겪은 두 사람의 아픔이 표현되어 있다. 난 그 중 '시현'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시현'은 어렸을 때 시열의 어머니에게 투명한 존재처럼 취급받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집안이 힘들어지자 시열의 어머니는 '시현'에게 장녀라고 말을 하며 경제적인 도움을 요구한다.
'시현'은 그것을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도와준다. 학생시절에는 과외라는 알바를 통해서, 졸업한 뒤로는 입시학원 수업을 통해서. '시현'은 입시학원에서 일하면서 1,2년 만에 유명한 선생이 된다. 그 직위까지 오르는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었고, 힘들었는지를 만화는 표현한다. 그것들이 다 사실같지 않으면서도 리얼해서 나를 돌이켜보게 된다.
지금까지 단순히 하고 싶은 것만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을. 현실을 외면하고 그저 망상 속에서 살지는 않았는지, 정작 해야만 하는 일들을 안 하지는 않는지.
하고 싶다고 주장하던 일에 만화 속 '시현'이처럼 치열하게 덤빈 적은 있었는지. 그저 적당히 하면서 그것에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책 속 구절들-
" 네 엄마한테는 오히려 미안했어. 아빠라는 사람도 내가 이렇게 싫은데
이 아줌마는 오죽할까 하고. 학대한 것도 아니고, 대놓고 구박하지도 않았고.
... 쌀쌀맞았던 건, 그 정도도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힐 수도 있었을 텐데 안 그러셨어. 그저 조용히,
걸리적대지 않고 눈에 띄지 않고... 그것만 지키면 됐으니까. 내가 네 엄마를
좋아하지는 못해도 미안하고, 이해는 했던 것처럼 네 엄마도 날 예뻐할 수는 없어도
나 자체는 가엾다고 생각해 준 거 아닐까......." (시현의 대사)
'깔려 죽고 싶지 않다면 점점 더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다.'
'남보다 빨리 무언가를 이루어간다는 것은 남보다 빨리 소모되어 간다는 뜻이다.'
'더 이상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지만 그 대가로 나 자신이 얼마나 허물어져가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후 쭉, 나는 그냥 멈춰 있다. 다시 돌아가기에 달려온 길은 너무 까마득하고
앞으로 가기에는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던 건 (후략.)'
(시현의 생각들)
*시현의 생각 패러디 중 하나
'그 이후 쭉, 나는 그냥 멈춰 있다. 다시 돌아가기에 달려온 길은 너무 까마득하고
앞으로 가기에는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던 건 보아님 노래 때문이었다.'
*이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과 동일합니다.
http://sady_46.blog.me/140150849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