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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꽤 매력적인 눈빛의 그녀를 드디어 읽었어요. 과거 항상 장바구니에 들어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만남을 뒤로 했었는데 올해 만났네요. ㅎㅎ 아무 감정 없는 표정이 꽤나 끌렸죠. 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눈을 그려내는지, 그저 이 표지 디자인 하신 분이 궁금해지네요 ㅎㅎ
옮긴이 후기를 보면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인터뷰 내용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앞으로는 더 어둡고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회라고나 할까요?"
"꿈이나 희망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소설에까지 그런 걸 요구해서 어쩌자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거나, 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거나, 그런 말에 싸구려 감동을 받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군요."
굳이 작가의 인터뷰를 먼저 적은 이유는 위의 인터뷰가 없다면 소설은 그저 끔찍할 테니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 여자는 이름이 두 개입니다. 하나는 일본 이름 무라노 미로, 다른 하나는 위조해서 만든 한국 이름 박미애. 어느 쪽 이름으로도 유쾌하게 살지 못합니다. 어느 쪽이어도 무엇인가를 숨겨야 하고, 피해야 하는 삶이었죠. 저 사람은 왜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목처럼 다크한 삶을 삽니다.
마흔에 죽겠다고 다짐했던 미로는 어쩌다 서진호를 만나 박미애가 되고, 어쩌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게 되면서 마흔을 넘깁니다. 그 과정이 매우 다크하고, 너무 짙습니다.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꽤 어둡다고 느껴졌던 현실은 그렇게 어둡지만도 않더군요. 분명 과거보다 문제도 많아졌고, 현실 속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체감도 없지만 그랬습니다. 다크한 세상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색이 아직 옅어서 그런지 감각이 둔해서 그런지 순수하게 다크한 세상 같지는 않습니다.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다크함을 밝게 해 보겠다고 행해지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물론 그 행위 자체에 다크한 의도가 들어가 있다면 아쉽지만요.
현실 속의 다크한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탓에 처음부터 끝까지 섬짓합니다. 미로가 살아가는 곳에 비하면 이곳은 아직은 그래도 밝은 축에 속하고, 미로도 여기보다 훨씬 다크한 세상에서 버티는데 우는 소리 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이 감상도 작가가 말한 값싼 감동에 속할까요?
아, 생각하니 그렇다고 현실이 밝은 축에 속하지는 않군요. 애초에 책 속 세계와 현실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성립이 안 되니까. 그냥 이거네요. 희망도 꿈도 함부로 얘기하지 못 할 세상에서 힘들다고 푸념만 하면서 살면 남는 게 없다. 왠지 값싼 감동에서 멈추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