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들은 자신이 처음 확신을 가진 추리를 무너뜨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이 형사의 눈을 어둡게 만들고 범인은 그 어둠을 통해 영원히 도주할 수 있다고 말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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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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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이하 산장)를 다 읽은 뒤 떠오른 단어는 위로입니다. 아쓰코, 유리에, 아마미야는 오디션에 떨어지고 연극을 그만두려는 마사미를 찾아갑니다. 연극을 그만두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그만두지 말라고 설득합니다. 그러면서 줄리엣이 아닌 맥베스 부인을 연기했다면 심사 위원들이 만점을 주었을 거리고 위로합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설령 마사미가 연극을 계속하더라도 맡을 수 있는 배역은 정해져 있다고 한계를 긋는 말입니다. 그 말이 마사미에게 위로였을 리가 없습니다.

 

셋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기다릴 때, 마사미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일상을 이야기합니다. 그 일상에 이제 마사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마사미를 설득하려고 왔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마사미는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집니다. 그래도 동료로서 자신을 설득하려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말에는 자신을 향한 염려나 걱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가까웠던 셋도 그러합니다. 당연히 연극계에서도 잊힐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 불안이 셋을 향한 미움보다 더 커졌을지도 모릅니다.

 

마사미는 자신이 연출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셋을 지켜봅니다. 자신을 위해 연기하는 그 셋을 보면서 어땠을까요?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그들의 연기에 놀라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합격은 소문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르지요. 마사미는 그들의 이 아닌 연기에 진정한 위로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2023715일에 초판이 간행됐는데, 벌써 3쇄입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얼마나 많이 사랑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는 산장 시리즈 3부작이라고 합니다. <가면 산장 살인 사건>, <하쿠바 산장 살인 사건>을 읽지 않은 관계로 동일한 등장인물이 나오지는 알 수가 없네요. 아니면 산장을 배경으로 한 점이 똑같아서 산장 시리즈라고 부르는 걸까요? 흐음... 시리즈 1,2를 읽으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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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말들 -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정확한 연습 문장 시리즈
재수 지음 / 유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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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도서는 신비한 영역입니다. 자신이 소개하는 방법으로 도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저자와 독자의 성질이 다르니 그 방법이 꼭 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려면 수많은 책을 읽는 수밖에 없지요. 그 중에서 자신과 상황이 제일 비슷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유사한 예를 찾아내야 합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책을 찾더라도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을 찾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번거로운 과정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자기계발 도서를 찾는 이유는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겠지요. 자기계발 도서에서 한 줄이라도 발견한다면, 그 독서는 성공한 셈이지요. 여기 그 과정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 있습니다. <자기계발의 말들>입니다.

 

책에는 저자가 자신에게 울림을 주었던 100개의 문장과 문장에 관한 의견이 적혀 있습니다. 주로 책에서 문장을 발췌합니다. 책의 장르를 보면 이외로 다양합니다. 자기계발 도서를 중심으로 뇌과학,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장을 고릅니다. 삶의 방식은 한 장르가 아니라는 것처럼.

 

저는 상황과 목표가 비슷한 예를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에게 쉽게 적용하고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한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스스로 한계선을 그은 셈이지요. <자기계발의 말들>이 그 한계선을 넘을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변화시키는 행동력이 있다면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결과에 집착했을지도 모릅니다. 타인에게 해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급급했습니다. 자기계발 도서의 저자가 설명한 방법을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저에게 맞는 방법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실천하는 과정이 벅찼습니다. 진짜로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불안했고요.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이 책의 저자의 방법은 나와 맞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며 다른 책을 들췄습니다. 그 책의 저자의 방법을 그대로 실천합니다. 또 다른 자기계발 도서를 찾고... 한 겨울, 눈길 위에서 헛돌아가는 바퀴처럼 돌았습니다.

 

<자기계발서의 말들>을 읽으면서 경험에서 배운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저자는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마인드맵을 접목해 새로운 방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왜 저는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요? 실패한 이유를 찾아내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다른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을 외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짐작건대 실패했을 때, 핑계거리를 남겨두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와 나는 다르다는 핑계.

 

앞으로는 핑계를 둘러대지 않는 삶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재수 작가님이 언급한 수재 챌린지(83) 중 하루 20분 이상 책읽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원래 하루에 한 번은 책을 펼치자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책을 펼치는데 익숙해져서 10쪽씩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는 양을 늘렸으니 이제 시간을 늘려보려고 합니다. 천천히 조금씩 제 삶에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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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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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제노사이드>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녹여내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작가가 11년 만에 출간한 <건널목의 유령>을 안 읽을 수는 없지요.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저 열차를 탔다면 그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348)

 

소설에서 그 사람은 한 여성입니다. 마지막까지 그 사람 혹은 그녀로 지칭됩니다.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개인이 아닌 여성이라는 집단의 삶을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여성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성장과정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여성을 뜻합니다. 그녀의 생애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녀는 병약한 어머니를 두고 아버지를 따라 오사카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강요로 자신의 몸을 팔았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양호시설에서 보호를 받다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을 떠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매춘을 시킨 아버지로부터 그녀는 어떤 세상을 배웠을까요? 살기 위해 버티는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저자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사카의 생활이 가혹했고, 아버지가 매춘을 시켰다는 몇 마디 대사로 언급할 뿐입니다. 이 점이 상상을 자극합니다. 그런 아버지라면 교육도 똑바로 시키지 않았을 거라는. 그렇다면 평범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아버지가 박탈한 셈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별로 없었겠지요. 결국 다시 아버지의 강요로 했던 일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겪은 경험을 토대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저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그녀에게 편견, 선입견, 소문이 쏟아집니다. 그 시선들을 감내하며 무엇을 떠올렸을까요? 아마 어머니 아닐까요? 자신이 떠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어머니를 생각하며 버티었을 겁니다. 어머니의 행복, 그것이 그녀의 빛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힘들 때 빛을 바라보며 삶의 이유를 되새겼을 겁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그녀의 의지가 안타깝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불행을 선택했던 그녀가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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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1호
김민재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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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 여러분은 읽을 책을 정하셨나요? 항상 읽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보는 계절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낯선 장르의 책을 읽으려고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선뜻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다른 독자의 감상문을 읽어도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분에게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이하 서리뷰)는 깊이 있는 안내자가 되어줄 겁니다. 저는 <서리뷰> 11호에서 두 권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두 권의 책을 읽고 싶어진 이유를 말하려고 합니다.

 

1.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돌베개, 2023 / 서평: 권석준

온라인 서점에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라온 도서입니다. 저자를 보고 장바구니에 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과학 분야도 어려운데 저자의 인문학 소양까지 더하면 내용이 몹시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과를 전공한 사람이 과학을 어떻게 알기 쉽게 설명할지도 짐작이 되지 않았고요. 그런데 <서리뷰>의 서평을 읽으면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심리학 도서를 읽다 보면 뇌과학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 예를 들어 세로토닌/도파민/옥시토신 등이 지나치게 분비되거나 적게 분비되는 경우 마음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정과 뇌과학을 연결 지어 출판되는 책도 많습니다. 뇌과학 도서를 몇 권 지니고 있는 이유이고요. 그 책들을 읽다 보면 뇌에서 이루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의 움직임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때에 분비되고, 어떻게 사라지며,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심리학에서 뇌과학으로 이어졌고, 뇌과학은 화학 반응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 셈이지요.

 

저자는 뇌과학을 시작으로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 우주에 대해 다룬다고 합니다(164). 과학이 과학을 부릅니다. 저자의 첫 시작도 뇌과학입니다. 뇌과학에서 어떻게 생물학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어떤 책들, 특히 화학 분야, 을 읽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PICK!

 

2. <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사이언스북스, 2023 / 서평: 정우현


환경 조건도 DNA에 각인되지 않을 뿐 유전되는 강력한 요소라고 지적한다.(188)’

 

벽에 부딪힌 사람이 늘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지 못하는 걸 구분하라는 충고입니다. 스스로 바꿀 수 없는 환경 조건을 탓만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하라는 뜻입니다. 이 조언의 환경 조건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집안의 흥망성쇠, 국가나 경제 시스템 따위를 말할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개인이 다루기에는 너무 거대한 환경 조건입니다. 매년 조금씩 바뀐다고 해도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체감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환경 조건도 DNA처럼 유전된다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평가는 환경이 개인의 유전적 결함을 이겨 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188)고 합니다. 개인의 유전적 결함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성격 따위를 말하는 거라면 본성을 환경이 바꿀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만 환경 조건에 맞추어 컨트롤하는 방법을 환경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방법을 배워야 자신의 결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개인의 노력 여부에만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안쓰럽습니다. 이 이해가 틀리기를 바라며 P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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