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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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제노사이드>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녹여내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작가가 11년 만에 출간한 <건널목의 유령>을 안 읽을 수는 없지요.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저 열차를 탔다면 그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348)

 

소설에서 그 사람은 한 여성입니다. 마지막까지 그 사람 혹은 그녀로 지칭됩니다.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개인이 아닌 여성이라는 집단의 삶을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여성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성장과정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여성을 뜻합니다. 그녀의 생애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녀는 병약한 어머니를 두고 아버지를 따라 오사카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강요로 자신의 몸을 팔았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양호시설에서 보호를 받다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을 떠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매춘을 시킨 아버지로부터 그녀는 어떤 세상을 배웠을까요? 살기 위해 버티는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저자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사카의 생활이 가혹했고, 아버지가 매춘을 시켰다는 몇 마디 대사로 언급할 뿐입니다. 이 점이 상상을 자극합니다. 그런 아버지라면 교육도 똑바로 시키지 않았을 거라는. 그렇다면 평범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아버지가 박탈한 셈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별로 없었겠지요. 결국 다시 아버지의 강요로 했던 일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겪은 경험을 토대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저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그녀에게 편견, 선입견, 소문이 쏟아집니다. 그 시선들을 감내하며 무엇을 떠올렸을까요? 아마 어머니 아닐까요? 자신이 떠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어머니를 생각하며 버티었을 겁니다. 어머니의 행복, 그것이 그녀의 빛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힘들 때 빛을 바라보며 삶의 이유를 되새겼을 겁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그녀의 의지가 안타깝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불행을 선택했던 그녀가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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