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이장욱 외 지음 / 작가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배수아 때문에 샀고 그녀의 [무종]은 이미 다른 책에서 읽었지만 그래도 다른 한국 작가들의 글을 이렇게 아니면 볼 기회를 갖기 힘듦을 알기에 일부러 주문상품에 추가했던 책.

<변희봉 - 이장욱>
괴물에 나왔던 송강호 아버지가 정말 김인문이었던가 찾아 볼 뻔했다.  (밴희봉) 선생과 닮은 민간인을 보고 진짜로 착각하는 화자. 작가가 부산 사람인지 사투리가 맛깔스러웠다.
그래 어쩌면 배우 자체가 지닌 자신의 이름 변희봉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생선장사 역일 땐 생선장수 아무개, 주례 역일 땐 주례 선생 아무개가 반드시 돼야 그게 진짜 배우니까.
아마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오해를 한번 해본다.

<간과 쓸개 - 김숨>
웬만한 일로는 책을 한 번 이상 읽지 않는 내게 이런 일들은 가끔 기쁨이 되기도 한다. 이상 문학상 수상집에서 봤던가, 그 때의 기억에 좋았던 이 작품을 다시 읽게 되다니!
굉장히 담담하게 써내려간 혼자 사는 노인의 이야기, 그것도 간암에 걸린. 그러고 보니 토론 모임에서 이 작품에 대한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계량기 속에 들어가 사는 곤충은 귀뚜라미가 아니라 따로 있다던 행미씨의 말. 그 곤충이 뭐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사실 난 작가가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했는데, 이것은 어차피 소설이고 곤충을 소재로 잡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통 인간들이 잘 기억하지 못할 곤충 이름을 굳이 들먹일 필요는 없다 여기고, 특히 여기서는 화자가 60대 할아버지인 만큼 그 곤충이 그냥 귀뚜라미처럼 생겨 보이니 귀뚜라미라 얘기하도록 둔 것이 아닐까 하는.   '누님을 만나러 가야지'를 시작으로 내내 따라다니던 그것을 해낸 어느 날, 결국 두 골목(버섯을 키우는 뿌리와 가지를 잘라낸 나무)은 함께 운다, 아흔이 넘은 하나는 병실 침대에서, 예순이 넘은 하나는 간병인 용 간이침대에서. 어쩌면 그것이 저세상 데려가는 순서라도 되는 듯.

<벌레들 - 김애란>
글이 쓸 데 없이 길다, 지루하기도 하고. 제대로 끝을 맺지도 않고, 어영부영 끝났다.
그녀는 결국  벌레 속에서 아이를 낳게 되겠지. 그래서 그게 어쨌단 말인지.
글쓰기 연습을 한 것만 같은 이것이 왜 여기 끼게 됐는지 모르겠다.

<유리의 도시 - 김중혁>
아이디어도 뭣도 다 좋은데 이 작품 역시 끝이 제대로 맺어지지 않고 있다. 끝을 상상에 맡기도록 하는 분위기도 아닌 뭐 똥싸고 뒤 닦다 만 느낌이랄까. 초음파 총이 아니어도 날씨가 유리를 수축시킬 수 있었다는 건가? 결국 살인이 아닌 자연재해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무종 - 배수아>
세 번째 읽는 무종. 과연 어떨지!
이 단편이 무종이란 건물을 찾아 헤매는 것인 만큼, 문체 자체도 이랬던 것도 같고 저랬던 것도 같은 아리까리한 분위기. 이것이 바로 재독의 묘미.
다른 책에서 [무종]을 두 번 봤지만 편집이 이렇게 개떡 같기는 처음이다. 띄어쓰기가 엉망진창인 무종이 돼버렸다.
그렇기는 해도 이 책이 아주 의미가 없지 않은 것이 앞에 그녀의 새로 찍은 듯한 사진과 글들 덕에 그녀가 나처럼 충동으로 일생을 꾸린다는 사실 등을 얻어 기쁜 책이 되었다.
우리가 가진 이름,물건,기억들...이런 게 과연 실재하는 것이기는 할까? 갔었지만 없었다고 느꼈던 무종의 탑이, 그 무종의 크림이 발견된 어느 날 크림을 진짜 봤노라고 모형비행수집가에게 말하고 싶어지듯이 과연 진실이라는 것들은!

<세상 끝의 신발 - 신경숙>
신경숙은 대부분 같은 문체로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의 얘기를 그냥 쓰는 작가 같다. 죽어라 죽어라 하는 순옥 언니와 낙천이 아저씨의 인생을 아주 감성적으로 여느 때와 같이 썼다.

<통조림 공장 - 편혜영>
통조림을 밀봉하는 행위. 소비자인 우리는 밀봉된 것을 뜯지만, 그것을 만드는 생산자는 무엇이든 넣고 밀봉하는 작업을 했을 것이란 생각. 그리고 T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에게 보낼 음식을 밀봉했듯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 역시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진다. 여자가 썼다고 하기엔 독특한 분위기의 이 작품. 편혜영이란 작가 앞으로 살펴봐야겠다.

단편들이 끝나고 뒤에 간단한 서평이 일곱 개 실렸는데 너무 웃기는 게 김이은의 '코끼리가 떴다'를 소개하는 윤후명의 글을 덧붙였다는 것. 몇 권의 책을 찍었는지 모르지만 직원들이 하나 하나 붙이며 시발시발 했을 것을 생각하니 우습기도, 슬프기도. 다시 찍을 만큼 출판사가 여유롭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띄어쓰기는 표기하지 않겠다,너무 많으니까)

94쪽 8줄, 되도 -> 돼도

111쪽 끝, 얘기에요 -> 얘기예요

131쪽 6줄, 건내준 -> 건네준

150쪽 밑에서 8줄, 의례히 -> 으레

154쪽 12줄, 길다란 -> 기다란

176쪽 밑에서 11줄, 무엇이었을런지 -> 무엇이었을는지

255쪽 1줄, 존재에요 -> 존재예요

258쪽 3줄, 작가에요 -> 작가예요

273쪽 2줄, 상화 -> 상황

278쪽 밑에서 3줄, 울란바트르에요 -> 울란바트르예요

279쪽 6줄, 가지에요 -> 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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