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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 서머싯 몸이 뽑은 최고의 작가 10명과 그 작품들
서머셋 모옴 지음, 권정관 옮김 / 개마고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은 참으로 매력적인 책이다.

서머싯 몸이 선정한 10대 소설과 그 작가들에 대해, 비평가가 아닌 소설가가 쓴 평론이란 점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흥미로운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나는 비평가가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지만 소설가가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는 '조금' 알고 있다." 고 한껏 너스레를 떨며 전해주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에밀리 브론테, 허먼 멜빌, 헨리 필딩, 발자크 등의 대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읽어내려 가면 서머싯 몸이 말하는 '미적 쾌락', '즐거운 읽기'와 '소설은 놀이'라는 명제에 가까이 가게 된다. 저자 몸은 '적지 않은 창작의 경험을 지닌 한 사람의 소설가라는 입장'에서 위대한 소설의 진면목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그 작가의 인물됨이 어떤지 대해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작가가 어떤 작품을 쓰느냐 하는 것은 그 작가의 인물 여하에 달려있다'는 굳은 믿음이 그가 충실히 작가들의 전기나, 가능하면 작가에 대한 논문도 언급하며 소설 자체 보다는 작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많은 지면을 할애 하는 이유이다. 그의 이런 접근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는데 문학 작품 하나만을 놓고 쓴 비평가들의 평론에 비해 좀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고 세계적인 문학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완벽하지 못한 듯 한 느낌, 이를테면 벽돌이 한 두 개쯤 빠져있는 담장 같은 느낌을 받는 작품들에 대한 이유를 비로소 알 듯 하다. 위대한 소설가들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일 뿐이고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경험과 환경을 아울러 창작 본능과 개성과 영감으로 독자의 영혼의 울림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데에 있다. 오죽하면 결함투성이의 도스토예프스키를 설명하며 저자 몸은 "창작의 재능은 정상적인 인간의 속성을 희생하고 나서야 창궐하는 질병과도 같다. 말하자면 거름을 먹고 자란 멜론이 더욱 맛있듯이, 온갖 지저분한 악덕들이 혼합된 토양에서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세계 최고의 작가로 만들어준 저 놀라운 독창성은 그의 선량함이 아닌 악덕이였다" 라고 했겠는가.

 

 나는 우연히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을 읽기 전에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다시 읽었었다. '글쓰기 만보'에서 언급한 소설 작법과 서머싯 몸이 책에서 작품을 설명하며 간간히 다루고 있는 각 작가들의 소설 작법이 여러 부분에서 일치하는 점을 발견했는데 그 점은 개인적으로 '불멸의 작가'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몸은 스스로도 작가였기 때문에 작품을 평론하면서 각 작가들의 글 쓰는 방법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을 터인데 예를 들어 작가의 글을 쓰는 시점이라던가, 디킨스의 인물 창조 방식이나 그에 따른 단점, 플로베르가 객관성 유지를 위해 인물들의 성격도 작가의 비난이나 칭찬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대화'와 '행동'을 통해 그대로 드러내게 한 부분, 작품을 쓰고 나서 큰 소리로 자기가 쓴 글을 읽어 보면서 퇴고 하기 등이다. 그밖에도 작가의 단어나 특정한 품사 사용 습관등도 잠깐 언급한다. 위의 예들은 글쓰기 만보에서 '확인하기 위한 낭독'이나 ,‘소리로 보여주기’ 등 여러 부분에서 겹친다.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을 안정효에 글쓰기 만보와 비교하여 읽는 것은 서로 지향점이 다른 책이기에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기에 서로 겹쳐지는 내용에 자연스럽게 흥미가 갔다.


 나는 서머싯 몸을 "인간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통렬한 풍자"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다. 그런 대작가에 의해 10대 소설로 꼽히고 나아가 그 소설들을 낳은 작가들에 대한 작가론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위대한 문학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변화'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에 의해 회자되어 진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쓴 불멸의 작가들의 인간적인 결함이나 불완전함을,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에 누구보다 능했던 또 한 사람의 천재적인 작가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은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참 맛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기에 모든 인간적인 불완전함을 극복하고 위대한 작가로 거듭나,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나약한 인간성을 직시하여 스스로를 변화시킬 힘을 주는 불멸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고전이 지니는 거대한 뫼비우스 띠의  비밀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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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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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여기 사라지고 지워진 '패자의 기록'을 복원하려고 애쓴 저자 이덕일 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뒤주에 갇혀 여드레를 굶어 죽은 사도세자, 영조가 대부분의 기록을 없애 그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쓰인 대로 정신병을 앓다 완벽주의자인 영조의 미움을 사 비명횡사 한 줄로만 여겨지지만 한중록 역시 승자의 기록에 지나지 않았다.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자결을 명했지만 살려달라며 자결하지 않자 뒤주를 가져오게 한 자가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 홍봉한이란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가. 

 경종을 독살하고 왕위에 오른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마저 자신의 권력을 넘보는 정적으로 여겼고, 나라의 이익보다 당파의 이익을 앞세우기에 급급했던 노론은 지금의 야당격인 소론인 사도세자를 정신병이란 조작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 당시 조선은 왕의 나라가 아닌 '노론의 나라'였으며 영조 역시도 경종 당시 노론의 택군(왕의 동생을 왕세제로 봉함)이 없었으면 왕의 자리에 앉을 일이 만무했으니, 당시 조선은 신하가 왕을 세우고 세자를 죽이는 한심한 놀음판 이였다. 

 선왕 경종을 독살한 과거에 발목 잡힌 영조가 소론의 상소를 빌미로 기나긴 피의 숙청을 단행하자 홀로 소론을 위해 방패막이 가 되어 정조의 미움을 사게 되는 발단이 되는데 말로만 탕평책을 쓴 영조보다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궐내 야당 세력을 보호하려 했던 사도세자가 오히려 성군으로서의 자질이 명백하다고 생각된다. 본심을 속이고 영조나 노론의 화살을 피해갈 수 도 있었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사도세자의 몸속에 흐르는 왕의 피가 그런 소인배나 할 행동을, 자신을 속이는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사도세자가 정신병을 앓았다면 어떻게 무려 14년 동안 대리청정을 수행할 수 있었겠으며, 죽기 2년 전 피부병을 고치지 위해 온양에 행차를 했을 때 신민들이 세자의 여러 덕행을 칭송할 일 또한 만무했어야 한다. 노론인 생모 영빈 이 씨와 역시 노론인 세자비 혜경궁 홍씨와 장인 홍봉한에게 마저 버림을 당하고 소론마저 씨가 말라버린 궁궐에서 아무에게도 의지 할 곳이 없었던 사도세자는 술과 여자에 빠져 미친 척이라도 해서 자신에게 겨눠진 죽음의 화살을 피하고 싶었을 터이다. 그토록 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는 없던 신경증이라도 생길 판이지 않는가.

사도세자는 문무를 겸한 군주의 자질을 갖추었다. 자신이 무예에 관한 뛰어난 전문가였으며, 무예에 관한 새로운 방법을 담은 '무기신식' 이란 책을 반포했을 뿐만 아니라 북벌을 꿈꾼 마지막 군주였다. 당파의 이익만을 위해 현실에서의 안정을 구하던 노론에게 북벌은 위험한 발상 이였고 사도세자를 제거해야할 또 하나의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한중록은 사도세자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홍봉한과 풍산 홍 씨 가문을 변명하기 위기한 조작에 지나지 않고 역사적인 기록과 상반된 부분도 많다. 홍봉한은 사도제자의 아들 세손이 왕위에 오를 것을 두려워했고, 후에 정조가 왕위에 오르자 홍봉한의 아들이자 혜경궁 홍씨의 동생 홍낙임은 정조 독살 사건을 지휘하는 수장 노릇을 한다. 

 책을 읽기 전엔 정신병을 앓고 뒤주에서 굶어 죽은 세자에 대한 막연한 연민이 마지막 장을 덮자 군주에 대한 존경과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나라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일신의 영광과 당리당락 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판의 모습은 이제나 그제나 다름이 없어 한 숨이 절로 난다. 멀리 중원의 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는, 북벌의 꿈을 꾸던 사도세자는 못 따라갈망정, 망국의 사대적 꿈에 빠져 있는 모습들을 보면 이 나라 백성은 어찌 복이 이다지도 없을까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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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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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사와 세계사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늘 강조 하시던 말씀 중에 하나가 교과서에 나오는 지도를 잘 공부하라는 것이였고 시험에도 꼭 한 문제 이상은 지도와 연관된 문제가 나오곤 했다. 교과서에 여러 장에 걸쳐 설명되어 있는 내용이 작은 지도에는 한 눈에 보기에 좋게 간략하게 요약 정리되어 있던 기억이 새롭다.

 책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은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 방송사인 아르테에서 약 17년간 인기리에 방영된 TV 다큐멘터리 <지도의 이면>에서 주요 주제 50개를 선정해서 저술되었단 점에서 놀랍거니와 인종갈등, 자원 쟁탈전, 핵확산 문제, 건강의 불평등, 환경 문제 등 다양하고도 복잡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세계사를, 주제를 간결하게 표시하여 한 눈에 이해 할 수 있도록 편집된 350여 지도를 곁들어 한방에, 아주 상괘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내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다. 만약 이 책에서 지도가 빠졌다면 아마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한 설명과정- 그것도 무려 50개에 달하는 주제를 -이 필요로 했을터이고 더불어 책의 두께도 몇 배는 불어나야 했을 것이다. 분명 지금보다 훨씬 부피가 크고 이해하기도 훨씬 어려운 책이 탄생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겉으론 평화로이 보이는 지구촌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느 하루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인종갈등이나 종교갈등으로 인한 내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수많은 목숨들이 희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중동이나 동남아에 위치한 나라들에 대한 원리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신문이나 티비를 통해 접하게 되는 사건들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었고, 그렇다고 애써 그 이유를 찾아 볼 염두도 감히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이란 책을 통해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듯, 책에 실린 지도를 보면서 지구촌 역사를 손에 잡힐 듯 한 눈에 그려볼 수 있었다.  이런 책은 특허권 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용신안특허권 이라도 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획기적인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머릿말에서 저자는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 사건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어떤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지리와 역사를 살펴보아야 하며 발생한 장소에 따라 사건의 의미가 달라지므로 '사건과 장소'의 관계를 밝혀주는 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는데 그의 이런 말은 곱씹어 생각할 수록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말 한대로 '지리와 역사, 역지사지'를 통해 세계를 볼 때 좀 더 인류가 짊어진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도 끝났지만 이번 책을 읽음으로 우리의, 아니 나의 시각이 너무 국내에만 머물고 있지나 않나 하는 반성이 일었다 , 세계 속의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도 분명 있을 텐데 우리가 여러 면에서 약소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고 자주적이고 능동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역시 들었다. 세계 속의 한국으로써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당당히 풀어나갈 때 저자의 다음 저서엔 지금 보다 많은 면이 할애되어 한국이 소개될 터이고 강대국에 휘둘리는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지 않을까 한다.

지도가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을 처음 느끼게 해준 저자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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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2009-08-14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땡스투하고 갑니다~ ^^*
 
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 - 우리가 몰랐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 개정판
천샤오추에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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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원'으로 쿠바를 소개한 여행서를 시작으로 쿠바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덕분에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야 갈 수 있는 나라, 쿠바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저자는 여는 글에서 쿠바의 첫인상이 너무 초라해서 '좌절'을 느꼈다고 소감을 피력했으나 미국의 허수아비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린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미국의 경제 봉쇄 조치 때문에 1950년대에서 멈춰버린 듯한 도시의 건물들과 가구들이 오히려 고풍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유기농 산업을 발달시켜 농업의 자급자족을 이루어내어 강국인 미국과 당당히 맞서며 자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나라 쿠바, 88%의 쿠바인이 쿠바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76%에 달하는 사람들이 현재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나라, 미국의 경제 제재로 빈곤한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미국의 노예'가 되길 원하지 않아 공공 산업 원조 조차 거부하고 있는 쿠바는 수 백년 전에 형성된 유적지가 고스란히 보존 되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 아바나, 비날레스 같은 도시들의 수려한 비경에도 불구하고 보여지는 아름다움 이상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책 '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역사'는 1492년 콜럼부스 에 의한 발견이후 스페인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국주의 침탈을 시작으로 원주민의 전멸, 아프리카 노예수입과 해방운동, 중국 노동력 쿨리 유입, 등으로 이여지는 쿠바의 '잔혹한' 역사와 사탕수수 커피 담배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발달한 럼과 시가 같은 '쌉쓰름한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밖에도 쿠바의 종교와 미국에 의한 경제 봉쇄 정책, 정열의 춤 살사로 대변되는 쿠바의 음악과 춤, 모히토를 즐겨마시던 헤밍웨이, 영원한 혁명 동지 체 게바라 등 쿠바의 과거와 현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비록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면면을 살펴보면 강대국에 이리저리 치이는 약소국의 운명을 지켜보며 일종의 동병상련이 느껴진다. 남미의 박정희인 페루의 후지모리가 그렇고 5.18과 아르헨티나의 5월 어머니회가 그렇고 남미 여러나라들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우리의 현실이 그러하다.

책을 통해 쿠바를 만나는 것 말고 언젠가는 '모든 여행자가 꿈꾸는 나라' 쿠바에서 모히토를 맛볼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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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 happy -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소냐 류보머스키 지음, 오혜경 옮김 / 지식노마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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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국민 여섯 명 중 한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바다 건너 미국도 예외는 아닌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연초부터 서점가에 행복에 관련된 서적들이 연달아 출판 되는 것은 이런 사회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리란 짐작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예전과 비교해 경제적 수준은 높아졌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행복과는 멀어지고 있으며 그런 사회 현상은 행복을 주된 설교 주제로 삼는 종교뿐만 아닌 과학자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음에 틀림이 없다.

이 책은 미국 국립정신보건원으로부터 5년에 걸쳐 1백만 달러 이상의 연구 기금을 받으며 '영구적인 행복증진 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 교수가 행복에 대해 쓴 책이다. 여는 글에서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난 조금 놀랐다. 단지 '행복'에 관한 연구에 그렇게 큰돈을 쏟아 붓는 미국이란 나라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소냐 교수의 책을 읽어 나가면서 행복이 과학에 의해 분해되고 재단되는 '현상'이란 사실 역시 새로운 경험이자 놀라움이었다.

난 책을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책을 더럽혀가며 그리고 무척이나 심각하게 읽었다. 그 사실은 책을 깨끗하게 읽고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는 습관을 가진 나 같은 사람에겐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달리 커다란 의미가 있음을 의미한다.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보게 되는 실용서 들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을 땐 팬을 들고 메모를 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며 읽으십시오" 라는 친절한 설명이 따라오는 책도 읽었지만 나는 그런 정중한 요청을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 본적이 있는, 단지 실천하지만 않았을 뿐 알고 있는 사실들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열정 따위는 내게 없기 때문이다.

책은 행복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빈약한 지식을 직시하게 하고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자기 계발서와 다른 이유는 행복 과학을 다루는 연구를 통해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만, 즉 행복해 질 수 밖에 없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로 채워져 있으며 나아가 그런 비슷한 유의 실험 결과를 저자는 분석 비교해서 가장 효과적인 모델 혹은 실험들만을 독자들이 먹기 좋게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근래에 출판되고 있는 행복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 How to be happy가 내가 읽은 모든 행복에 관한 책들 중에서 단연 뛰어났다. 단지 행복해지는 방법만을 내열한 다른 책들에 비해 실험과정이나 결과를 심리학적인 비교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의심이 많은, 행복하지 못한 독자들을  결국엔 수긍하게 만드는 힘을 이 책은 가지고 있다.



여는 글에서 저자 소냐 교수는 “행복 과학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서는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라고 말한 대목에 나는 동의한다. 그리고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더 행복해 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주장 역시 충분히 동의 한다.



행복에 관한 이 책은 '우울증'이란 영역까지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데 사실 불행감과 우울증이란 상태는 유사한 점이 많아서 독자들이 유의미하게  짚어보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고 더불어 일방적으로 행복에 관한 설교로 일관했다면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은 분명 반감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사실 중의 하나가 과학자들이 '우울증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발견은 무척 놀라웠는데 예를 들어 갈색 눈 유전자처럼 개인의 행, 불행이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우울증 유전자를 이미 가지고 태어난 사람인 경우에도 행복은 가능한가? 답은 물론 가능이다. 어떻게? 그 답은 책 속에 나와 있다. 우울증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행복하든, 불행하든, 혹은 우울증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운전을 배우거나 요리를 배우는 것 처럼 행복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소냐 교수가 전하는 참으로 반가운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유전자가 인간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인 50%와 환경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인 10%, 나머지 40%는 옳바른 노력으로 누구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복음 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행복'을 18년간이나 연구한 저자 소냐 교수와 같은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다를 찾으러 산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으니까.그리고 내가 소냐 교수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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