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 서머싯 몸이 뽑은 최고의 작가 10명과 그 작품들
서머셋 모옴 지음, 권정관 옮김 / 개마고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은 참으로 매력적인 책이다.

서머싯 몸이 선정한 10대 소설과 그 작가들에 대해, 비평가가 아닌 소설가가 쓴 평론이란 점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흥미로운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나는 비평가가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지만 소설가가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는 '조금' 알고 있다." 고 한껏 너스레를 떨며 전해주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에밀리 브론테, 허먼 멜빌, 헨리 필딩, 발자크 등의 대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읽어내려 가면 서머싯 몸이 말하는 '미적 쾌락', '즐거운 읽기'와 '소설은 놀이'라는 명제에 가까이 가게 된다. 저자 몸은 '적지 않은 창작의 경험을 지닌 한 사람의 소설가라는 입장'에서 위대한 소설의 진면목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그 작가의 인물됨이 어떤지 대해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작가가 어떤 작품을 쓰느냐 하는 것은 그 작가의 인물 여하에 달려있다'는 굳은 믿음이 그가 충실히 작가들의 전기나, 가능하면 작가에 대한 논문도 언급하며 소설 자체 보다는 작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많은 지면을 할애 하는 이유이다. 그의 이런 접근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는데 문학 작품 하나만을 놓고 쓴 비평가들의 평론에 비해 좀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고 세계적인 문학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완벽하지 못한 듯 한 느낌, 이를테면 벽돌이 한 두 개쯤 빠져있는 담장 같은 느낌을 받는 작품들에 대한 이유를 비로소 알 듯 하다. 위대한 소설가들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일 뿐이고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경험과 환경을 아울러 창작 본능과 개성과 영감으로 독자의 영혼의 울림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데에 있다. 오죽하면 결함투성이의 도스토예프스키를 설명하며 저자 몸은 "창작의 재능은 정상적인 인간의 속성을 희생하고 나서야 창궐하는 질병과도 같다. 말하자면 거름을 먹고 자란 멜론이 더욱 맛있듯이, 온갖 지저분한 악덕들이 혼합된 토양에서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세계 최고의 작가로 만들어준 저 놀라운 독창성은 그의 선량함이 아닌 악덕이였다" 라고 했겠는가.

 

 나는 우연히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을 읽기 전에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다시 읽었었다. '글쓰기 만보'에서 언급한 소설 작법과 서머싯 몸이 책에서 작품을 설명하며 간간히 다루고 있는 각 작가들의 소설 작법이 여러 부분에서 일치하는 점을 발견했는데 그 점은 개인적으로 '불멸의 작가'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몸은 스스로도 작가였기 때문에 작품을 평론하면서 각 작가들의 글 쓰는 방법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을 터인데 예를 들어 작가의 글을 쓰는 시점이라던가, 디킨스의 인물 창조 방식이나 그에 따른 단점, 플로베르가 객관성 유지를 위해 인물들의 성격도 작가의 비난이나 칭찬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대화'와 '행동'을 통해 그대로 드러내게 한 부분, 작품을 쓰고 나서 큰 소리로 자기가 쓴 글을 읽어 보면서 퇴고 하기 등이다. 그밖에도 작가의 단어나 특정한 품사 사용 습관등도 잠깐 언급한다. 위의 예들은 글쓰기 만보에서 '확인하기 위한 낭독'이나 ,‘소리로 보여주기’ 등 여러 부분에서 겹친다.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을 안정효에 글쓰기 만보와 비교하여 읽는 것은 서로 지향점이 다른 책이기에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기에 서로 겹쳐지는 내용에 자연스럽게 흥미가 갔다.


 나는 서머싯 몸을 "인간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통렬한 풍자"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다. 그런 대작가에 의해 10대 소설로 꼽히고 나아가 그 소설들을 낳은 작가들에 대한 작가론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위대한 문학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변화'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에 의해 회자되어 진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쓴 불멸의 작가들의 인간적인 결함이나 불완전함을,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에 누구보다 능했던 또 한 사람의 천재적인 작가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은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참 맛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기에 모든 인간적인 불완전함을 극복하고 위대한 작가로 거듭나,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나약한 인간성을 직시하여 스스로를 변화시킬 힘을 주는 불멸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고전이 지니는 거대한 뫼비우스 띠의  비밀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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