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3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운 겨울을 견딘 계곡물이 얼음을 깨뜨리고 졸졸졸 흐르기 시작하면 

따뜻한 봄을 알리기 위해 생강나무가 긴 잠에서 깨어나고

낙엽 밑에서 번데기로 숨어있던 애호랑 나비가 진달래를 가장 먼저 찾는다고 해요.

보통 진달래, 개나리가 피는 것으로 우리는 봄을 알게 되고요.

전 나비하면 노랑나비가 얼른 떠오르는데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는건

호랑나비였나봐요. 항상 제가 호랑나비보다 노랑나비를 먼저 발견해서였을까요?

어쩌면 호랑나비보다 노랑나비를 봄의 상징이라고 은연중에 기억을 하고 있어서였을지도요.

아니면 지역마다 꽃과 나비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니까 그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르겠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자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더라고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 이래서 책을 열심히 읽게 됩니다. :)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자연을 참 좋아해요.

동물도 식물도 지구과학도 모두 관심의 대상이지요.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그런 이유로 도감이나 과학서적 백과사전 등을 많이 보는데요.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가 출간되어 매우 반가웠답니다.

안그래도 요즘 우리 꼬마천사들이 꽃과 나비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권혁도 선생님의 세밀화는 다른 책에서 먼저 알게 되었는데 어쩜 그리 정성스럽고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그리셨는지 사진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사진을 따뜻함이란 필터를 통해 지면에 담아낸 그런 느낌이랄까요?

실제 사진보다 부드럽고 보고 그리는 사람의 정성까지 담겨 있으니까요.

 

책을 보자마자 네 살배기 큰 아이가 "○○이 책이에요? 주세요~ 주세요~."

"엄마~ 꽃 있어요. 꽃! 엄마 나비 있어요, 나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습니다. 아직 말을 못하는 두 살배기 동생도 옆에서

"응? 응?"하며 오빠 옆에 앉아 참견을 하고요.

신난 두 꼬마 옆에 저도 앉아서 하나 하나 설명해 주었어요.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참...... 내가 이렇게 꽃하고 나비 이름을 잘 몰랐나 싶은겁니다.

꽤 많이 알고 있었다고 자부했는데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아 이건 평소 길에서도 많이 보던건데 정확한 이름이 이거였구나.

이 나비 이름이 원래 이거였나? 이러면서요.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이었어요.

미리 다시 보고 익혀서 아이들이 혹시 길에서 꽃이나 나비를 보고 뭐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대답해 줄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책을 보고 있다보니 어렸을 때 생각이 나더군요.

아마 초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였나.... 그랬을 거예요.

아무튼 어렸을 때인데 시골 외갓집에 갔었는데 햇살이 따갑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살랑거리던 어느 한가로운 오후였어요.

대문 옆에 있던 커다란 화단의 나무에서 신기한 걸 발견했지요.

바로 번데기였어요. 꽤나 컸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제가 어려서 더 크게 보였을 거예요.

그런데 이 번데기가 꼬물꼬물 거리더니 등이 토도독 터지지 뭐예요?

숨까지 조용조용히 쉬며 가만히 지켜봤어요.

한참을 꼬물꼬물 하더니 나비가 번데기에서 나와 나뭇가지 위로 살금살금 기어 올라가서 쉬더군요.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그리고 신기한것이 날개였는데요.

아니 세상에 날개가 보통 나비들처럼 판판한 것이 아니라 양배추처럼 쪼글쪼글 한 거예요.

아이구... 이래서 어떻게 날아가지 했는데 살랑이던 바람결에 날개는 조금씩 마르더니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는 보통 나비들처럼 날개가 모두 펴지더라고요.

그리고 팔랑팔랑 커다란 날갯짓으로 하늘을 나는 멋진 호랑나비가 되었어요. 와!!

나중에 과학책에서 본 건데 날개가 일정 시간내에 잘 마르고 펴지지 않으면

나비는 최후를 맞는다는 걸 알았답니다.

 

권혁도 선생님이 무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정성들여 만드신 이 책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좋은 도감이 되어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꽃과 나비의 실제크기로 그려졌고 각 계절과 월마다 볼 수 있는 꽃과 나비들을

구분하여 그리셨거든요. 물론 지역마다의 특색으로 인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책 뒷부분에는 꽃과 나비 색인이 있어 다시 찾기 쉬워요.

이런 책이 나올 때마다 작가분과 함께 고생하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됩니다.

두고두고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요즘 TV에서 모 아파트 CF에 이런 멘트가 나오죠.

"연예인 이름보다 꽃 이름을 더 많이 아는 아이로 키우겠습니다."라고요.

제가 하고픈 말이에요. 워낙 제가 연예인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한 이유지만

연예인 이름보다는 꽃과 자연, 소중한 가치를 사랑하고 지킬 줄 아는

그런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요. 꼭 그럴 거예요.

 

잠시의 외출 동안에도 두 꼬마천사들은 아파트 화단에 있는 나무를 보며 말합니다.

"엄마 나무 만져보고 싶어요."

"응, 그래. 살살 해야돼. 만지면 나무가 아프니까."

큰 아이가 나뭇잎을 살살 한 번 쓰다듬으면 작은 아이도 그 옆에 앉아 오빠를 따라합니다.

그리고는 뭐가 좋은지 둘이 깔깔대고 웃어요.

조금만 더 크면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제게 묻겠지요.

"엄마 이 나무 이름은 뭐예요? 이 나비는 이름이 뭐예요?"

이제는 "응, 그건 애기똥풀이야. 그건 남방노랑나비야."라고 정확한 이름을 알려줄 수 있어요.

아이들이 혹은 누군가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여러분도 주저없이 이거야 라고

알려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우리 모두 자연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