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이 형수와 오줌싸개 시동생 채우리 저학년 문고 40
박신식 지음, 김경희 그림 / 채우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생전에 자신을 인정치 않으셨던 시어머니. 그리고 그 분의 막동이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 아들. 사실 맏이도 아닌데.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데 선뜻 맡아 키우겠다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난 그러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동화책 속의 뚱이형수는 돌아가신 시부모님 대신 초등학교 시동생을 맡아 키운다. 더구나 꼬맹이 시동생은 시어머니를 닮아 자신을 싫어하는데도 말이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엄마를 잃게 된 민재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다. 늦둥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형들과의 나이 차이가 스무 살이상 이나 된다. 큰 형 내외가 어린 민재를 맡기 힘들다는 이유로 민재는 작은 형에게 맡겨져 생활을 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새롭게 같이 살게 된 작은 형 부부에게 민재는 왠지 싫은 느낌이다. 작은 형의 부인인 '뚱이 형수'는 민재의 엄마가 뚱뚱하고 못 배웠다고 싫어했기 때문에 민재 역시 뚱이 형수를 싫었다. 그런데 첫날 밤부터 민재는 뚱이 형수네에서 오줌을 싸 버렸다. 그것도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되어서! 싫다고 밉다고, 뚱뚱하다고 한 뚱이형수는 뜻밖에도 민재를 잘 보살핀다. 전학와 덩치 큰 아이에게 호되게 당할 뻔한 상황을 뚱이 형수는 그 뚱뚱한 몸으로 툭툭 해결해버리고, 용케 민재의 크고 작은 소망들을 알아내 도와준다. 민재는 뚱이 형수에게 마음을 열고 조금씩 가족으로서의 편안함과 사랑을 느껴간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겉치레가 아니라 서로를 소중히 하는 것이다라는 진부한 도식들을 이 동화는 진부하지 않게 풀어간다. 부모를 잃고 자기 뜻대로가 아니라 상황에 의해 작은 형네로 가면서 못마땅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싸고, 형수를 미워하는 것으로 밖에 표현 못하던 민재가 뚱이 형수에게 엄마의 냄새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뚱이 형수의 당당함과 기죽은 민재 얼굴을 생생하게 포착한 삽화도 책읽는 재미를 한껏 높이고 있다.

고아로 힘겹게 자랐고 고아라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거절 당했던 뚱이형부는 고아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단칸방에 어렵게 살면서도 민수에게 사랑만큼은 절대 아끼지 않는다. 전학간 첫날 민수를 괴롭히던 힘센 아이를 혼내주기도 하고 햄스터를 얻기 위해 뽑기로 용돈을 탕진하다 못해 책값까지 삥땅한 민수를 혼내주기 보다는 함께 가서 만원을 선뜻 내어주며 민수가 뽑기에 성공할 때까지 민수를 격려해 주기도 하고 밤늦게 배가 아파 뒹굴던 민수를 등에 엎고 병원까지 달려 가는 과정 속에서 민수는 무작정 형수를 싫어하던 마음에서 엄마에 대한 사랑으로 변해 가는 것을 느낀다.

현대 사회가 바쁘고 급하게 돌아감에 따라 인간관계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이고 순간적일 수 밖에 없다. 예전 농경사회에서처럼 몇 대가 한 마을에 터를 잡고 살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며 서로를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지 필요에 의해서 손쉽게 인간관계를 맺기 쉽다. 그러한 짧은 과정 속에서 상대방을 가장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학벌, 외모일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뚱이 형수'를 본다면 아주 낮은 점수일 것이다. 고아에다 그다지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뚱뚱하고 못생겼으니까. 그렇지만 뚱이형수에게는 'hidden card'가 있다. 바로 남을 따뜻하게 배려해주고 생각해 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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